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어가는 꽃묶음
며칠째 날이 흐리다. 식탁에 어제 늦게 들어온 아이가 꺼내 먹은 수박접시 위 씨 몇 개가 떨어져 있다. 접시를 치우며 창 밖을 내다보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커피 머신의 전원을 켰다. 아직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비슷한 토요일 아침.
비타민과 혈압약을 먹고 커피가 든 머그잔을 들고 식탁 끝에 앉았다. 며칠 전 배송 온 수국이 스러지기 시작했는지 꽃의 얼굴이 기울어져 있다. 집안은 조용하고 익숙하다. 부시럭대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늘어난 티셔츠를 걸치고 들어섰다.
커피?
좋지
커피를 내려 남편 앞에 놓아주며 미리 써 둔 카드를 식탁 모서리에 두었다. 하얗고 얇은 여름 종이처럼 가볍게.
응? 뭐야?
짧은 카드를 읽고 나서도 남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었다
식지도 않은 커피를 한꺼번에 마시고는 나를 쳐다보았다
금방 씻고 올게, 어디라도 가자
자는 아이의 옆에 누워 손을 쓰다듬다가 아침밥 먹으라 말을 하고 일어났다. 미리 해 둔 김치볶음밥 위에 계란프라이를 올리고 접시에 담아두고 옷을 갈아입었다.
커피 잔을 정리하고 설거지하는 뒤로 남편의 기척, 시들어가던 꽃을 꽃병채로 들고
결혼 축하해라고
차를 타고 북한강을 달린다. 시원한 듯, 어쩐지 목이 마른 것 같은 기분.
카페 야외 자리에 앉으니 뻐꾸기 소리가 들린다. 여름은 그렇게, 온다. 빗방울 듣는다
#결혼기념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