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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May 04. 2024

시험, 조졌어요

중학교 시험이 모두 끝났다. 

국어 시험 대ㅣ비를 하면서 시험 보고 나서 전화를 하든가 바로 점수를 카톡에 올리라고 한다. 요즘 아이들은 절대 문자로 소통을 안 한다.



국어 시험이 어렵기로 소문난 인근의 학교가 있다. 은우는 그 학교에 다니는 중3 남학생이다. 

동화 속 나라에서 온 차은우처럼 외모도 수려하다. 게다가 말수도 거의 없어 예스 노만 한다. 그것도 예스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no는 머리를 왼쪽으로 양옆으로 흔드는 것이 고작이었다. 반언어적 소통으로만 하는 아이다.



다른 학교 아이 국어 시험대비를 하고 있는데, '까똑' 거리면서 알람이 왔다. 아이들 문제 풀게 하면서 확인해 보니 은우였다.




선생님, 저

국어시험 조졌어요.



내 눈을 의심했다. 평소의 은우라면


' ㅠㅠㅠㅠ'라든가







이런 정도의 스티커를 보내고 말았을 아이인데

의외의 반응이었다.



깜짝 놀라서 전화를 했더니, 친구들이랑 놀러 가야 해서 길게 못한단다.

 (나도 너랑 길게 말할 시간이 없어. 다른 학교 시험 대비 중이거든.)


시험이 어려웠던 거야
음~음~

다른 아이들은 어땠어, 걔들도 어려웠대?
음-음, 안 물어봐서 모르는데요.

그래. 시험공부하느라 애썼네.
다음 주에 와서 패인을 분석해 보자.


-패인이 뭔데요?
시험 망친 원인,  시험 실패한 원인 말이야




그다음 번 수업에 왔길래,


 은우! 시험지 줘 봐!!


다 구겨진 시험지를 내놓는다. 


빈정이 상하는 것을 꾹 참고


시험지가 예술이다. 

피카소가 다녀갔나 보네!!





시험지를 훑어봤더니 아주 기본적인 것을 틀려왔다. 구성의 5단계인 '위기'를 물어보는 건데, 자기는 그딴 건 너무 쉬워서, 그걸 물어봤을 때는 뭔가 더 깊은 속셈이 있는 줄 알았단다.


그래서 '절정'에 답을 했단다.


그런데 시험지를 보니 몇 개 안 틀렸다.


아니, 몇 개 안 틀렸네


-아니라니까요. 조졌다니까요.


그래서 몇 점인데?


-89점이요.


난 또. 시험 망쳤다고 해서 반절이나 맞았는 줄 알았네.


-누굴 빙신으로 알아요. 지옥의 순희 다니면서 90점 안 나오면 벼~영~신이라고 우리 학교에 소문났단 말이에요. 


하이고, 말하는 본새하곤.

조진 게 뭐냐. 친구들한테 말할 때랑 선생님한테 말할 때랑 가려서 해야지. 나한테 한 것으로 끝내. 다른 선생님께는 절대 이런 거친 말 쓰면 안 된다!


"알았어요." 할 줄 알았다.


웬걸 내 말이 채 끝나기 1초도 안 돼 


-다른 선생님한테도 이렇게 말하는데요. 

아이구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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