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 방식대로

by 우희경

그냥 내 방식대로

어릴 때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튀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초등학교 때였는데, 레깅스에 짧은 스커트를 코디하며 학교 갈 준비를 했다.


“어허! 치마가 너무 짧잖아! 너는 커서 뭐가 되려고 이렇게 멋 부리는 것을 좋아하니? 당장 갈아입어!”


아침부터 아버지의 볼멘소리에 기분이 상했다. 그때는 내 패션 감각을 몰라주는 아버지가 미웠다. 어린나이에 멋 부리는 것에 대해 꾸중을 들을 후 부터 아버지의 잔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 한동안 패션에 관심을 끊었다.

대학을 가고 자유가 주어졌다. 대학 캠퍼스를 거닐며 한껏 멋을 낸 아름다운 여대생들을 볼 때 마다 너무 부러웠다. 눈치 안보며 자신의 개성을 뽐내며 멋을 내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 나도 저렇게 해 볼까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억압되었던 감정이 회복이 안 되었던 것이다. 자기의 개성을 알고 마음껏 멋을 부리는 것에도 엄청난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할까. 그때는 그런 자신감마저 없었다.

이런 생각에 강한 자극이 받았던 것은 유럽 여행을 가면서 부터였다. 원치 않은 전공을 선택해서 방황을 하는 딸이 안타까웠는지 아버지는 나에게 유럽 배낭여행을 권했다. 여기 저기 알아보면서 처음으로 친언니와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것이다.

22살. 햇병아리 눈에 들어온 유럽의 풍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들은 남의 시선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파리에서 만난 젊은이들은 개성 넘치는 옷을 입었고, 자신의 감정 표현에도 자유가 느껴졌다.

남의 시선이 신경 쓰여 남자친구 하나 사귀지 못했던 나에게 자유롭게 연애하며 스킨쉽을 표현하는 그들은 정말 신선했다. 나는 얼마나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았는지, 자유로운 그들을 부러워하면서도 하지 못하는 내가 참 바보같이 느껴졌다.

유럽배낭여행을 다녀 온 후 내 삶의 변화가 생겼다. 눈치 보며 살지 않기로, 해 보고 싶은 것은 한번 해 보기로 다짐을 했다.

우선 어린 시절 거절 당했던 나의 패션 본능을 끄집어 봤다. 못 입어 봤던 옷들을 입었다. 짧은 치마에 레깅스, 몸에 달라붙는 원피스, 형광색 니트, 빨강색 구두....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으로 나를 가장 돋보일 수 있는 옷들을 입는 것은 기분이 정말 좋아지는 일이었다. 자신감이 생기고, 주변으로부터 밝은 에너지가 넘친다는 소리도 많이 듣게 되었다. 주변의 인정을 받게 되니 학과 공부나 교외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하는사람이 되었다. 밝고 적극적인 삶을 살게 되니 여기저기서 남자들의 대쉬도 많이 받았다. 눈치 보며 주변인으로 살던 내가 스스로 적극적인 삶을 살게 된 것이다.

단지 예쁜 옷을 입어서 얻은 효과가 아니라 내가 내 방식대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마음의 변화가 삶의 변화를 이끌었던 것이다.


‘이렇게 입으면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남자를 만나면 남들은 날 뭘로 볼까?’

‘이런 일을 하면 남들은 날 무시하겠지?’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남자친구도 사귀게 되고, 눈치 보느라 하지 못했던 커피숍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었다. 아마 내가 그런 생각의 굴레를 끊지 않았다면 아마 모태솔로로 오랜 시간을 상상 연애만 해야 했을 거고, 어릴 때 못 입었던 옷을 못 입고 나이 들어 주책 맞은 옷에 욕심을 부렸을지도 모른다.

보기 좋은 일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일도 구하지 못하고 고시원에 쳐 박혀 공무원준비를 하며 몇 년을 허비했을지도.

다행인 것은 그때 유럽배낭여행에서 깨달은 것을 삶에 적용하니, 남자를 못 만날 이유도, 나를 돋보이는 옷을 못 입을 이유도, 무엇보다 못할 일도 없다는 것을 알았다. 모든 것이 두려워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병아리가 되지는 않았음에 감사할 일이다.

얼마 전, 친구와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친구는 연애를 두려워했다. 만나면 결혼을 해야 될까봐. 지금 이 남자를 만나면 더 좋은 남자를 놓쳐버리는 것이 아닌지에 대해 고민을 털어놨다.

“일단 시작해. 니가 고민하는 일은 해 보기 전에는 일어나지 않아. 더 좋은 남자 나타나면 헤어지면 되고. 만나보면서 별로다 싶으면 결혼하지 않으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친구는 알고 있지만 잘 안된다며 그래도 한번 해 보겠다고 했다. 내 방식대로 산다는 것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머릿속으로 계산하지 않고 나아가는데 부터 시작된다. 머릿속에 계산이 많으면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것을 선택하면서 발생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하고 발생하지도 않을 미래를 미리 걱정하다 보면 내가 원하는 것임에도 오히려 그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면서 세월만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을 부러워만 하면서 말이다.

누군가 그래서 당신 방식대로 살아보니 잘 살고 있나요? 라고 물어본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적어도 인생에 대한 후회는 없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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