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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Dec 14. 2023

아이 키우는 재미

12월에만 가능한 재밌는 육아

둘째는 울보이자 웃보다. 울다가 웃다가 변화가 심하니 때로는 배우같기도 하다. 12월, 크리스마스는 내게도 이벤트 기간이라 우리의 대화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자주 초청된다. 며칠 전, 둘째는 기억도 안나는 작은 일로 또 울었다. 침대로 가서 엎드려 누워 속상한 자기 맘을 봐달라고 큰 소리로 "흥, 흥"거리거나 "아앙~~"하고 울기도 했다. 감정이 꼭대기를 지나고 조금 잦아들자 나는 침대에 같이 누웠다. 그리고 장난이 떠올랐다.


핸드폰을 꺼내 내번호를 수신번호로 입력했다.

"산타할아버지께 문자 쫌 보내야겠다."

아이가 잠시 궁금해 베개에 파묻었던 고개를 든다.

"있지, 요즘 멸종위기 동물이 엄청 많은거 알지? 루돌프가 멸종위기라서 썰매를 못 끌어서 큰 일이래. 그래서 산타할아버지가 루돌프 대신 코 빨간 어린이를 찾고 있다잖아? 여기 있었네."

아이의 표정은 울음을 멈추고 터질 듯한 웃음도 참느라 실룩실룩거린다.

'훗, 걸렸구나~!'

나는 문자를 소리내어 말하면서 쓴다. 나도 웃음을 꾹 참지만 목소리로 새어나오는 재미는 숨길 수 없나보다.


" ♡♡아, 너 이거 뽑히면 진짜 좋겠다. 하루밤새 지구한바퀴 도는거잖아? 우와...진짜 뽑히면 좋겠다~!"

"엄마, 이거 거짓말이지?"

"보내보면 알지."


문자를 쓰는 동안 아이는 자기 장점에 웃고 받고 싶은 선물에 잠시 고민하며 울음을 뚝 그치고 웃었다. 그리고

[산타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세요]를 직접 문자로 적어 보냈다.


나는 이날부터 지금까지 아이와 한 장난이 운전하다가도 웃음이 날 만큼 너무 재밌다. 그래서 오늘은 아이에게 답장을 보여줬다.

"이거 아니잖아?!"

"너 립스틱(유아용 화장품)있잖아? 그거 칠하면 되겠다."

"아니~ 나 립스틱 없어."

긴가민가 1%의 진실의 가능성을 남겨놓는 두 아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12월, 아이 있는 집에 육아의 즐거움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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