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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주 May 18. 2024

운명을 가르는 그 이름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

나의 사소한 업무 습관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

나의 성과에 대한 보상을 결정하는 사람

나의 직장생활 만족도를 좌우하는 사람  

그 사람은 바로 직속 상사이다.


고위직 임원이 아닌 이상 최고경영자를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마음이 맞지 않는 동료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 된다. 업무 태도에 문제가 있는 후배가 있으면 선배의 경험치와 권위를 바탕으로 대화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직속 상사가 함량 미달이면 직장 생활은 지옥이 된다.  



직장은 우리에게 급여를 주는 대신 업무 성과 창출 및 조직 체제 유지에 기여할 것을 요구한다. 직속 상사는 우리가 이 두 가지 과업을 수행하도록 이끄는 역할을 하기 위해 직장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존재이고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따라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 본 의무는 그들이 결함이 있고 우리와 맞지 않을 지라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문제는 직속 상사가 결함이 있거나 우리와 맞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리더로서 완벽히 함량 미달인 경우이다. 우리가 직속 상사에게 수용적 자세를 견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리더로서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조직을 와해시키는 자들에게까지 무조건적으로 충성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이야기이다.



20년 간 거쳐 온 열 댓명의 직속 상사 중에는 본 받고 싶은 리더들도 있었지만 직장 생활은 물론 개인적 삶까지 피폐하게 만드는 함량 미달의 리더들도 많았다.


임원 눈에 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모두 수용하는 예스맨

실제 업무를 수행해 본 적이 있는지 의심스러운 무능력자

공유나 이해의 과정 없이 까라면 까만 시전하는 폭군

본인의 자격지심을 남을 짓밟는 것으로 해소하는 성격이상자  


저마다 양상은 달랐지만 리더가 갖춰야 할 역량과 소양은 전무하면서 알량한 권한만 남용한다는 점이 일치했던 그들은 나에게 적지 않은 고통과 피해를 입혔다. 그들과의 만남은 마치 갑작스런 교통사고와 같아서 예측할 수도, 방어할 수도 없었기에 나는 더욱 큰 무력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그러나 지난한 고난의 과정 뒤 나는 몇 가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들을 만족시키거나 변화시킬 순 없다는 것

그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순응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

우리의 삶은 직장 생활보다 중요하기에 때로는 포기하고 물러서야 한다는 것

그리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악행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  



모든 직장 생활은 상사에 의해 좌우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현실 속 직장에는 좋은 상사보다 나쁜 상사가 훨씬 많고 우리는 그들과 언젠가는 마주칠 수 밖에 없다. 그들의 악행에 대해 우리가 행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은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충분히 고민하여 적절하게 대처함으로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 뿐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주변 지인들 중에 나쁜 상사 경험이 가장 풍부한 사람 중 하나이고, 이번 회차를 시작으로 총 3주에 걸쳐 그 경험담을 충분히 공유 하고자 한다. 내게는 가장 괴로웠던 경험들이지만 이를 솔직히 털어놓고 같이 고민함으로서 지금도 상사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는 모든 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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