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회. 어제 밤새 내린 비에 운동 소질 없는 첫째는 운동회가 취소됐으면 했고 멋모르는 둘째는 설렘을 가득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갑자기 편두통이 도져 새벽에 타이레놀을 먹었고 휴직 중이면서도 날씨로 행사가 고정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하는 학교 선생님들의 마음에 감정이입되어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아침 7시가 되어서야 30분 늦게 운동회를 시작한다는 알림이 왔다.
두 아이에게 아침식사를 준비해 주고
"오늘 몇 등에 도전?"하고 물으니 첫째는
"나랑 뛰는 친구들이 한 명 빼고 잘 못 달려. 그래서 2등, 아니면 3등? 할 수도 있어!"하고,
둘째는
"지난번에는 출발하고 한 5초? 있다가 출발했거든. 그래서 나는 1등 할 거야. 근데 친구들이 너무 빨라."했다.
나는 학창 시절 달리기 1등을 해본 적이 없었다. 대부분 2, 3등이었지만 도장을 못 찍는 일도 없었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은 늘 순위권밖이다. 아버님께 얘기하니 본인 닮아 그렇다고, 신랑도 달리기를 못한다고 유전의 탓(?)으로 인정하셨다(내 유전자는 어딨니?).
달리기가 시작되었다.첫째의 말대로 아이의 조에는 한 아이만 독보적으로 빨랐다. 나머지 세 아이는 정말 한 뼘 차이로 쪼르륵 서서 달렸다. 표정은 최선인데 속도는 셋다 비슷하다. 부모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순간, 3등을 했다. 달리기 조를 잘 만나 초등 3년 생활 중 첫 번째로 등수에 들었다.
착한 사람 눈에만 보이는 3등 도장, 엉덩이 모양으로 찍혔다고 전해진다.
신이 난 신랑은 바로 시댁단톡에 순위를 자랑(?)했고 돌아온 아버님의 답장에 나는 빵 터지고 말았다.
아버님은 너무 기분이 좋으셨는지 점심시간에 나랑 통화를 하시고서도 저녁에 둘째에게 위로의 전화를, 첫째에게 응원의 전화를 하셨다(둘째는 정말 잘 달렸는데 중간에 신발이 벗겨졌다ㅠㅠ띠로리... 내년엔 안 벗겨지는 신발을 미리 준비하자!!!).
우리 엄마, 아빠도 운동회가 하루 지난 오늘까지 어제 아이들의 활약상(?)을 말씀하신다. 아빠는 아침에 전화가 와서 둘째가 "신발이 벗겨지지 않았으면 1등이던데" 하며 아쉬워하셨다.
어느 집의 1등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은 3등과 더 많은 위로를 받은 순위권 밖의 등수,
'행복지수로는 너네가 최고 아닐까?' 싶었다.
아이들의 성장을 그대로 지켜봐 주시는 부모님과 그 사랑을 받고 아이를 키울수 있는 환경에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