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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한패예요

by 진순희


“오늘 못 갑니다”라는 말 뒤엔


토요일 수업 20분 전에 중3 아이 부모님께 문자가 왔다.

“선생님, 저희 아이가 열이 좀 나서 오늘 수업에 못 갈 것 같아요.”

“아, 그래요? 그럼 내일은 괜찮을까요?”


부모님은 내일은 괜찮을 거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실 다음 주가 결혼기념일이라, 화요일에 보강을 하기로 일정을 잡아둔 상태였다.

갑작스러운 취소가 여행 준비에 영향을 줄까 걱정했지만, 부모님의 말을 믿고 마음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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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음 날인 일요일, 민수가 학원에 멀쩡히 나타났다.

“민수야, 얼굴이 좀 핼쑥한데? 많이 아팠어?”

그러자 민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태연히 말했다.


“아니요, 그냥 어제 늦잠 자서 못 왔어요.”

그 순간, 마음속에 ‘뭐라고?’라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당황한 내색을 숨기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럼 어제, 어머니도 네가 아프다고 거짓말한 거 알아?”

민수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도 한패예요.
우리 가족 모두 늦잠을 잤어요.”



그 짧은 대답에 웃음과 당혹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이걸 어쩌면 좋을까?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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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작은 비밀로 엮인 팀워크


부모님과 아이들의 이런 작은 연대는 어쩐지 귀엽게 느껴졌다.

아이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는 일은 흔하지만, 이번 사건은 달랐다.

“엄마도 한패예요”라는 민수의 말에서 가족의 특별한 팀워크가 느껴졌다.



가족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하나는 민수네처럼, 늦잠조차도 유쾌한 사건으로 만들어버리는‘웃음 만발 팀’이다.

함께 한 실수마저 추억으로 엮는 그들의 팀워크는 때로 선생인 나조차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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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다른 팀이 있다.

아이를 성공이라는 결승선으로 몰아가기 위해 쉼 없이 달리는 ‘경주마 팀’이다.

숙제와 시간표로 빼곡한 일정을 채우며, 완벽을 목표로 달리는 그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어느 팀이 더 옳은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민수네처럼 작은 사건 하나에도 웃음을 터뜨릴 수 있는 팀은 분명 따뜻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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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뒤에 숨은 솔직함의 힘


수업이 끝난 뒤 민수를 따로 불렀다.


“민수야, 앞으로는 숙제를 조금씩 나눠서 하는 게 좋겠어.

그래야 혹시 늦잠을 자도 숙제를 못하는 일이 없겠지?”


민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선생님. 앞으로는 미리미리 할게요!”

하지만 돌아서는 그의 얼굴엔 장난기가 잔뜩 묻어 있었다.


아이들의 솔직함은 때때로 어른들을 당황하게 한다. 하지만 그 솔직함이 만들어내는 파문은 어른들에게 뜻밖의 깨달음을 준다. 작은 거짓말 뒤에 숨겨진 가족의 웃음과 연대처럼, 솔직함 속엔 종종 진실보다 더 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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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은 잊히고, 남는 건 진실


“엄마도 한패예요.”

그 한마디가 내 마음을 따뜻하게 채웠다.

작은 거짓말도 웃음으로 승화시킨 민수네 가족 덕분에, 나는 다시금 가족의 유대감을 떠올렸다.


결혼기념일 여행을 앞두고 분주했던 일정 속에서도 느꼈다.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결국 따뜻한 믿음과 여유라는 것을.

그리고 그 믿음과 여유는 어른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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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늘 작은 파문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그 파문 속에서 여유를 배우고 웃음을 찾는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 아닐까?

아이들과 가족이 빚어낸 이 이야기는 내 마음에 잔잔한 울림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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