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글] 나는 왜 이 선택을 했나?

by 난말이지

나는 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미디어영상학과를 복수 전공으로 선택했나?

2002년에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갈 때 아버지와 약속한 것이 있었다.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을 것. 매일 하루에 한 번은 인터넷으로 우리나라 기사를 읽을 것.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략 2010년대 후반으로 기억한다. 그날도 아버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작업 현장에서 점심시간에 네이버의 뉴스난을 배회하면 이런저런 기사를 읽고 있다가 우연히 둔촌주공아파트 주민이 과거에 살던 동네를 사진으로 남긴다는 내용의 글을 읽었다. 지금은 정확히 어느 언론사의 글인지 기억하지 못하지만, 페이스북이나 브런치에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란 제목으로 글들이 남아있고, 책으로도 출간되었다. 이 글을 읽었을 때 당시에는 약간의 감동과 공감이라는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2019년 여름,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당시 아직 일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던 관계로, 사십구재(四十九齋) 초재 때부터 말재까지 격주로 귀국해서 재를 지내고 다시 일본에 돌아가곤 했다. 이때 말재를 지내러 본가에 왔던 날 밤에 우연히 네이버의 시리즈온에서 '집의 시간들'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알게 되었고, 뭔가에 홀린 듯 결재해서 소장하고는 보지 않고 방치해 두었는데, 훗날 감상해 보니, 재건축을 목전에 둔 둔촌주공아파트와 관련된 영화였다.

집의 시간들

집의 시간들 KMDB


2020년 가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일본 생활을 완전히 접고 영구 귀국을 하게 되었다. 본래라면, 당연히 내 집으로 돌아갔어야 했으나, 어머니와 형과 상담 끝에 어머니 혼자 계시던 본가로 들어갔다. 코로나19시기이기도 했고, 타국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로 번아웃 상태이기도 해서, 반년 좀 넘는 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고, 어머니 대신 장을 보고, 같이 식사 준비를 하며 지냈는데, 어머니는 그 꼴이 보기 싫으셨던 것 같다. 어느 날 집에서 그만 빈둥거리고, 나가서 일 좀 하라고 하셨다. 때마침 몇몇 제안이 들어와있었기에 프리랜서로 계약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거의 20년 만에 한국 회사와 일을 하다 보니,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2023년이 되어서야 정신적으로 좀 여유가 생겨서 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을 했다.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 여러 가지 딴짓을 하기 마련. 카메라도 새로 장만했다. 짐이 적은 날에는 카메라도 들고나가서 이것저것 사진도 찍고, 짐이 많은 날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는데, 피사체는 주로 그날 먹는 음식과 지나간 거리 풍경이었다. 본가가 있는 아파트 단지에는 나무도 많고, 새도 많고, 고양이도 많다. 지나다니면서, 사진을 찍다 보면, 유독 고양이 사진이 찍기 힘들었다. 아무래도 고양이의 습성을 알아야 찍기 쉬울 것 같아서, 유튜브에서 고양이 관련 영상을 찾아보았는데, 그러다가 발견한 것이 '고양이들의 아파트'라는 다큐멘터리의 예고편이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의 본편은 감상하지 못하였는데, 이 영화도 무대공간이 '둔촌주공아파트'다.

고양이들의 아파트

고양이들의 아파트 KMDB


제목도 기억나지 않는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같은 우연이 세 번 반복되면, 운명이다.' 물론, 헛소리(?)다. 그런데, 여기에 꽂혀 버렸다.

'아파트', '재건축', '기록'.

마침, 본가가 있는 아파트도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나도 이 35년 넘은 아파트에 대해 뭔가, 이왕이면 영상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나무들과 산책로에 대해...

그런데, 너무 막연하다. 내가 영상에 대해 뭘 알지? 그래도 컴퓨터는 좀 다루다 보니, 법당에서 봉사활동으로 다른 사람이 찍은 영상을 편집 프로그램으로 잘라 붙이거나 색감을 조절하는 작업을 생각 없이 시키는 대로는 해주곤 했지만, 막상 내가 의도해서 찍은 적은 없는데? 무엇부터 해야 하는 거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모르면, 배우면 되는 거다. 마침, 나는 방송통신대학교에 다니고 있고, 우리 학교에는 '미디어영상학과'가 있다. 그래서, 4학년 졸업학기인데, 복수 전공을 신청해서 1학년 과목부터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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