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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Sep 30. 2022

내가 맡은 작품 #6 <고양이들의 아파트>

[기본 정보]

제목: 고양이들의 아파트(Cat's Apartment)

감독: 정재은

출연: 김포도, 이인규, 전진경 외

제작: 영화사 못

배급: (주)엣나인필름, (주)메타플레이

상영시간: 88분

장르: 도시 아카이빙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2년 3월 17일


[시놉시스]

서울 동쪽 끝, 거대한 아파트 단지.

그곳은 오래도록 고양이들과 사람들이 함께 마음껏 뛰놀고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 모두의 천국이었다.


하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곧 철거될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는 고양이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


고양이들과 사람들의 행복한 작별을 위한

아름다운 분투가 시작된다!



정신 없이 바빴던 2021년도 마무리되고 제법 여유로운 연말연시를 보낸 뒤 2022년에 맡게 된 첫 작품은 <고양이를 부탁해>(2001)로 유명한 정재은 감독님의 <고양이들의 아파트>였다. 지난해 <고양이를 부탁해> 20주년 기념 재개봉을 통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주위에 이 작품은 꼭 극장에서 보기를 추천했었는데 그 감독님의 신작을 맡게 된다니 영광이었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는 재건축을 앞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주택단지인 둔촌주공아파트에 머무는 길고양이들와 이들을 안전하게 이주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내가 이 영화를 볼 때 포커싱은 주거 이슈에 맞춰졌다. 이전부터 주거 문제에 약간의 관심을 갖고 있어서 이 영화와 마찬가지로 철거를 앞둔 둔촌주공아파트 속 주민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집의 시간들>(2018)을 흥미롭게 봤었다. 반면에 길고양이에 관해서는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영화에 나오는 TNR(중성화 수술) 같은 용어가 낯설었고, 길고양이 이주 과정이 왜이렇게 더딘지도 이해하지 못했다.


역시 필요한 건 공부였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맡게 되면 내가 몰랐던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점은 직업적 순기능인 것 같다. 캣맘/캣대디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 영화 속 출연자들에 대해서도 정보를 찾아보았다. 다행히 <고양이들의 아파트>의 소재나 등장하는 용어 등은 그 뒤에 많은 맥락을 내포하는 편은 아니었고, 영화 속의 생소한 내용들만 이해하면 되어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다(사전 공부는 역시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때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둔촌주공에 대해서는 기존의 지식이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기획하면서 박소영 작가의 <살리는 일>이 바로 떠올라서 코-프로모션 도서로 꼭 성사시키고 싶었다. '동물권 에세이'라는 부제를 단 <살리는 일>은 사는 곳 주변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에서 시작해 동물권을 이해하고 동물해방을 위한 실천에 옮기게 된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읽는 내내 마음이 아프고 뜨끔한 지점도 많았던 이 책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도서 증정 이벤트나 작가 초청 GV 등의 이벤트를 진행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협업 제안 문의를 하기 위해 <살리는 일>의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다. 해당 출판사는 배우 박정민이 설립한 출판사로 <살리는 일>은 출판사의 첫 책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해당 출판사에서 메일로 회신이 와서 열어보니 메일 답장을 박정민 배우가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니던가! 그래서 출판사가 1인 기업인가 했는데, 따로 전화 문의를 했을 때는 다른 직원 분께서 응대해주셨기 때문에 1인 기업은 아니었다. 여튼 박정민 대표님과 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프로모션 내용을 확정해갔는데, 메일을 통해서 그의 겸손함과 소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저자인 박소영 작가님과도 소통하게 되었는데, 내가 책의 애독자임을 밝히자 반가워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한 방송국의 문화부 기자로 일하시기 때문에 이후에도 영화 언론 시사회 초청 건으로 종종 연락을 드리면 시사회 참석 여부와는 상관없이 친절하게 연락 받아주시고 답장해주셔서 무척 감사했다. 그렇게 출판사 무제의 독자를 대상으로 영화의 예매권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박소영 작가님 모시고 GV도 성황리에 진행할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기쁜 일로 남았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은 이렇게 뿌듯하고 보람된다.




<고양이들의 아파트>가 개봉할 당시를 생각해본다. 다른 길고양이 소재의 영화와 달리 감독님의 요청으로 고양이들을 단순히 귀엽고 애교스러운 존재로 대상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홍보마케팅을 진행했다(나 역시 적극 지지하는 방향이었다). 이제는 '동물권'이라는 용어도 더이상 낯설지 않으며, '도둑 고양이'는 '길고양이'로 불리게 된 지 오래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 정당에서는 동물권 위원회를 만들어 동물권을 중요히 여기는 유권자를 챙기는 움직임을 보여줬다.


하지만 결국 대통령은 반대편에 있는 후보가 당선되었고, 3개월 뒤 실시된 지방선거에서는 길고양이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어느 남성 청년 후보가 지방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둔촌주공아파트 단지는 재건축 사업이 시작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2022년 9월 30일 현재, 아직도 각 이해당사자의 대립으로 인해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영화의 메인 카피라인은 영화 속 김포도 출연자가 둔촌의 길고양이들을 두고 했던 대사인 "물어보고 싶어요, 여기 계속 살고 싶냐고"이다. 이 질문은 여전한 혐오와 치솟는 욕망이 뒤엉킨 한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에게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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