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님의 강연을 인상 깊게 들었다. 그는 돈의 속성이 네 가지가 있다고 했다. 돈의 속성이란. 돈을 버는 능력, 돈을 쓰는 능력, 돈을 불리는 능력, 돈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잘 벌고, 아껴 쓰고, 잘 불리고 돈을 유지 할 수 있어야 부자가 된다는 논리였다.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람이 사는 이 세상에 없으면 참 불편한 이 돈. 살다보면 이런 돈의 속성 중 또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바로 돈은 때론 권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정아버지는 빈농의 자식으로 태어나 자수성가하신 분이다. 이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나는 돈의 중요성 그리고 돈이 없어 생기는 불편함, 돈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편리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자랐다. 아주 큰 부자는 아니었지만, 유년시절 부지런한 부모님을 둔 덕에 가난하게 자란 아버지보다는 많은 것들을 누리며 살았다.
돈이 귀한지는 알았지만, 돈 때문에 눈물을 흘릴 줄은 몰랐다. 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결혼 전에 꽤나 오래 만났던 연인이 있었다. 20대 중반에 가볍게 만난 연인이었기에 남편감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만나다 보니 결혼 이야기까지 오고 가는 사이가 되었다.
남자 친구를 사귀면서 처음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떨리던지, 지금 생각해도 너무 긴장을 했던 것 같다. 곱게 화장하고 이쁜 옷을 사서 입고 그의 부모님을 만나러 갔다.
그의 부모님을 만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그와 헤어지는데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뭐랄까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랄까.
“지금이라도 교육대학원에 들어가서 선생님 하면 안 될까?”
그가 제게 한 첫 마디는 이랬다. 이유인 즉, 내가 그 남자친구의 기준에 맞는 며느리감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부모님은 며느리감으로 선생님을 원했다. 그런 선생님이 부자 집 외동딸이여야 했고 두 살 정도 어린 여자, 그런 여자와 궁합도 잘 맞아야 하는 그런 사람을 원했다. 나는 선생님도 아니였고, 부잣집 외동딸도, 더군다나 남자친구보다 어린 여자도 아니였다. 한마디로 남자친구 부모님 며느리 기준에 하나도 맞는 게 없던 여자였던 것이다.
“부모님 반대가 무슨 소용이야? 우리만 좋으면 되는 거 아니야? 둘이 돈 벌어서 꾸려나가면 되지! 난 부모님 반대 상관없어! 너의 의사가 중요해!”
나는 세상물정을 몰랐고, 용감하기까지 했다. 정말 그때는 부모님의 반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남자 친구의 의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둘이 살아가는데 돈 벌 능력만 있다면 부모님의 반대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의 집은 아주 잘 산다고 했다. 소문에 따르면 배를 여러 척 갖고 있다고 했고, 재산이 어마어마 하다고 했다. 그런 집의 장남이었기에,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는다고 했다. 부모님의 재산을 물려받으려면 부모님의 조건에 맞는 며느리감을 데리고 와야 한다는 것이 결혼 조건이었다.
몇 명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런 부잣집 남자는 찾기 힘들다며 내가 참아야 한다는 말이 거의 대다수였다.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돈의 권력으로 내 직업까지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그랬다. 결혼으로 인해 돈의 권력으로 좌지우지 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너 없이 못 살거 같다던 여자친구보다 부모님의 재산을 택했고, 편하게 사는 인생을 택했다. . 그는비겁했고 한 여자를 책임질만한 배짱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헤어졌고 배신감에 나는 몇 달을 매일 울었다.
‘돈이 참 무서운 거구나’를 처음 느꼈다. 돈이 사람의 선택을 바꾸어 놓고, 돈이 사람의 판단을 흐리고 하고, 돈이 삶의 방향까지도 바꾸어 놓는구나를 처절하게 느꼈다.
권력을 가진 돈은 사람을 꼬두각시처럼 움직이게 한다. 나답지 못한 삶을 살게 한다. 나답게 주체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돈의 권력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돈 벌수 있는 능력 말이다.
번듯한 직장에 다니는 꽤나 유능한 남편을 두고 다시 일터로 나가려는 나를 두고 다양한 말들이 오갔다.
“편하게 살아”
“아기만 키워”
“남편 잘났는데 왜 사서 고생해?”
그런가? 남편과 나는 별개의 존재이다. 나는 누구보다 돈의 권력을 잘 알고 있다 .
내가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 내가 나의 능력으로 돈을 버는 것. 그것이 남편이든, 시댁이든 돈이 좌지우지 하려는 권력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