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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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는 어떻게 많은 일을 실수 없이 빠르게 잘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사칙 연산을 열심히 하는 반도체도 있고, 연산의 결과물을 한 곳으로 모으는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의 순서를 정하는 반도체도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회사 또한 마찬가지다. 누군가는 서류작업을 해결하고, 누군가는 더 많은 매출을 위해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일해서 나온 결과물을 분석하고 더 효율적으로 회사 시스템을 바꾸어가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회사에서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 모여 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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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는 반도체가 아니다. 상사는 몸과 마음을 가진 사람과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안타깝게도 많은 상사들은 회사에서 감정을 무시한 채로 일하는 것이 프로페셔널하다는 착각 속에 빠져 산다. 상사는 팀원들의 감정과 상황을 고려하여 팀이 훌륭한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좀 더 구체적으로 상사의 책임(역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책 <radical candor, kim scott>에서는 상사는 1. 조언, 2. 팀 구축, 3. 성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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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는 이 책임을 지기 위해서는 조언, 팀 구축, 성과에서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깊이 있게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상사의 3가지 책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팀원에 대해 깊게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상사의 책임은 결국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고, 올바른 태도와 전략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해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직원에 대해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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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솔직함"이란 상사와 직원 사이에 필요한 새로운 관계 원칙이다. 상사와 직원 간에 신뢰를 쌓고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으나, 그 방법들은 사실 맥락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일종의 스킬이다. 스킬만 익히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그 이유는 이미 말했듯이 특정 맥락에서만 잘 들어맞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근본적인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근본적인 동시에 안티프레질(어떤 충격에도 무너지지 않고 대응할 수 있도록)하게 직원의 능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1.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는 것, 2.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두 가지 방법이야말로 팀장이 자신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시작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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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업무적 관계를 넘어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는 직원이 어떤 것을 위해 팀에 합류하게 되었는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 알아가는 것과 같이 직원을 인격을 가진 개개인으로 대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을 할 때, 감정을 버리고 일만 하는 것을 당연시하고 추구한다. 그런데 사람에게서 감정을 떼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감정을 가진 사람임을 부정할 필요가 없다.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마땅히 인정할 것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풀리기 시작한다. <radical candor, kim scott>에서는 아래와 같이 말한다.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
이와 관련해서 직접 겪은 사례를 말해보겠다. 임베디드 설계를 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친구인 '패드로'는 나에게 고민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사업에 관심이 없다고 고백했다. 회사의 원대한 비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한다. 단지 VHDL(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술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기술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자신이 직접 그 기술을 구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것에만 관심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목적이 회사의 목적과 다르다는 사실을 상사가 알게 되면 자신에게 불이익이 주어질까 봐 두려워서 자신의 목적을 말하지 못하겠다는 고민을 말해주었다. 이에 대해 나는 그에게 다른 시각을 가져보라고 추천했다. 자신이 정말로 VHDL 기술에 관심이 많으면 그의 상사는 오히려 그 일을 더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그를 도와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뚜렷한 목적을 가진 사람의 열정은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또한 혹시 패드로의 상사가 패드로가 능력을 키우고 나서 회사를 떠난다는 것을 알아버릴까 봐 두려운 것도 패드로의 불필요하게 과한 걱정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왜냐하면 급변하는 요즘 시대에 그 어떤 CEO도 바보가 아니고서는 한 사람이 한 회사에 평생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회사를 떠나는 현상은 현대 사회에서의 자연의 섭리와 같다. 사실 이러한 조언은 패드로의 상사를 내가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의 상사와는 나와 함께 더 나은 조직 문화에 대해 고민하고 연구하는 관계이다. 그래서 패드로의 상사는 패드로의 목적을 알게 되면 더 기뻐할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패드로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실제로 패드로는 현재 그 회사에서 VHDL 기술을 연마한 뒤, 더 좋은 회사로 이직했다고 한다. 패드로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서 기분이 좋고, 패드로의 상사가 있던 스타트업은 패드로의 우수한 능력을 잠시 빌릴 수 있어서 이득을 보았다.
사실 이 사례는 직원이 솔직한 자세와 함께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 자신의 목적을 이야기하고 win-win-win 관계를 이루었다. 직원이 이러한 이야기를 상사에게 먼저 하는 것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상사는 패드로와 같은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상사는 평소에 패드로에게 패드로의 꿈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상사의 목표는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개인적 관심을 가져야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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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솔직함의 두 번째 요소는 '직접적 대립'이다. 사람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들으면 위협감을 느끼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 솔직하게 평가하는 직접적 대립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팀장은 직원들끼리, 혹은 팀장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도록 회피하지 않고 허용함으로써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그 이유는 1. 성공과 실패를 모두 언급함으로써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을 보일 수 있으며, 2. 자기 잘못을 기꺼이 인정하고 자신과 직원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다녔던 스타트업 CEO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겠다. CEO는 나와 10살이 넘게 차이가 난다. CEO는 내가 '나이를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에 나의 문제 해결 능력을 팀을 위해 자유롭게 발휘하지 못할까 봐 걱정했다. 그래서 그는 나에게 회사에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꼭 찾아달라고 부탁을 하였고 팀이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제든지 알려달라고 하였다. 그리고 CEO는 자신에 대한 비판을 받기 위한 회의도 자주 열어, 직원과 상사가 직접적인 대립을 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주었다. 덕분에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더욱 개선되었으며 좋은 조직 문화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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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에서는 상사의 역할에 대해서 알아본 뒤,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솔직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개인적 관심'과 '직접적 대립'을 통해 완전한 솔직함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