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비야 Aug 26. 2022

혼자 학교 다녀온 감격을 기억하기

둘째를 위한 감정 기억

여름방학이다. 방과후교실을 신청했지만 한 번 갔다. 가족 휴가에 이어 아이의 독감, 그리고 줄 지은 코로나 확진 때문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이 눈 깜짝할 새 지나갔고 선행이나 복습은커녕 매일 놀기만 했지만, 시간을 두텁게 보낸 것 같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굉장히 바쁘고 (엄마가 아니라 아이들의) 끊임없는 움직임의 연속이지만 지금이 아니면 누릴 수 없는 것들이라 그것 또한 좋았다.


이번 주부터 학교와 유치원을 보내야 했다. 신랑이 이제 코로나 걱정도 없으니 보내자고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보내지 못했다. 아이들이 '딱 하루만, 응?'하고 말할 때, 나 역시 아이들과 자유로운 시간에 같이 머물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매일매일 땡땡이를 쳤다(나중에 엄마에게 땡땡이치는 법을 배웠다고 해도 할 말은 없지만 그 말을 들을까 두렵긴 하다). 어제는 큰 결심으로 가방에 준비물을 챙겨 넣고, 우리 셋은 서로를 마주 보며 결연하게 말했다.

 

 "내일은 꼭 가는 거야!"

아침이 밝았다. 어제 끓여둔 된장찌개에 각자 한 그릇씩을 비운다. 옷을 갈아입고 가방을 들고 문을 나선다. 사회로 나서는 아이들의 모습에 조금의 설렘과 불안들이 교차한다. 괜히 둘째 아이를 번쩍 들어 꼭 안았다가 내려준다. 둘째의 등원차량이 떠나고, 첫째의 학교로 향한다.(두 번째 등교가 방과후 마지막 날이라니...)


1시간 수업이라 돌아서자마자 다시 몸을 일으켜야 할 생각에 제안한다.

"쭈야, 올 때는 횡단보도까지 혼자 걸어와볼래? 지난번에 해봤잖아."

"횡단보도에 엄마 없으면 어떻게 해?"

"엄마는 당연히 기다리고 있지. (갑자기 번뜩.. 도전) 아니면 오늘 혼자 집에까지 와볼래?"

"모르겠어."

"그래, 천천히 생각해 봐. 학교 도착 전까지 알려줘."

아이는 짧은 시간, 깊게 고민한 후 대답한다.

"엄마, 혼자 가볼래. 집에 있어!"

결심이 굳은 듯, 아이의 목소리에 힘이 가득하다.


"잘 다녀와."

정문에서 배웅하고 돌아오는 길에 다른 아이와 아빠, 또 다른 집 아이의 엄마의 인사말도 똑같다.

"잘 갔다 와."

아이가 오늘 무리 없이 혼자 하교한다면 곧 나 스스로도 아이가 혼자 다닐 역량이 생겼음에 익숙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인사말과 헤어짐들이 뭉클하게 느껴진다.

한 시간이 지나고 하교시간이 되어갈 무렵, 마중을 나갈지 아이를 믿고 기다릴지 고민이 시작된다. 하던 일에 집중하며 아침의 다짐대로 기다리기로 한다.

'띠리링~'

카톡 알림이 왔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함께 설렌다.

잠시 후,

'삑삑 삐삐 삐삐~ 띠리링~(철컥)'

현관문이 열린다. 해님같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들어온 아이를 꼭 안아 감싼다.

"학교 나와서 다다다다~~ 뛰어왔어. 엄청 빠르지?"

엄마 없이 횡단보도를 처음으로 건너본 뿌듯함과 성취감에 아이의 어깨도 올라간다.

"오랜만에 학교 가니까 재미있었어!"

작은 일이지만, 아이의 도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몇 번이나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사실 나도 잠시지만 혼자의 시간이 반가웠다.


무엇이든 두 번째가 되어 처음의 감각만큼 신선하게 반응을 받지 못하는 둘째에게, 혼자 하는 일들이 생길 때마다 첫째에게 반응했던 감격으로 대하리라 다짐한다.


이 글은 둘째를 향한 다짐의 기록이다.

작가의 이전글 생일파티 파괴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