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술자는 자신의 분야에서 차이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류 기술자들은 그 작은 차이마저도 완벽히 감지해 낼 수 있는 ‘해부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해부하는 힘’은 말 그대로 사물이나 과정 속에서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감지하는 능력이다.
사람들은 종종 이런 능력을 직관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오랜 시간에 걸쳐 훈련된 감각이다. 이 미세한 차이들이 모여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다.
지극히 작은 단위까지 ‘해부하는 힘’과 ‘신체 감각을 통한 피드백 회로’. 일류 기술자들은 하나같이 디 두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해부하는 힘은, 말하자면 그 속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세세하게 감지하는 능력이다. 해부의 단위가 세분화할수록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지만 차이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신체 감각이다.
이 신체 감각은 단순히 주관적이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감각을 통해 판단한 차이가 실제 차이점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신체 감각이 기술로서의 중요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신체 감각과 현실 사이에 피드백 회로가 생성되면, 그제야 신체 감각을 하나의 기술이라 부를 수 있다.
-『일류의 조건』, p.245
『나무의 생명 나무의 마음』의 저자인 니시오카 쓰네카즈는 법륭사와 약사사를 재건한 인물로 “같은 회나무라도 산지가 어딘지에 따라 향도 색깔도 감촉도 전혀 다릅니다.”라고 말하면서 “촉감마저 냄새처럼” 다른 것이 생명의 신비함”이라고 밝힌다. 또한 “나무의 감촉은 말로 전하기” 어렵기에 “보고 만지고 느껴보며 몸으로 기억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나무의 작은 차이까지도 철저히 이해해야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 작은 차이를 파악하는 힘이야말로 장인과 일반 기술자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일류 기술자들이 가진 또 하나의 특성은 마치 현미경처럼 미세한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섬세한 눈과 레이더처럼 예민한 감각이다. 해부하는 힘과 결합된 이 감각은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게 한다. 이는 일종의 신체 감각을 통해 이루어진다.
신체 감각은 감지한 차이가 실제로 맞아떨어질 때 마침내 기술로서의 중요성을 얻는다. 이 신체 감각과 현실 사이에 형성되는 피드백 회로 덕분에 기술자는 자신의 감각을 하나의 확실한 기술로 만들 수 있다.
『일류의 조건』에서도 “감각을 통해 판단한 차이가 실제 차이점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신체 감각이 기술로서의 중요성을 갖게 된다”라고 언급하는 이유이다.
아비드 로젠그렌(Arvid Rosengren)이 세계 최고의 소믈리에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와 같다. 그는 와인의 미묘한 향과 맛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능력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러한 섬세한 감각은 장인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끊임없이 발전하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현재 뉴욕의 찰리 버드(Charlie Bird) 레스토랑에서 와인 디렉터로 일하면서, 로젠그렌은 전통적인 와인 지식을 현대적인 레스토랑 환경에 적용하고 있다. 이는 장인 정신이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장인들이 오랜 시간 동안 반복한 훈련은 결국 그들의 몸이 기억하는 기술로 자리 잡는다. 마치 본능처럼 작동하는 훈련은 그들의 작업을 완벽하게 만든다. 이 기술은 단순히 지식을 넘어 신체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완성된다.
신체 감각을 통한 피드백은 장인들이 작업 중에 느끼는 미세한 차이를 바로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위스의 시계 수리 장인이 시계를 망치로 두드려 고장 난 부분을 바로 찾아내는 것처럼, 그들의 몸은 기계보다 더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는 신체 감각과 피드백 회로가 완벽히 작동할 때 가능한 일이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작 펄만은 4살 때 소아마미에 걸려 앉아서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연주를 선보인다. 그의 손가락은 현의 미세한 진동을 감지해 정확한 음정과 음색을 만들어낸다. 이는 단순한 반복 연습이 아닌, 지속적인 피드백과 개선의 결과이다.
단순한 기술은 반복 훈련으로 습득할 수 있지만, 일류 장인은 그 기술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그들은 단순한 재주에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며, 최상의 결과를 위해 매 순간 집중한다. 기술이 단순한 재주를 넘어 감각과 피드백을 통해 예술로 완성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장인을 만날 수 있다.
영국 전통 시계 제작의 계승자로 평가받고 있는 로저 스미스는 전통적인 수공예 기술과 최신 기술을 결합해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기계식 시계를 만들어냈다. 그의 작업은 장인정신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로,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 경지를 보여준다. 스미스는 매번 완벽을 추구하며, 그의 시계는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
이탈리아의 명품 가구 브랜드 까시나(Cassina) 또한 비슷한 예시로 들 수 있다. 까시나의 가구는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예술성과 품질을 인정받아 여전히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대량 생산품들이 쉽게 소모되고 버려지는 시대에, 까시나의 작품은 지속 가능성과 환경 보호에 기여하며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다. 까시나는 1927년 설립 이래로 혁신적인 디자인과 최고급 품질의 가구를 제작해 온 까시나는 전통적인 장인 정신과 첨단 기술의 조화를 통해 가구 제작의 예술성을 한 단계 높였다.
장인정신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현대에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장인들이 만들어낸 작품은 오랜 시간 동안 그 가치를 유지하고,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재주가 아닌, 끊임없는 발전과 깊이 있는 기술의 결합 덕분이다.
기술이 발전하고 기계화된 시대에도, 장인정신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현대 사회가 빠른 생산을 요구할지라도, 장인정신은 속도보다 완성도와 예술성을 우선시한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데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과정을 통해 얻어진다.
결국, 장인정신은 단순한 기술을 넘어선다. 그것은 지속적인 관찰과 개선 그리고 깊이 있는 이해와 존중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삶의 철학이다. 기계화와 자동화가 점점 더 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장인정신은 인간다운 가치를 지켜주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한다. 장인정신은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을 가르치고 있다. 깊이 있는 관찰과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우리가 잃어가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되찾게 해 준다.
따라서 우리는 장인정신을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장인정신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중요한 지혜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본의 전설적인 목수 니시오카 쓰네카즈의 철학처럼, 기술은 단순한 재주가 아니라 꾸준한 연습과 감각의 발전을 통해 진정한 가치를 얻는다. 장인들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나간다. 그들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섬세한 감각과 기술을 통해 진정한 기술의 가치를 창조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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