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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Dec 12. 2023

도전의 나날(일곱 살 둘째의 홀로 자기)

애틋한 방 분리와 해방

일곱 살과 아홉 살 꼬맹이는 몇 년째 함께 잠들었다. 올해가 되어 일곱 살 꼬맹이는 얼떨결에 아홉 살 오빠의 방 분리로 혼자 자게 되었다. 이제 우리 가족은 나와 신랑, 아홉 살 아이, 일곱 살 아이 이렇게 각자 잔다. 방을 분리하는 첫날 우리 부부는 두 아이가 곧 우리 침대로 돌아올 것이라 예상했다.


그. 러. 나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아침이 되어 거실로 나왔다. 조금씩 헤어지고 있다는 느낌에 아쉬우면서도 '드디어 졸업인 건가?' 하는 해방감도 들었다. 분명한 건 방을 분리하며 각자의 공간이 생겼고 자기 생활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는 거다. 우리가 서로 분리되는 기념적인 날이었다.


아이의 발달은 나선형으로 일어난다. 우리의 방 분리도 그랬다. 오빠와 스스로 경쟁하느라 '혼자 잘 수 있어'라는 의지와 다르게 새벽 3시면 어김없이 우리 침대로 들어오는 둘째. 어쩌면 아직 너의 방문은 당연한 걸지도...


그러던 어느 날 아이도 스스로 혼자 자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깨닫는 사건들이 있었다.

 

[# 1. 새벽 3시마다 우리 방에 오는 이유]

둘째는 첫째에게 꿀팁을 준다.

"오빠야~ 엄마, 아빠 곁에 자고 싶으면 첫 번째는 안돼. 먼저 한 번 자고 일어나서 그때는 엄마, 아빠 침대에 갈 수 있어. 알았지?"

그러나 한 번 잠들면 아침까지 깨지 않는 첫째는 우리 침대로 올 수가 없다. 그래서 늘 둘째만 온다.^^


[# 2. 사랑은 계속 확인해야 하는 거야?(스티커)]

어느 날부터 잠들기 전, 둘째는 나와 신랑에게 스티커를 주기 시작했다.

"이건 내가 엄마랑 아빠를 사랑한다는 표시야. 자면 뽀뽀해 줘."

잠들면 뽀뽀를 아무리 해도 모르면서 방에 들어가기 전, 아이의 인사말은 똑같다. 그리고 손이나 옷에 스티커를 붙이고 들어간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는 스티커를 주는 방식을 바꿨다.

"자면 나한테 뽀뽀해주고 스티커 꼭 찾아가~♡"

자기 손등에 스티커를 붙여놓고 밤새 나와 신랑의 손등으로 옮겨가도록 시스템을 고안했다.


 아이의 말을 잊은 다음날 아침, 둘째는 자기 손등에 여전히 붙어있는 스티커를 보며 토라진 말투로 묻는다.

"엄마! 어제 뽀뽀 안 해줬찌?!"

"응? 어제 백 번도 넘게 했지~^_^"

"그래? 근데 왜 스티커 안 가져갔어? 오늘부터는 꼭 갖고 가. 이 스티커는 내가 엄마를 사랑한다는 표시니까~!"


사랑은 꼭 꼭 확인해야 하는 건가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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