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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Sep 30. 2022

내가 맡은 작품 #7 <아치의 노래, 정태춘>

[기본 정보]

제목: 아치의 노래, 정태춘(Song of the Poet)

감독: 고영재

출연: 정태춘, 박은옥 외

제작/제공: (주)인디플러그

공동제작: 문화예술기획 봄

배급: NEW

상영시간: 113분

등급: 전체관람가

개봉: 2022년 5월 18일


[시놉시스]

한국 포크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뮤지션

정태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0대 가수상, 가요 사전심의 철폐운동

그리고 음악시장을 홀연히 떠나기까지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노랫말과

서정적인 음율로 시대와 함께한 뮤지션 


데뷔 40주년, 우리가 몰랐던

정태춘의 음악과 삶을 만나다!



이곳에서 맡았던 10편의 영화 중에서 가장 소화하기 힘들었던 작품을 하나 꼽으라면 바로 이 작품, <아치의 노래, 정태춘>이다. 홍보마케팅 방향성을 논의하는 첫 킥오프 회의에서부터 개봉 이후까지도 각 단계마다의 험난한 고비들을 넘어갔고, 이 영화를 하면서 내 영화마케터 경력도 1년을 넘게 되었다. 힘든 점이 많았지만 지나고 나니 그래도 이 작품이 내게 주어진 것에 무척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 포크 음악의 전설 정태춘 선생님의 40년 음악인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아치의 노래, 정태춘>은 <우리학교>(2007), <워낭소리>(2008) 등 수많은 작품들을 프로듀싱한 것 외에도 독립영화계에서 여러 활동으로 헌신해오신 인디플러그 고영재 대표님의 첫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그래서! 마케팅 방향성부터 포스터와 예고편 작업 등등 정태춘 선생님과 고영재 감독님 두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반영하느라 수정 작업이 타 작품 대비 여러 차례 진행되었다.


포스터의 경우는 사진을 담당하신 작가님께서 사진작가계의 거장이셔서 그 분의 컨펌까지 받아야 했고, 예고편은 시니어 타겟과 청년 타겟을 모두 공략하기 위해 두 가지 버전의 예고편을 만들어야 해서 작업량이 대폭 증가했다. 수정 작업이 많이 진행되는데 예고편 버전도 두 가지라 예고편 디자이너분과 소통하면서 나 스스로도 어떨 때는 이게 언제 버전의 어느 예고편 시안이었는지 가물가물해서 정신을 초집중해야 했다.




굿즈도 나를 괴롭힌 요소 중 하나였는데, 어느 날 주간회의에서 레트로한 종이 악보를 굿즈로 제작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거야 뭐 악보 디자인 나오면 발주 넣어서 인쇄물 받으면 되는 거니까 크게 어려운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악보에 영화 속에서도 등장하는 주요 이슈인 가요 검얼 철폐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도장을 찍자고(도장의 문구는 '창작. 표현의 자유 만세!') 의견이 모아져서 거기서부터 일이 커졌다.


도장 업체를 물색해서 도장을 파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어려웠지만 메인 과제는 도장 찍는 일을 인쇄업체에서 하게 되면 단가 상승 문제도 있고 해서 도장을 우리가 직접 찍게 된 것이었다. 극장에 배포할 굿즈의 총 수량은 약 5000장이었는데, 악보에 하나하나 손수 도장을 찍어서 정해진 입고 날짜에 맞춰 포장까지 완료해야 했다. 나를 포함해 회사 동료들이 함께 달려들어 약 2주를 몰두한 끝에 납기를 맞출 수 있었다. 전후 남한의 경제를 일으킨 경공업 역군들에게 심심한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배우/감독의 매체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독립영화 홍보마케팅만 계속 맡다 보니 TV/라디오 출연 일정 조율 업무 경험은 극히 적었던 내가 <아치의 노래, 정태춘>으로 갑자기 다수의 매체 출연 일정 조율 업무를 맡게 되었다. 나야 뭐 20대다보니 70년대에 데뷔한 정태춘 선생님을 작품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지만 정태춘 선생님은 중장년층 이상에게 인지도가 무척 높은 분이었다. 데뷔곡인 '시인의 마을'로 기억하는 분들도 더러 있지만 이후 민중가수로서 음악으로 시대정신을 노래하던 때의 정태춘을 기억하는 분들이 특히 많았다.


그래서 정태춘의 영화가 개봉을 앞둔다고 하니 라디오는 물론이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섭외 문의가 많이 왔다. 하루나 이틀 동안 날짜/장소를 몰아서 진행하는 언론 매체 인터뷰 일정을 조율하는 것과 달리 방송 출연은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일도 많아서 방송마다 날짜도 다르고 장소도 달라서 시간과 동선을 모두 고려해야 했다. 게다가 사전에 대본을 공유받고 팩트체크도 해야 해서 은근 손이 많이 갔다.




힘들었던 일들은 와르르 나열했지만 사실 <아치의 노래, 정태춘>을 통해 불의에 타협하지 않았던 정태춘의 음악과 인생을 알게 되고 또 그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홍보할 수 있어서 영광인 마음이 훨씬 크다. 5·18 민주화운동, 가요 검얼 철폐운동, 미군기지 확장 반대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마다 음악으로 함께 투쟁해왔고, 화폐와 이자제도가 없는 비문명화된 사회를 여행하기를 희원하는 여전한 이상주의자 정태춘의 삶은 내게 형용할 수 없는 울림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그가 꿈꾸는 이상에 깊이 공감하는 또하나의 이상주의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의 사상과 현실 사회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녹아든 음악들 역시 듣는 순간 전율이 전해진다. <아치의 노래, 정태춘> 속에서 시대적 사건들과 함께 흘러나오는 정태춘의 대표곡들을 영화 홍보를 맡는 거의 내내 출퇴근길에 들었고, 지금도 가끔 생각나면 찾아 듣는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노래는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아치의 노래'와 '얘기2', '정동진1' 등이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에도 관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를 하신다는 정태춘 선생님은 공식 석상에서 당신 부부를 소개할 때 '박은옥ㆍ정태춘'이라고 말씀하신다. 정태춘 선생님과 함께 데뷔한 음악과 삶의 동반자 박은옥 선생님의 이야기가 <아치의 노래, 정태춘> 속에도 비중 있게 담겼고 그의 음악과 삶 역시 감동을 전한다. 정태춘은 기타를 메고 투쟁의 현장으로 뛰어드는 행동파였다면 박은옥은 사회의 아픔에 공감의 음악으로 위로를 건네는 싱어송라이터였다. 홍보마케팅 과정에서는 영화의 제목도 그렇거니와 정태춘 선생님에 포커싱해서 모든 작업이 진행되었지만, 이 글에서만큼은 박은옥 선생님에 대한 존경을 마지막에 언급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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