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쟁이에서 사업가가 되기까지
한동안 서평을 쓰지 않고 일상적인 글도 쓰지 않았다. 지금은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손에서 펜을 놓았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펜은 지금 당장 굶주린 나의 배를 채워주지 못한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펜으로는 세상을 더 좋게 바꾸어주지 못한다.
내가 지금 들고 있는 펜으로는 내가 가야 하는 길의 방향을 밝혀주지 못한다.
그래서 손에서 펜을 놓았다. 그리고는 나를 가로막는 벽과 몬스터를 깨부수기 위해 검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워서, 그리고 지금 삶이 썩 나쁘지도 않아서 한참을 제자리에 서있었다.
이제 나는 드래곤이 있는 방에 들어가서 드래곤을 죽이거나 길들여서 드래곤의 힘을 흡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 못함에 평생 불행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검을 뽑았고, 드래곤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다행히 나는 드래곤에게 살해당하지 않고 아직 살아있다.
운이 좋게도, 드래곤의 모습과 공격 패턴은 어느 정도 알아내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드래곤 방 밖으로 잠시 나와 이 글을 쓴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스타트업에 관련된 내용만 보고 싶으면, "*구르고 베고 찌르고 피하는 법"이라고 적어둔 단원으로 가자)
나는 소프트웨어, 펌웨어를 개발하는 프로그래머이다. 그와 동시에 조직문화와 시스템,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관심사로 인해 나는 나의 회사를 만들고 싶게 되었다.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은 고교 2학년 때부터 시작되었다. 우연찮게 고교 2학년 말에 POSTECH에서 대학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그때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인 형을 만나 이야기하게 되었다. 당시 그 형은 알파고 사건을 계기로 관심이 생겨 인공지능과 관련된 대학원을 준비하고 있었다. 형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뇌과학과 프로그래밍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하게 되었다. 그랬더니 그 형은 나에게 뇌과학과 프로그래밍의 조합템인 인공지능을 공부해보기를 추천했다.
당시의 나는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기술적 자만심에 빠져 있었지만, 인공지능만큼은 내가 만들 수 없다고 선을 그었던 영역이었다.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접근해야하는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형의 격려 덕분에 나는 내가 이해하거나 만들 수 없다고만 생각했던 딥러닝을 공부하게 되었다.
그 형 덕분에 나는 두 가지를 얻게 되었다. 첫 번째는 내가 도전하기엔 아직 한참 부족할 거 같은 인공지능을 내 손으로 만들 수 있게 해 주었다. 즉, '불가능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자세'를 내게 건네주었다. 두 번째는 인공지능을 공부하면서 현재의 AI가 어떤 작업까지 인간을 대신할 수 있는지에 대해 최전방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나는 '지금 내가 고등학교 공부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구나! 세상이 미친 듯이 바뀌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고등학교 자퇴를 결심하게 되었다. 결국 자퇴를 하지는 않았지만, 자퇴를 결심하면서 내겐 '(교과 과정을 마쳐야한다는)당연함에 도전하며, 내가 갈 길은 내가 만들어 나가는 힘'을 얻게 되었다. 이 두 가지는 정말 내게 소중한 자산이 되었다.
이러한 일들을 겪으며 나는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생겼다. 우선 내가 직접 스타트업을 설립하기 이전에 다른 스타트업에 들어가서 일해보기로 결심했다. 첫 번째로 나를 팀원으로 받아준 팀은 공유 오피스에 사무실이 위치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공유 오피스를 사용하는 다른 팀들과도 계속 소통하면서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을 통해 스타트업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축적해 나갔다.
시간이 흘러 나는 1년 반 동안 함께한 팀에서 나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다른 스타트업 팀에 들어가 다양한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초기 스타트업의 공통적인 문제점을 알게 되었다. 그 문제점은 바로 '초기 스타트업은 굳이 팀플을 할 필요가 없다'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혼자서 하고, 여러 명이 해야 하는 일은 여러 명이 일해야만 일이 똑바로 굴러간다. 그치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여럿이서 하면 오합지졸이 되는 것만 같았다. 오히려 초기 스타트업은 나 혼자서도 운영이 가능해 보였다. 올바른 방법으로 진행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들이 맞는지 테스트하고자 모든 조직으로부터 나왔고 모든 스카우트를 거절했다. 어떤 팀은 30만 명의 실사용자를 가진 서비스를 운영하는데 나에게 상당히 많은 월급과 지분을 제안했다. 주니어 개발자인 나로서는 과분한 제안이었고, 대표님의 마인드가 나와 잘 맞아서 고민되었지만 더 이상 남을 위해 일하느라 나의 궁금증과 설레는 마음을 미룰 수 없었다. 그정도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스타트업의 문제점을 모두 개선하고, 내가 그동안 학습한 내용을 적용해서 스스로 조직을 만들어 나의 가설을 테스트하고 싶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혼자가 되었다.
