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 서울내기의 방향 전환기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를 읽고

by 난주

나는 서울내기다.


기억도 안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 직장을 따라 잠시 타지에 살았던 것을 제외하면 수십 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사람의 관성이란 생각보다 강하여서 성인이 되고 가정을 꾸렸는데도 서울을 벗어나 산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살았다.


출장이나 여행을 계기로 다른 나라나 지역에 가면 그곳만의 매력에 빠져 '이런 곳에 살아도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지만 여전히 나의 거점은 서울에 있었다.


그러나 스무 해 동안 이어온 월급쟁이 생활을 청산하고 생애 처음으로 삶의 방식을 바꿔보려는 결심을 하고 있는 지금, 나는 모든 관성의 근간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류귀복 작가님이 추천해 주신 책을 보게 되었다.

「노빠꾸 상여자의 벨기에 생존기」


그 속에는 해외 경험 한 번 없던 처자가 국제결혼을 통해 낯선 나라에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담겨 있었다. 노빠꾸 그리고 상여자. 타국에서 생존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는지 이름에 이응자가 4개나 들어간 동글동글한 이미지와 달리 송영인 작가는 진정한 결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이힐을 신고 도둑을 뒤쫓고, 정부 기관의 잘못을 야무지게 바로잡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주경야독을 불사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까지 몸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 어느 곳에서든 열심히만 하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는 생각. 어디에 살든 누구와 결혼했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결국 중요한 것은 '사는 곳'이 아니라 '사는 태도'일 것이다.


인생의 전반전.

좁은 우물 안에 살았지만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려왔던 세월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만큼 전력을 다했기에 이만큼 살아올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남은 후반전에는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좁은 우물 밖으로 무대를 옮겨보고 싶다. 익숙한 도시, 익숙한 직장을 벗어나 조금은 더 자유롭게 살고 싶다.


이 책이 내게 준 것은 바로 그런 고민에 대한 응원이자 확신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는 나답게 살아도 된다는 응원.

늘 함께 했던 곳을 벗어나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


앞으로도 나는 서울내기로 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제는 서울이라는 지리보다 나를 가두고 있던 관성에서 먼저 벗어나 보려 한다.


중요한 것은 어디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일 테니까.


바뀐 방향에 따라 펼쳐질 나의 후반전을 기대하며, 꼭 맞는 때에 꼭 맞는 책을 권해주신 류귀복 작가님과 늘 참신한 에세이를 발굴해 주시는 꿈꾸는인생 홍지애 대표님, 새로운 이웃이 되어 용기를 주신 송영인 작가님께 감사를 전한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 희망 도서 신청을 했는데, 마침 <이달의 신간도서> 안내판에 올라와있어 살짝 공유해 봅니다.


조금 다른 리뷰는 제 블로그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gentlequill/224164459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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