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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Aug 14. 2022

생일파티 파괴범

코로나로 생일은 한 주 미뤄졌다.

오늘은 신랑 생일이다. 월요일이 광복절이라 원래는 가족여행을 계획했다. 며칠 전 확진을 받은 내게 신랑은 농담 삼아 "내 생일파티를 파괴하다니!!" 하며 말해 함께 웃으면서도 미안하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처음으로 공휴일까지 연휴가 맞아 여행을 계획했던 건데...


생일은 365일 중 태어났던 하루를 1년을 단위로 축하하는 참 이상한 날이다. 한 생명이 태어난 것에 대한 경이로움과 축복이 담긴 날이라서일까? 생일이 다가오면 설렘이 담긴 특별한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든다. 또, 매년 가족의 생일이 다가오면 1년 동안 무탈하게 잘 살아왔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생일은 여러모로 감정이 가득한 날이다.


코로나든 아니든 아이들에게 오늘은 아빠 생일이다.

어제 고열이 나면서도 간간히 깨서 눈을 마주친 시또는 오늘의 기대감을 말한다.
시또: 빨리 내일 되면 좋겠다. 그 이유는 내일 말해줄게.
말하지 않아도 생일의 기대 때문임을 안다.

오늘 아침 아이는 일어나 말한다.
시또: 아빠는 초콜릿 케이크를 좋아할까? 생크림 케이크?
나: 근데 어차피 사러 못 가잖아.
시또: 그럼 어떡하지? 아빠가 가서 사는 건 쫌 이상한 것 같고... 오빠야 혼자가서 케이크 사 올 수 있나?
시또는 홀로 골몰한다.
나: 케이크가 있어도 같이 파티를 못하니까 다음 주에 할 수밖에 없지.
시또: 그럼 몇 밤? 그럼 아빠는 어떻게 해?
그리고 그림편지를 쓴다.
아빠, 생일 축하해. 아파서 다음에 또 생일파티 하자. 미안해. 세상에서 제일 많이 사랑해♡ 이♡♡

아이가 미안함과 아쉬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눌러 그림편지를 쓴다. 글자를 몰라하고 싶은 말을 내가 글로 옮긴 다음, 다시 글을 그린다. 아이가 마음을 담아 쓴 그림 편지가 신랑에게 생일의 아쉬움을 달래는 추억이 되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아빠 40번째 생일에 엄마랑 시또가 코로나걸려서~~~'는 매년 생일마다 따라 올 꼬리표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세상에 태어나 내 짝꿍이 되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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