내가 나의 스타트업을 위해 지금 당장 모든 조직에서 나온 행동은 상당히 안정적이지 않은 결정이었다. 월급 좀 더 받고 나올걸..ㅎㅎ 하지만 아직 나는 젊다. 이 젊은 나이에 '내가 생각하기에 엉뚱하고 의미없는 일'을 하는 것만큼 더 불안정한 선택은 없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검소(?)하여 월지출이 적으며, 약 2년 동안 노숙자 생활을 통해 나의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이미 알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나는 지금 당장 모든 조직에서 나와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안정적인 결정이라는 최종판결을 내렸다.
모든 조직으로부터 나오고 모든 밥줄은 끊어졌다. 물론 부모님이라는 무이자 무한도(물론 부모님이 가능한 범위까지..ㅎ)라는 엄청난 금융사가 있지만 그건 웬만해서는 절대 쓰지 않을 것이다. 이제 처음부터 내가 시작해야 한다. 난 내 목표인 드래곤을 잡기 위해 던전으로 들어갔다.
기세 등등하게 던전으로 내려갔지만 역시 처음 하는 일과, 혼자서 하는 일은 언제나 두렵다. 던전 입구에 들어가기 전, 나의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나는 여러 스타트업에서 시스템이 엉망인 것을 보았다. 당장의 '급하고 중요한 일'만 처리하느라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을 하나도 처리하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이는 스타트업의 효과적인 운영체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어려 스타트업에 적용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만들어서 여러 스타트업에 팔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우선 스타트업의 운영체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모으는 동시에 시스템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에게도 그 중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이를 위해 유튜브에 시스템과 관련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고, 블로그에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영상 몇 개를 올리다 보니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심지어 운영체제를 스타트업에 적용했을 때, 그들이 운영체제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보장도 없다.
정리하자면, 내가 처음 시도한 계획의 문제점은,
1. 내가 생각한 문제 해결 방법이 고객의 문제를 정말로 해결해 줄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2. 고객을 만들기 전에 내가 굶어 죽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컸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나는 최종 결정을 내렸다.
-우선 나는 당장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걸리는 사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서비스는 고객에게 충분한 가치를 제공하지 못해서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사라진다. 고객에게 나의 제품이 가치가 있을지 합리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
-지금 당장 고객을 확보하려면 완전히 새로운 것에 도전해서는 안된다. 나에게 아주 익숙하며 빠르게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아이템으로 매출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방구석에 앉아 글이나 쓰던 행위를 멈추었다.
펜을 놓은 것이다.
내가 탁상공론을 하지 않고 현실에 대응하기로 마음먹은 순간, 놓았던 펜은 벽과 괴물을 물리칠 검이 되었다.
손에 검을 쥐고 나서 나는 책에서만 배웠던 칼을 다루는 방법을 실제로 적용해서 검을 휘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검을 쥐고 연습했던 기술들은 다음과 같다.
1. 안티프레질
2. 프리토타이핑
3. 마케팅
4. 아웃소싱
이에 대해서 조금 자세하게 이야기를 해보겠다.
1. 안티프레질(anti-fragile)
술을 담아둔 도자기를 생각해보자. 도자기에는 아름다운 수묵화가 그려져 있으며, 그런 아름다움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심지어 아름다운 도자기 안에 담긴 술은 취하는줄 모르고 술술 들어간다. 너무 매력적인 도자기이다. 그렇지만 도자기는 단단한 재질로 꽉 채워져 있지 않아, 떨어뜨리면 산산이 조각난다.
반면 마블 영화 속에 나오는 시커멓기만 한 비브라늄은 그냥 돌맹이처럼 생겼다. 하지만 비브라늄은 충격을 받으면 충격 에너지를 저장하는 동시에 보랏빛을 띠며 더 아름다워진다. 당신은 도자기를 가지고 싶은가 비브라늄을 가지고 싶은가? 물론 취향에 따라 무엇을 가지고 싶은지 다르겠지만, 나는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는 비브라늄과 같은 회사를 가지고 싶었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텅 빈 도자기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면 비브라늄을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충격이 없길 바라며 살지 않고 언제든 충격이 온다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되는 것 같다. '제품이 안 팔리면 어떡하지?' 라는 자세를 한다면 도자기에 가깝다. 반면 '안 팔리는게 당연하고, 잘 팔리면 땡큐!'라는 자세를 한다면 비브라늄과 같은 회사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스타트업에 적용해서 나는 이렇게 결정했다.
