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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치욱 Sep 29. 2022

내가 맡은 작품 #4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

[기본 정보]

제목: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Mom's Song)

감독: 신동민

출연: 김혜정, 신정웅, 노윤정 외

제작/배급: (주)모쿠슈라

상영시간: 73분

장르: 시네마 에세이

등급: 12세이상관람가

개봉: 2021년 10월 28일


[시놉시스]

엄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군말 없이 집으로 내려온 아들은

엄마가 들려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와

구슬픈 노래를 담담하게 듣는다.


엄마와 아들, 서로를 생각하는 애틋한 마음이

바람이 되어 안개를 걷어갈 수 있을까?


때로는 지긋하고 때로는 애틋한 엄마와 아들,

우리 시대 가족 이야기를 만난다





<그대 너머에>를 맡았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제작사에서 배급을 맡아 역시나 내가 케어해야 할 업무의 범위가 넓어졌고, 영화의 톤 역시 밝고 따뜻한 편은 아니었으며 이야기가 단번에 이해가 잘 되지도 않았다. 킥오프 회의 이후 추석을 쇠고 나서 본격적으로 홍보마케팅 업무를 진행했는데, 그래도 이번 영화는 앞선 영화를 맡으며 얻은 경험 그리고 일하게 된 일잘러 온라인 마케터님 덕분에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같이 일하게 된 온라인 마케터님은 무려 과장님이셨는데, 영화마케팅 분야의 특성 상 직급 인플레이션이 다소 존재하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간의 경력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과장님은 경력의 차이로 인한 거리감을 느끼게 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전체적인 업무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게끔 이끌어주셨다. 자주 일하게 되지는 못했지만 함께 일하게 되면 든든한 마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각사 모두 모여 진행하는 회의 때마다 보여주신 사회생활 스킬과 유연한 화법은 덤이었다.


반면 이 영화를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고비는 포스터 디자인이었다. 포스터 디자인을 맡은 팀은 그간 우리 회사와 종종 작업을 함께했던 팀이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어쩐지 소통이 종종 어긋나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 쪽에서는 빠듯한 시간 안에 포스터 작업을 완료하느라 급히 이것저것 요청을 했고, 포스터 디자인 팀에서는 거듭된 재촉에 피로도가 높아졌다. 사실 내가 누구한테 뭔가를 재촉하는 성격은 아니다보니... 우리 대표님과 포스터 디자인 팀 사이에 껴서 정말 고되었다. 어찌저찌 포스터 작업이 잘 완료되었지만 이 영화 이후에는 포스터/예고편 등 선재물 제작 팀의 편의를 보다 더 고려하는 소통 방식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영화는 내가 맡았던 영화 중 단연 최고로 꼽을 정도로 좋아한다. 극영화지만 다큐멘터리처럼 등장인물을 관찰한다든가 1, 3부와 2부의 엄마 역할을 맡은 배우가 서로 다른 점이 신비롭다. 그리고 특별할 것 없는 서민적인 일상에 영화라는 빛을 비춘다는 점에서 내가 독립영화를 애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담긴 작품이다. 게다가 <헤어질 결심>보다 먼저 정훈희의 '안개'를 중심 테마곡으로 사용한 작품이며 영화의 제목 역시 해당 노래의 가사에서 차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바람아 안개를 걷어가다오>를 특별하게 한 점은 자전적 이야기인 이 영화에서 '엄마' 역할을 맡은, 감독님의 실제 친엄마 김혜정 님이다.


전문 배우가 아닌 실제 친엄마를 '엄마' 역할로 등장시켜 얻게 된 영화적 효과에 대해서는 평론가들의 빼어난 분석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으니 따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내가 말하고 싶은 점은 김혜정 배우님이 무척 멋있다, 쿨하시다는 것이다. 아마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무척 소수겠지만) 공감할 것이다. 김혜정 님에게서는 삶의 녹진한 애환이 의연하게 배어난다. 그리고 무심히 담배를 집어 피우는 모습들은 마치 느와르를 보는 느낌을 받는다. 아들을 부르는 목소리는 다소 잠겨있지만 또렷하게 호탕하다. 영화를 보게 되면 김혜정이라는 인물을 잊을 수 없으리라 장담한다.




신동민 감독님의 아버지는 몇 해 전 작고하시고 어머니와 지내신다. 나 역시 상황은 다르지만 엄마와 둘이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거주는 따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에 특히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다. 이 영화를 맡았을 당시 엄마와의 관계가 소원했는데 일하면서 엄마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우리 엄마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듯 감독님의 어머니 김혜정 님의 건강과 행복 역시 기원한다. 엄마와 아들의 노래가 이따금씩 오래오래 바람결에 전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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