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인증 받은 날.

by 나비야

좋은 엄마가 아닌 사건 앞에서 나는 좋은 엄마 인증을 받았다.

우리 둘째는 잘 웃고, 화도 잘낸다.

나를 참 웃겨주기도 하지만, 정말 화나게도 만든다.

둘째에게는 어떤 감정이든 장이 넓고 폭이 깊다. 그래서 아이의 짜증에 한 번 걸리면 그녀와 대화하는 누구든 짜증에 걸려 넘어지기 일쑤다. 나는 물론 부지기수로 짜증의 그물망에 걸려 넘어졌다.

얼마 전, 둘째가 또 짜증을 가득 채워서는 여기 저기에 쏟아냈다.

늘 그렇듯 처음에는 맞춰준다. 그러다가 도저히 내 생각을 벗어난 상태가 되면, 내가 받은 짜증을 아이에게 그대로 되돌려준다. 되돌려주는 이유는 내가 화를 못참는 마음이 가장 크고, 함께 있는 사람들 사이의 분위기가 짜증-화가 되면 그게 누구에게든 들러붙어 잘 떨어지지 않는다는 걸 이렇게라도 경험을 통해 통찰하기를, 그게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가는 느끼는 때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약간은 섞여 있다.

그럴 때마다 기억은 지우고 싶고 기분은 늘 찝찝하다.


그 날도 아이는 슬슬 시동을 걸었다.

요렇게, 조렇게, 이렇게, 저렇게... 우리 관계 안에서의 감정이 고조되지 않고 주저앉기를 바라며 그 날, 그 시간 안에서의 최선을 다해 좋은 대화를 나누려 시도했다.

내 한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아이가 제발 멈춰주길 바랬지만, 아이의 감정은 잘 정리되지 않았다.


나는 평소 최악의 말이라 생각하며 사는 문장을 아이에게 했다.

"윤아, 안되겠다. 너 다른데 가서 너 기분 다 맞춰줄 좋은 엄마 새로 구해라. 엄마는 네 엄마 못하겠다."

말을 하자마자 '아차'하며 주워 담을 수 없는 말을 뱉은 나를 자책하며 한숨 쉬었다.


내 말을 들은 아이에게 짜증이 갑자기 멈추어 섰다. 그리고 평소의 애교섞인 말투로

"안돼~에. 어디서 이렇게 좋은 엄마가 어딨어?"

하고 우리 사이의 끈을 느슨하게 만들어 버렸다.


'풉, 핏'

웃음이 새어나왔다. '좋은 엄마라니...'

아이의 투정 속에 담긴 '좋은 엄마'라는 평가가 참 고맙고,

그런 줄 알면 고만 쫌 하자...하는 장난 섞인 진심도 생겨난다.


자책의 문장에 좋은 기억을 덮어줘, 우리의 일상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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