-지원 사업으로 초기 자금 마련에 대해 : 지원 사업을 통해 초기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것은 충격에 깨지기 쉬운 형태이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지원 사업은 지원서의 형식에 맞춰 소설을 써야 하며 대면 평가를 위해 밤낮없이 사업 소개 대본을 외워야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고객을 발생시키거나 만족시키는 것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지원 사업에 선정된 뒤에도 문제가 있다. 지원 사업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여러 문서를 통해 관리되어야 하고 민첩함이 생명인 스타트업에서 수많은 결제를 받아야만 하며, 사업계획에서 벗어난 곳에는 돈을 쓸 수 없다. 그리고 지원 사업이 끝날 때쯤엔 지난 1년 동안 진행했던 내용을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정리하자면, 지원사업은 팀이 하려는 본질적인 업무를 실행하지 못하게 여러 overhead를 발생시키며, 지원 사업 외의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지 못하고 겉으로 번지르르한 지원 사업에 계속해서 신청서를 제출하게 된다. 세상에 지원사업을 받아야만 굴러가는 사업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혹여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눈먼 돈을 끌어들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사업은 그냥 안 하는게 맞지 않나 싶다.
그래서 나는 지원사업에 신청하기 이전에 내가 가지고 있는 소비자에 대한 여러 가설과 아이템이 정말로 소비자에게 가치와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 먼저 확인한 뒤,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을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장기적 개발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 : 내가 돈이 많았다면 지금 당장 엄청난 기술 개발에 매진했을지도 모른다.(참고로 나는 기술 개발을 엄청 좋아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 당장 월세 내기도 바쁘다. 그래서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기술 수준에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이란, 내가 '살짝만 더 공부'해서 할 수 있는 수준까지도 아니다. 이미 '이전에 확실히 해본 적이 있는' 기술 수준을 말한다. 살짝만 공부하면 할 수 있는 것 같은 것들은 실재로 해보면 대부분 '살짝'이 아니다. 그래서 수익 창출이 점점 미뤄진다. 지금 당장은 기술 개발에 대한 욕심을 접어두고 당장 할 수 있는 것으로 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팀에 대해 : 이전에는 팀으로 운영해나가는 것이 무조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이 이제는 조금 다르다. 컴퓨터에 빗대어 설명을 하자면, CPU가 아무리 좋아도 RAM이 좋지 않다면 고사양의 게임을 원활하게 플레이할 수 없다. 즉, 아마추어끼리 모이면 결과물을 내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나는 스스로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시니어 개발자와 같은 프로를 구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프로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그들에게는 버벅대는 고장난 CPU가 된다. 괜히 비싼 RAM만 낭비하는 꼴이 된다.
따라서 나는 팀으로 활동하지 않고, 아웃소싱과 독서를 하기로 결정했다. 나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며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나는 지금 팀원이 전혀 필요 없다.
아웃소싱을 통해 나 혼자 하기 힘들 일들을 다른 업체로부터 역량을 빌려오고, 나 혼자 생각해내기 힘든 문제 해결 방법은 수많은 현자의 조언이 담긴 책을 통해 도움을 얻기로 결정했다.
-실패에 대해 : 이전에는 실패에서 배우되, 실패는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운과 충격이 난무하는 복잡계를 받아들이고 난 뒤, 전략이 달라졌다. 지금은 '소비자의 니즈에 대한 가설을 설정한 뒤, 가설이 틀렸음을 가장 빠르게 증명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실행하자'라는 전략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우리의 예측 능력은 볼품없다. 세상에는 예측불가한 운과 충격이 난무한다. 그러니 그냥 실패할 아이템은 빠르게 버리는 편이 더 속 편하고, 더 효율적이다.
이렇듯 세상의 예측 불가능한 성질을 받아들이고 나는 수많은 충격에 깨지지 않고 더 많은 데이터와 경험을 얻어 더 강해지는 안티프레질(anti - fragile)이라는 스킬을 얻게 되었다.
2. 프리토타이핑
이는 안티프레질의 '스타트업에 특화된' 상위 호환 스킬이다. 내가 생각한 소비자의 니즈(needs)와 아이템에 대한 상상들이 실제로 시장에서 유효한지 검증할 때 프리토타이핑이 사용된다. 프리토타입이란, 시제품(prototype)을 만들기 이전(pre)에 소비자가 내가 생각한 아이템을 '돈을 주고 살만한 사업아이템'인지 확인하기 위해 만드는 것이 프리토타입(pretotype)이다. 이러한 프리토타입을 만드는 것을 프리토타이핑이라고 한다.
이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스타트업이 망하는 이유 중 1순위가 바로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은 물건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https://www.statista.com/chart/11690/the-top-reasons-startups-fail/
이를 적용하여 내가 어떻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에 대해 조금 적어보겠다.
