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는 감정이 없나요
”이성을 이성으로 보는 것도 생각이 앞서고 “
그러게요
“남자는 다 아들 같고 여자는 다 울 엄마 같고 우리 또래는 다 남녀구분 필요 없이 아줌마 같아 “
친구와 이런저런 말끝에 툭 나온 이야기다.
언제였지? 남자들을 봐도 나와 다른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고 나 스스로도 누군가에게 이성으로 느껴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당연히 들었다.
생각해 보니 참 억울하다.
어릴 땐 혹시나 겁이 나서 실수할까 봐 머뭇거리고 뒤로 숨고 발을 빼느라 연애다운 연애를 하지 못했다. 어쩌다 나이가 차서 결혼을 한 후엔 당연히 남편 외엔 그 누구에게도 호감 혹은 관심이 생기면 세상이 망하는 것처럼 미리 조심했고 그럴 필요도 없이 나는 다른 것에 힘을 빼느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제 이 나이가 되어서도 조심하고 단속하는 나의 감정이 앞에 선다고 생각하니... 내 인생이 너무나 재미도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덕에 내 나이는 다시 쉰 하나. 아무리 용을 써도 나의 어릴 적 생각으론 나이 오십이 면 늙어서 무생물 같은 인간이다. 그런데 깜짝 놀랍게도 내가 그 생명이 없는 늙은 나이. 스스로 나를 꽃병이나 돌멩이 같은 정물처럼 생각했다. 그것이 당연했다.
말해놓고 생각하니 스스로 분한 마음이 드는 것이다.
에르노나 사강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미리 늙음을 스스로 수용할 필요가 있을까.
왜 멋진 이성을 보아도 가슴이 뛰지 않는가.
그것은 나 스스로 감정을 잠갔기 때문이다. 오래전 누군가 다른 이들이 화장실로 담배를 피우러 나간 사이 나를 보고 “너무 예뻐요”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홍상수 영화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떨렸었다. 이성에게 그런 말을 들어 본 것이 너무 오래되었었다. 얼굴에 열이 오르는 내가 부끄럽고 어이없어서 정신을 차리자고 택시를 타고 다른 이들을 남겨 두고 집에 먼저 돌아왔다. 그러지 말 것을.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백세시대라곤 해도 생물학적으로 갱년기도 질병도 빼놓지 않고 찾아온다. 어차피 본인을 스스로 생활을 통제하고 살 수 있는 나이는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뭐 전자든 후자든 흔들릴 유혹의 시간은 귀하다.
떨리면 좀 어떤가. 기쁘게 떨리고 싶다. 그렇게 살고싶다. 뭐 그럼 어떤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