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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유쾌한 빈 틈
아이와의 치열한 결투
진심으로 임하다.
by
나비야
Jul 4. 2022
어른인 척, 엄마로 마음을 다스려보는 노력을 하다가도 욱~!하고 화가 솟아날 때가 있다.
여덟 살 첫째와 싸웠다.
이런 때면 마치 꼬맹이 시절 친구와 '절교-화해-베프'의 순환고리를 다시 아이와 나 사이에서 이어가는 느낌이 든다.
갈등이 생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아이는
마음을 그대로 읽어주면 잔잔해졌고
우리는 함께 서로를 배워왔다.
아이는 요즘 변했다.
일단 무조건 우겨보거나 뻔뻔함의 가면을 쓰기도 한다.
화를 내고 동생을 슬슬 놀리며 울리기도 한다.
일부러 약올리고 도망간다.
물러서는 방법을 잊은 것 같다.
아이가 변하여 우리 사이에 싸움이 잦아지는 걸 보면
그동안 내가 아이를 잘 키워서가 아니라
아이가 잘 맞춰 커 온 것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된다.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변화임을 알면서도
상황을 맞이하는 엄마의 마음은 불편하다.
아이와 함께 결투의 덫에 걸려들었다.
아이는 여덟해동안 수집한 기분 나쁘게 하는 말과 태도들을
마치 새 무기를 시험하듯 꺼내 뱉는다.
우리는 둘다 정제되지 않은,
전투력 100의 모드로 싸움에 임한다.
어른과 아이를 내려놓고 보면,
나의 아이가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깨닫게 된다(그리고 마음 한켠으로 안심도 하게 되는 아이러니함이란...).
둘의 결투에서 서로 대치하며
절정을 지나 맞이하는 파국만이 있을 뿐,
진심으로 임하는 자에게 물러섬이란 없다.
물러섬은 자존심을
지하 저 아래로 던져도 괜찮을 거라 믿는 용기다.
슬프게도 아직 내게 그 용기가
딱 필요한 순간 나타날 때는 거의 없다.
물론 아이에게도 그런 순간은 없다.
어젯밤 불꽃 튀는 전쟁 후, 아이는 바로 잠이 들었지만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내 입에서 나온 화로 가득한 말이
아이를 향하고 있었음에
스스로 놀라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고,
그럼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아이의 말투와 태도에 충격을 받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침이 되어 눈을 비비며 일어난 아이가 눈을 마주치고 '엄마, 사랑해'하고 말하는 순간,
깊은 밤의 뒤척거림들은 마법처럼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미련하게 남은 마음 한자락을 붙잡고
식탁에 앉아
지난
밤의 일에 대해 말한다.
"엄마는 속상해서 한숨도 못 잤어"
"나는 잘 잤는데~ 엄마는 시또한테
좋은 건 오래 기억하고 안 좋은 건 빨리 보내라고 했잖아
?
엄마는 그렇게 못했네?"
아이는 일상으로 답한다.
하하하..........딩딩딩.......그렇네.
'니가 이겼다.'속으로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사실 지나고 보면 발단은 아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기싸움에 휘말리면,
현명함과는 멀어진다.
결투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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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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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엄마로 소소한 일상을 기록합니다. 내 아이가 자라는 순간을 오롯이 느끼고 싶어 오래 휴직했어요. 지금은 복직해서 바빠요 바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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