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물인 딸기가 들어가기 전에 우연히 지나가는 거리, 또는 마트에서 잼용 딸기를 만날 수 있기를.
꼭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보다 기회가 된다면 딸기잼을 만들어보자는 얕은 다짐.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태도는 깊은 생각으로 이어질 리 없었고 [딸기 5상자에 9천9백원]은 내 정신을 홀~~ 빨아가 버렸다. 귤잼, 살구잼의 경험이 있던 나는 딸기잼도 내 목록에 올리기로 마음먹었다.
매번 사 먹는 잼을 직접 만들기로 하니 제법 살림꾼의 탈을 쓴 기분이 들었다.
1. 딸기를 씻는다.
2. 꼭지를 딴다.
3. 꼭지를 딴다.
꼭지를... 땄다.
...
수제잼 시장의가격이 주는 타당성을 납득했다.
[ 한 번에 끓일 냄비가 없구나]
그제야 끓인 후 넣을 병도 없음을 깨달았다.요리 습관이 안 잡힌 주부(?)의 실패기가 될 것인가..?
"엄마, 있다가 딸기 으깨는 건 내가 한다!"
학원가는 두 아이가 딸기잼 만들기에 동참할 의사를 밝힌다. 학원이 끝나기까지 나는 딸기를 씻고 꼭지를 땄다.
그리고 조물조물, 두 아이가 딸기를 으깼다. 집 안에 딸기향이 한가득 들어차고 딸기즙 사이에서 덩어리를 찾아내며 주먹을 꼭 쥐어 또 즙을 짜낸다.
그리고 다시 나의 시간. 연차만 쌓인 요리의 초보는 혹시나 탈까 봐 젓고 또 젓는다. 설탕을 들이붓고 또 젓는다. 어느새 밤이 되어 신랑이 운동을 다녀올 동안 나는 한자리에 서서 같은 행위를 반복한다. 걸으면 괜찮은데 오래 서 있으니 다리가 아프다. 아직 정리 못 한 빈 딸기 상자를 보니 순간의 선택이 떠올라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짜잔, 되기는 되었다!
김치통으로도 쓰는 크기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줄 세워 놓으니 그럴듯하다.
아이들은 어린이날 선물을 준 삼촌을 잊지 않고 한통을 삼촌에게 보낸다. 그리고 할머니댁에도 맛보라고 한통을 챙겼다. 자기 지분이 들어가 있으니 나눌 때도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