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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야 Jan 21. 2022

같이 놀자는 아이, 도망가는 엄마

나는 도망가며 훔쳐보는 엄마다!

 한 시간 안에도 몇 번씩 아이들은 ‘엄마’를 부른다. 만들기를 하면 보여주기 위해서, 역할놀이를 하면 추가된 역할이 필요해서, 노래를 함께 부르기 위해서...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같이’하길 원한다.


 나는 시간 안에서 허락되는 만큼만 아이들의 초대에 응한다. 때로 초대에 응하면서 빨리 그 상황에서 벗어나 남은 집안일을 하거나 나의 여가를 즐기기 위한 궁리를 하기도 한다. ‘엄마’라는 단어에 담긴 역할과 책임들, 그 단어에 다 담기 어려운 ‘엄마’라는 존재를 내가 수행해야 할 때 나는 행복하기도 혼란스럽기도 하다.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마르셀은 순수 과거로 기능하는 마들렌 과자를 맛보며 콩브레를 떠올린다. 마르셀이 떠올린 콩브레는 과거 그대로의 콩브레가 아닌 마르셀이 새롭게 창조한 콩브레이다. 마들렌 과자는 감각의 기호로 마르셀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주말에 부모님과 아이들을 데리고 꽃시장에 갔다. 

엄마는 “얘들이 크면 무슨 꽃을 샀는지는 기억 못 해도 우리가 같이 꽃을 사러 왔다는 느낌은 알겠지?”하신다. 엄마의 말씀을 들으며 부모님께서 나의 인생에 수많은 마들렌을 숨겨두셨음을 느낀다. 나도 아이들의 삶에 달콤하고 따뜻한 마들렌을 숨겨두고 싶다. 


 매일의 오늘이 아이들의 삶에서 떠올릴 긍정의 가능성을 품고 있는 사건들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이상을 꿈꾸지만 현실에 발붙여진 엄마는 여러 선택지 앞에서 여전히 갈등한다. 나는 '같이 놀자'는 제안에 도망가며 아이들의 놀이를 훔쳐보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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