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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ul 25. 2022

방학 첫날. 초딩은 무엇을 하나?

아이스크림 만들기

방학의 첫날이라 의욕적으로 그간 미뤄 두었던 아이스크림 만들기를 시작했다. 딸기우유를 얼려보기로 했지만 편의점에 가니 품절이다.

아이는 갖가지 재료를 살피며 상상의 맛과 만난다. 젤리, 소시지, 초코우유, 주스 등을 잡았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한다.


아이는 소시지와 초코우유를 양손에 쥐고 말한다.

쭈야-"이건 맛이 너무 이상하겠지?"

나-"으~~~ 정말 이상할  같아. 그런 아이스크림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긴 해. 새롭긴 한데 나는 싫다~! 으~~~ "

아이는 다시 빈손으로 만든다. 곧 꿈틀이 젤리와 오렌지주스를 잡고 말한다.

쭈야- "젤리랑 주스? 젤리는 너무 딱딱해질까?" 젤리의 단단함과 낮은 온도의 관계를 떠올리는 발견이 놀랍다.

쭈야- "그렇게 큰 젤리는 이빨 다 빠지는 것 아니야? 하하하"

다시 웃으며 재료를 내려놓는다.


결국 아이는 맛이 보장된 모방의 길을 선택한다.

빈츠, 초코칩, 오레오, 콘초코, 크런키 등등 초코가 포함된 과자들을 살핀다.

나- "이제 선택 쫌 하지?"

실제 시간은 얼마 걸리지 않았는데도 기다리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진지한 고민 끝에 아이는 결국 쿠앤크와 초코우유를 선택했다.

[간단 정보]
재료: 아이스크림 틀, 쿠앤크, 초코우유, 절구, 방망이, 숟가락, 냉장고
만드는 시간: 15~20분(냉동고에 넣기까지)
정리 난이도:  쉬움(밑에 쟁반이 있으면 정리하기 더 좋음, 아이 혼자 정리 가능)
아이의 뿌듯함: 자신감이 천장을 뚫음

아이스크림 완성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어른이 보기에는 순서가 딱딱 나온다. 그러나 아이는 엉뚱한 방향으로 돌아간다. 내버려 둔다.

쿠키의 크림 부분에 막대를 끼우다가 과자가 양면으로 딱 나눠지자 아이는 살짝 놀란다.

쭈야-"어? 하하하. 이렇게 쪼개졌어. 그냥 먹을까?^^"

조각들을 다시 절구에 넣는다. 얼릴 때 씹을 식감을 고려하며 절구질을 한다. 입자 굵기를 살핀다. 아이의 생각만큼 과자가 잘 부서져 만족스러워 보인다. 중간중간 숟가락으로 과자를 뒤섞으며 야무지게 부순다. 절구 밖으로 과자가 튀어나오자 손은 반가운 손님을 만난 듯, 과자를 집어 입으로 들여보낸다.

단 것을 먹으니 기분이 더 좋아지나 보다.


쭈야-"우유를 붓고 과자를 넣을까? 과자 먼저?"

잠시지만 진지하게 골몰한다.

나-"맘대로. 근데 과자는 우유에 뜰까? 가라앉을까?"

쭈야-"뜰까? 가라앉을까? 그러니까(모르니까), 한 번에 조금씩 넣어야겠다."

아이는 과자 한수저, 우유 조금을 반복하며 아이스크림 틀을 채운다. 두 번째 칸에서 나름 변주를 주어 우유 조금, 과자 한수저 순서로 채운다. 과자는 처음에는 떴다가 우유에 적셔지며 가라앉는다.

쭈야-"조금씩 넣기를 잘했지?"

자신의 방법에 확신하며 의기양양하다.

 뚜껑을 닫으며 초코우유가 넘치지 않을 정도의 높이를 확인한다. 양손에 조심히 들고 냉동고로 옮긴다. 정리는 아이 혼자 하기로 한다.


 시간 후, 하원 마중을 나가 시또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한다.

쭈야-"오빠야가 아이스크림 만들어뒀다~ 더우니까 너 오면 같이 먹으려고."

시또-"아~이스~크림~ 좋아~^♡^~ 근데 시또도 만들고 싶은데..-.-"

쭈야-"다음에는 딸기우유랑 또 뭐 넣어서 만들까?"

두 아이 - "-!~_-!♡_)!/?~:(!-!^%^!"

생각은 둘에게서만 앞서 나가고, 나는 곧 우리 셋이 편의점에 들르게 될 것을 예감한다.

얼려둔 아이스크림을 꺼내먹으며 말한다.

쭈야-"오빠야가 아이스크림 안에 뭐 넣었게요?"

이어지는 둘 사이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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