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렉스와 아빠 사진
바로 옆 단지이긴 하지만 엄마가 이사를 하는 중이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엄마 혼자 이사했던 작은집에서 끝도 없이 무언가가 나온다. 이십 년 전의 교회 주보와 아빠의 면허증과 명패와 도장, 나와 동생의 상장과 통지표, 편지들과 오래된 사진들.
깔끔한 성격대로 엄마 집의 작은집은 늘 반짝반짝했고 테이블과 식탁 위에도 약 몇 가지와 성경책 말고는 놓여있는 것이 없었다. 얼핏 보면 아이가 없는 젊은 부부가 사는 집과 같았다.
엄마는 매일 새벽과 저녁에 집 앞에 있는 작은 교회에 간다. 처음부터 교회 근처로 아예 이사를 했었다. 이십여 년이 지났는데 교회는 아직도 교인이 백 명도 되지 않고 그 사이 목사님도 두 번이나 바뀌었다. 엄마는 그 많은 날들을 늘 교회에 있었다. 목사님들 보다도 더 오래 기도하고 더 오래 찬송을 불렀다.
오래된 것은 엄마와 교회뿐만이 아니라서 엄마 동네는 집들도 아파트도 나무도 시장도 모두 그렇게 시간의 더께를 덮어쓴 모습으로 낡아있다. 엄마는 몇 달 전 집을 팔고 길만 건너면 되는 곳에 다시 새집을 샀다. 교회 옆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최선이었다. 그리고 한 달간 벽만 제외하고 모두 뜯어 내어 수리를 하고 마루를 깔고 붙박이 장을 짜고 거실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았다. 가전제품과 가구를 구입했다
엄마 눈이 반짝거렸다. 엄마의 순도 높은 욕망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주말마다 주중에도 한 번씩 공사와 엄마의 쇼핑을 거들었다. 욕심을 내어 제일 좋은 것으로 가지려는 엄마의 낯선 얼굴, 그것은 분명히 기쁨의 모양을 하고 있었다.
너무 큰 나무들 때문에 사다리차를 사용하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로 짐이 들어온다. 일이 더뎌 지친다.
나는 다리도 아프고 어서 소파가 들어오고 다들 가버렸으면 싶은데, 엄마 얼굴은 발그레하다.
이 집에서 엄마가 삼십 년만 살았으면 좋겠다. 백 살 하고도 다섯 살이 되겠네.
그러나 저러나 짜장면 먹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