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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Oct 24. 2022

공개수업 참관기

'꼭 와야 돼!'가 아닌 '꼭 와야 돼??'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아이의 참관수업이 있었다. 아이는 참관수업이 있기 일주일 전부터, "엄마, 꼭 와야 돼?"하고 물었다.

  '꼭 와야 돼!!! 가 아니라 꼭 와야 돼???'라니...  당황스러웠다.


참관(참여) 수업을 떠올릴 때, 늘 고려해왔던 것은 교실에서 보이는 모습이 학부모님들께 어떻게 비춰질 것인가, 그리고 교사였던 내 입장이었다. 그래서 아이의 말은 내게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에서 시선들을 의식하겠구나, 그게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요즘 선생님이 큰소리로 발표하라고 하시고, 바르게 앉아라고 더 자주 말씀 하시겠네?"

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본다.

"어떻게 알았어?"

"응, 엄마도 선생님해봐서 알아. 근데 그날은 선생님도 떨린다? 엄마는 그랬어. 너도 떨려?"

"그정도는 아니고...."


매번 안내문을 통해 평소와 다른 환경으로 인해 아이들이 일상의 모습과 다른 행동들을 하더라도 이해해달라는 글귀를 알리면서도, 정작 진심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사실 참관수업은 시스템화 된 교육기관이 초대하는 것이지 아이가 초대한 것이 아니다(물론 자신의 생활공간을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도 안다. 시스템 안에서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도 자신의 역할을 연습하고 긴장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며, 참관수업 당일에 나는 학교로 향한다. 아이와 상의하여 방과 후 공개수업은 가지 않기로 하고, 대신 학급의 수업에는 가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학교로 가며 수많은 부모들이 스쳐간다. 코로나 19로 유치원에서의 공개활동에 참여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의 공간에 처음으로 초대받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부모들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하니 학교 공간이 보이지 않는 설렘과 긴장들로 가득 차 있는 듯했다.


이미 많은 학부모들이 교실 뒤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우리 아이는 가장 마지막 줄이었는데 곁에서 아이의 활동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리기를 마무리하고 필통 정리를 했다가 다시 서랍에서 꺼내 고치고, 답을 모두 완성한 다음에 다른 친구와 같은 답안을 듣자 지우개로 다시 지우고 새로운 답안을 쓰기도 하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말로 뱉어지지는 않지만 아이가 속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모두 전해지는 듯했다. 특히 답안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쓰는 모습을 보며 '잘하고 싶다'는 아이의 마음이 읽혔다. 손을 들고 발표하지 않아도 어떠랴? 보이는 참여가 아니라도 아이는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교실에서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타고난 성격이 부끄럼 많고,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해서 선택적 함구증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아이가 점차 사회의 공간에 적응해가는 모습이 너무 대견해서 뭉클했다.


아이가 집에 돌아와 "아, 드디어 공개수업 끝났다!" 한다. 나는 아이를 꼭 안아주며,

"엄마는 오늘 너무 감동적이었어. 엄마가 어릴 때는 부끄러워서 꼭 해야 할 말도 못 했는데 정말 대단하더라. 그래서 마음이 놓였어." 하며 느낌을 전한다.

아이는 나를 보며 씽긋 웃는다.

 


그러고 생각해보니 대학원 수업에서 사교육과 입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 선배는 교수님께 말했다.

"이런 이야기 해도 되나 모르겠는데, 교수님께는 죄송스럽지만, 요즘 애들이 의사나 교수, 뭐 이런 좋은 직종에 있는 부모를 둔 친구들한테 ' 똥 밟았다'고 한대요. 부모 둘 다 전문직이잖아요? 그러면 '진짜  큰 똥 밟았다' 이런대요. 부모들이 너무 뛰어나서 자식들은 당연히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요."

같은 강의실에 있던 우리는 용기 있는(?) 선배의 말에 막 웃었지만 사실 전문직뿐만 아니라 요즘 시대 부모의 모습을 한번 생각해볼 법한 문제이긴 하다. 부모의 꿈을 아이에게 그리고, 정해진 길로만 걷기를 원하는 모든 부모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우리 부부가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지 않음이 아이들에게는 다행이라 해야 할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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