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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Oct 18. 2022

대견한 깻잎

한몸이 되다

누가 싹을 틔우라 한 적 없다. 아파트 베란다의 작은 화분에 깻잎 새싹이 자리를 잡았다. 부분을 세세히 보지 않고 전체를 관망하는 나는 새싹의 존재를 몰랐다.

"엄마~~!! 대박~! 깻잎이 났어~!!"

침대에 딱 붙은 채로 아이의 흥분을 들은 나는 그럴리 없다며 믿지 않는다.

"에이~ 깻잎 아니지, 심지도 않았는데."


베란다에는 손바닥 길이보다 더 긴 줄기를 가진 새싹이 있었다. 작은 이파리들을 보면서도 그게 깻잎이라 단정하지 않았다. 심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너도 참..글을 쓰며 어리숙한 나를 다시 본다..;;;;)


내 인정과는 전혀 별개로 걔(깻잎)는 무럭무럭 자랐다. 아이의 말에서 종종 깻잎의 이야기가 들렸다.

"언제 따먹지?"

고기를 굽거나 마트에서 상추를 살 때면 아이는 깻잎을 딸 기회를 호시탐탐 노렸다.

그러나 근원은 모르지만 건강하게 자라는 깻잎을 막 따먹는 건 뭔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베란다에 잠시 들릴 때면 유독 키가 큰 깻잎의 모습에 웃음이 났다.

"다음에~"

아이의 마음을 누른다.


"엄마~!!! 깻잎에 꽃이 폈어!"

이번에는 나도 빨리 베란다로 간다.

"우왕~~!! 얘 진짜 대단한데?"


그리고 며칠 후, 네이버의 10분 요리 동영상에서 우연히 보게 된 참치 쌈밥은 우리의 마음을 흔든다.

두 아이와 나는 베란다의 깻잎을 딸 때가 되었음에 동의한다!

그  전에 엄마께 전화를 걸어 오래된 깻잎을 따먹어도 몸에 탈이 나지는 않는지 확인한다(아..  무지함이 너무 부끄럽다). 엄마는 깻잎 스토리를 듣고 마당에도 그랬다면서 기대를 부풀어 넣는다.

"내년에는 더 많이 나올걸?"


얘를 내년에도 볼 수 있다니, 설레는 일이다.

아이는 가위와 그릇을 들고 수확에 나선다. 얘(깻잎)가 듣던 말던 우리는 진심의 칭찬과 격려, 고마움을 건넨다. 의도하고 심은 작물에서 제대로 된 수확을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작은 씨앗 하나가 대단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깻잎은 참치쌈밥으로 만들어져 네 식구의 한끼 식사가 되었다.

 

얘(깻잎)는 이제 우리와 한 몸이 되었다!

^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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