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새학기
사랑하는 1학년 딸에게
사랑하는 윤아, 오늘 학교는 즐거웠니? 방금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정규 수업을 마치고 방과후 수업이 처음 시작되는 날이라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울먹이고 있는 너를 발견하고 정문으로 나간다는 말에 친구 손을 잡고 보냈는데 다시 교실로 돌아왔다고. 그리고 방과후 선생님께서 데리러 오셔서 함께 갔다고 하더구나. 담임 선생님께서 상황을 자세하게 말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 너를 만났을 때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고 엄마가 알려줄 것들을 미리 생각할 수 있어서 참 좋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엄마도 유치원으로 돌아가면 작은 일들을 가정으로 알려줄 수 있는 친절한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도 생각했어.
지금 엄마 마음에 자리한 가장 큰 부분은 윤이의 마음 상태야. 학교 공간이 낯설고 크게 느껴졌을 건데 지금은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신경이 쓰인다. 전화를 끊고 생각해보니 혼자 어떤 장소로 이동하거나 다음 행동을 스스로 인지하고 움직여야 하는 상황이 너에게 낯설겠다 싶었어. 하지만 점점 익숙해지고 혼자만의 루틴도 생기기 시작하겠지.
엄마가 살아보니 세상을 살아가면서도 매번 새로운 공간이 나타나더라. 낯선 장소나 새로운 환경에 들어갈 때마다 엄마도 윤이처럼 멈칫하고 어떤 장소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탐색하고는 한단다. 그리고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겁 없이 쉽게 적응했으면 좋겠다’하고 생각하지. 그러다가 새 환경에 들어가 어느새 같은 장면에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순간이 오면 마음이 진정된다.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다른 사람이 쉽게 하는 것처럼 다른 사람이 어려워하는 것을 내가 쉽게 하고 있을 때도 있으니 그렇게 비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되지.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는 쉽지 않지만 윤이는 아직 어리고 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반드시 더 잘 적응하게 될 거야.
엄마는 앞으로 윤이의 학교 생활이 어떨지를 미리 알고 있단다. 윤이가 학교에서 장난도 치고 선생님께 이야기도 잘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걸 말이야! 그리고 학교의 시간표와 교실과 특별실도 익숙해져서 엄마한테 조잘거리며 설명해주는 날도 곧 다가올 것을 알고 있어! 좋은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것은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더라. 오늘 윤이가 집에 돌아오면 엄마가 알고 있는 미래의 결과들을 너에게 말할 작정이야. 윤이가 이런 내용을 의심하지 말고 믿어주면 참 좋겠다.^^
오늘 엄마는 너를 보내고 집을 정리했어. 여러 군데 섞여 있는 그리기 도구들을 하나의 바구니에 칸칸이 정리하고 이제 쓰지 않는 스케치북이나 이미 다 만든 작품들을 버리기도 하고 새로운 빈칸들을 만들어 냈지. 하나의 일이 마무리되면 또 새로운 일이 생겨나고, 그 일이 마무리되면 해야 하는 일이 또 보이고! 집안일은 마법처럼 계속 불어나는 것 같아. 그래도 엄마가 휴직하고 있으니 직장에서 일하는 것만큼 몸을 움직이면 이 정도는 금세 마무리할 수 있지! 너희들이 집에 돌아와서 정리된 것들을 눈치채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면 좋겠다. 곧 만나자, 우리 딸! 너의 학교 생활을 응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