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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쾌한 빈 틈
게으름의 아침
10시까지 자유시간
by
나비야
Oct 23. 2022
토요일 아침(이라 쓰고 새벽이라 읽고 싶다) 6시 30분,
마치 쨍쨍한 정오처럼 두 아이는 햇살 가득한 목소리로 우리 부부의 침대에 찾아와
드러눕는다.
그리고는 애교를 가득 담아, 말을 건넨다.
"태블릿 봐도 돼?"
"안돼! 7시도 안 됐잖아, 좀 더 자자."
(깨기싫다깨기싫다깨기싫...어)
아침에 어울리지 않는 똘망한 두 목소리는 꿈 이야기부터 끝말잇기까지 신랑과 내 귀, 바로 옆에서 이어간다.
"오빠야는 어제 정말 꿀잠 잤어. 기차를 타고 놀러를 가는데 깼어. 좋은 꿈 꿨지?"
"시또도 꿀잠 잤어. 기차를 타고 사탕 나라를 갔는데! 거기에는 사탕이 정말 많았어. 그리고! 입을 아~! 벌리고 먹으려는데, 깨버렸어."
첫째의 꿈 이야기에 첨가물을 얹은 둘째의 시도가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귀에 쏙 들어온다. 남매의 경쟁은 이야기 속에서도 계속되나 보다.
7시, 겨우 등을 붙이고 있던 아이들과 겨우 등을 떼내는 우리 부부는 모두 침대에서 일어난다.
신랑은 출근 준비를, 나는 아침 준비를, 두 아이는 소파에 앉았다.
아침식사를 한다.
7시 30분, 신랑이 퍼뜩 아침을 먹은 후 출근하고 우리 셋은 식사를 이어간다.
8시 30분, 두 아이는 인형들을 거실로 소집해 태권도 학원을 차린다. 그릇을 대강 치우고 나는 안방으로 들어가 다시 눕는다. 첫째가 잠이 들랑 말랑 하는 내 귀에 대고 말한다.
"티비 봐도 돼?"
"으응(-,- ))Zzzzzzzzz), 10시까지 자유시간 하자~~zzz"
나는 잠에 취한 채로 제안한다. 이제 숙면에 들어갈 수
있겠지? 나는
꿈나라 입구에 섰다.
그런데
갑자기 아늑한 안방 문이 열리며 둘째가 빛과 함께 들어온다.
"자~ 얘는 페페예요, 어제까지는 또또였는데 오늘부터 이름이 바뀌었어요. 잊으면 안 돼요, 엄마? 방금 이름이 뭐라고 했지요?"
아.......ㅠㅠ정녕 둘째, 너는 TV의 마법에 아직 걸리지 않은 것이냐...?
"페..페?선생님, 저는 잠을 쫌.. 자야겠어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페페랑 얘(기린)가 지켜줄 거예요. 여기에 두고 나갈게요. 페페, 엄마를 부탁해."
웬일로 아이는 뒷걸음치며 문을 살포시 닫는다. 그 모습에 살짝 잠이 깬 나는 꿈나라 수호인형의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효험을 시험하러 드디어 잠에 든다.
와다닥 쿵쾅 주말 아침, 언제나 활기찬 아이들과 조금더 침대에 붙어있고싶은 부모 사이에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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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로 소소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는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싶어 오래 휴직했어요. 지금은 복직해서 바빠요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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