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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냐 Oct 12. 2023

훔쳐보기

이태리의 미녀들



이태리남자가 멋있다고 하던가, 그렇다. 이태리남자들은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머리를 단정히 빗어 넘기고 수염을 다듬고 잘 맞는 바지를 입고 재킷이나 베스트를 셔츠와 입고 구두나 로퍼를 신는다.

체형이 좋아 뭘 입어도 멋지겠지만 그들은 아무거나 주워 입지 않는다. 맨 발 슬리퍼에 배 나온 허리 아래까지 내려간 반바지는 상상할 수가 없다. (남부는 빼고)

그런데 여행 내내 나는 멋쟁이라는 이태리 미남보다 여자들이 더 눈에 띄었다. 앞가르마의 어깨이상 내려오는 긴 생머리, 어두운 금발의 그녀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그녀들을 보느라 그저 길거리의 카페에 앉아 있어도 즐거웠다. 짙고 숱이 많은 그녀들의 눈썹은 하나같이 잘 정돈되어 있고 긴 속눈썹엔 마스카라가 발라져 갈색과 푸른 눈을 깜빡일 때마다 세상이 열렸다 닫히는 듯 드라마틱하다.

5:5 가르마를 타서 포니테일로 높게 묶은 소녀들은 또 어떤가. 가는 허리의 곡선이 다 드러나게 짧은 상의 아래 달라붙는 긴바지나 짧은 치마를 입은 그녀들이 삼삼오오 전자담배를 피우거나 긴 손톱으로 아이폰을 조작하며 웃으며 지나가면 나도 모르게 남편 옆구리를 쿡쿡 찌르곤 했다

"봤어? “

이태리의 조각상들은 그저 현실반영이었던 거다. 생긴 대로 그리고, 깎아 놓은 것임을 베니스의 콘서트홀 앞에서 밀라노의 브레라길에서 처절하게(?) 깨달았다. 아무리 허리춤을 올려 배바지를 만들어 입어도 목선이 드러나게 셔츠단추를 풀어도 오, 당해낼 수가 없다. 머릿결은 왜 이리 찰랑거리고 피부 또한 어찌나 뽀얀지 호텔의 시원찮은 드라이기 열로 겨우 말리고 나와 부스스한 머리칼과 아침에 화장한 걸로 하루종일 퉁치는 나의 새카만 얼굴과 그들은 천국과 지옥의 차이만큼 멀다.

나는 이쁜 여자들을 좋아한다. 체형이 좋고 세련되게 옷을 입은 여자들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테일러링과 원단이 좋은 옷에 한 끗의 파격이 더해진 옷들을 좋아한다. 까만 핀턱통바지에 푸른 셔츠나 니트차림이 좋다, 하지만 셔츠 단추는 좀 풀려있거나 엇갈리고 기본 니트풀오버의 올은 조금 풀려있어야 좋다. 팔이 드러나는 니트상의는 목의 단추를 한 두 개 풀고 같이 입은 플레어스커트엔 가는 벨트나 끈을 여러 번 돌려 묶는다, 치맛단이 거칠게 잘려 있으면 더 좋다. 깡충하게 짧은 상의에는 너무 좁지 않은 에이치라인 스커트를 입고 브로치나 스카프를 묶고 마린스타일의 청바지를 입는 게 좋다.

그녀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너무나 멋졌다. 코에 링을 달고 앞머리를 눈썹 위로 깡총하게 일자로 자르고 히메컷을 하고 몸에 달라붙는 기다랗고 살짝 비치는 상의에 이효리가 입었을 것 같은 커다란 카고바지를 입고 닥터마틴을 신은 그녀와 스카프로 머리를 둘둘 말고 기다란 마르지엘라자켓을 입고 재킷보다 짧은 스커트에 니하이부츠를 신은 그녀들. 아, 그 예쁜 여자들.

나의 이태리 여행은 이런 기쁨도 함께 했다.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잠이 안 와 뒤척이다 이런 쓸데없는 글을 쓰고 있어도 가슴이 콩닥거린다. 내내 뒤를 돌아보게 만들었던 이태리미녀들. 내가 목디스크에 시달리게 되면 그건 순전히 그녀들 때문이다.


#몰래보기바빠미녀들사진이없다

#아까비

#대신원피스며구두귀고리까지너무멋있던할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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