우선 내가 진행하고 있는 아이템 중, "오또지(오늘 또 지각)"라는 알람시계는 2번의 프리토타입을 통해 데이터를 얻었다. 첫 번째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제품의 기능을 설명하고 영상설명란에 예약 구매를 할 수 있는 페이지의 링크를 올려두었다. 예약 구매 페이지에는 이메일을 작성해야 하는 데, 이는 귀찮다. 그래서 이 제품을 진심으로 구매할 사람만이 이메일을 작성할 확률이 높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돈을 지불해서 알람시계를 정말로 사용할만한 사람이 있을지 테스트해 보았다.
이 테스트를 통해 조회수 대비 이메일 작성자의 비율을 얻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얼마나 이 제품을 광고하면
얼마만큼 돈을 벌 수 있는지 예측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데이터는 내가 이 사업을 계속 이어나갈지에 대한 좋은 지표가 되어준다.
그리고 이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아쉬웠던 점을 기록하고 다음 실험에서는 더 양질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이와같은 반성과 계획을 통해, 다음 프리토타입 실험에서는 제품 기능을 더 상세히 알려주고, 앱의 형태를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렇게 개선한 이유는 첫 번째 프리토타입에서는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격정보가 없었던 이전 프리토타입과 달리, 이번 프리토타입에서는 가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정말로 이 가격의 돈을 주고 앱을 살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했다.
이를 통해 사이트 방문자 중 구매 버튼을 누른 방문자의 비율을 얻을 수 있었고, 나는 좀 더 개선된 데이터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 계발 커뮤니티에 이 프리토타입을 홍보함으로써 정량적인 데이터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데이터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이렇게 데이터를 얻은 뒤, 나는 개발에 시간과 돈을 투입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여 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다른 사업에서는 (쉽게 말하자면,) 반도체 칩을 팔고자 했다. 이전에 여러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사물인터넷 제품을 판매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량이 부족해서 개발을 못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IoT를 쉽게 개발할 수 있는 칩을 만들어 팔면 어떨까 싶었다.
굳이 이 아이템을 선정한 첫번 째 이유는 주변에서 많이 필요로 하는 것을 보았고 두번째 이유는 내가 몇 년 동안 해 온 작업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게 이걸 만들 기술이 없었으면, 지금 당장은 이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난 지금 당장 월세 내는 것도 걱정스러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이템이 수요가 있을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제품 소개 랜딩페이지를 만들었다.
이 랜딩페이지를 만들 당시에는 위 사진에 보이는 예쁜 케이스를 가지고 있지 않고, 칩 제어를 위한 플랫폼이 완벽하게 개발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위와 같이 제품이 있는 것처럼 페이지를 만들고 구매버튼을 누르면 내게 문의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게 문의가 들어오면 상담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사물인터넷 제품을 내가 구현 가능한지, 수지타산이 맞는지 따진 뒤 주문제작에 들어간다. 이를 통해 나는 실험실이나 스타트업에서 연락/문의를 받고 고객을 발생시킬 수 있었다.
3. 마케팅
제품을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고민하면서 마케팅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렇게 SNS 마케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느꼈던 점에 대해서 아래에 정리해 보았다.
-불특정 다수 광고에 대해 : 돈이 그리 넉넉하지 않은 스타트업에서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전에 언급한 프리토타입에서도 최대한 불특정 다수가 아닌 '어떤 문제점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서비스를 홍보하여, '문제점을 가진 사람들 중, 나의 솔루션을 선택하고 돈을 지불할 사람'에 대한 데이터가 중요하다. 이 데이터가 곧 내가 목표로 하고 있는 문제점을 올바르게 잘 해결하고 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불특정 다수에 대한 광고는 노이즈가 너무 큰 데이터를 얻게 될 확률이 크다.
예를들어 위에서 언급한 알람앱은 직장인들이 많은 커뮤니티나 자기계발 커뮤니티에 홍보를 하였다. IOT 칩 아이템은 무선 기술이 필요한 실험실이나 스타트업 위주로 홍보를 했다. 이처럼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홍보를 하고, 그 사람들 중 '나의 솔루션을 선택하는 고객'에 대한 정보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그 문제에 대한 올바른 솔루션을 제공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인스타/페북 팔로워 구매에 대해 : 일관되지 않은 관심사를 가진 팔로워와 좋아요를 받으면 SNS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으로 밴(ban) 처리를 당한다. 그래서 추천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우리 같은 사업자는 SNS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밴 처리를 당하지 않더라도 팔로워를 구매하면, 그 팔로워들은 당신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알고리즘에 의해 당신의 제품/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사람들에게 노출될 기회가 줄어든다. 괜히 시간과 돈을 다 버리는 일이니 썩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은 느리고 답답한 방법이지만, 정보 공유와 소통과 같은 방법을 통해 당신의 솔루션에 대한 진성 팔로워를 늘리는 편이 훨씬 더 좋을 듯하다. 자세한 내용은 SEO(searching engine optimization)에 대해 알아보면 아 파트가 이해될 것이다.
-마케팅 공부에 대해 : 어디에나 적용되지만 무조건 공부하자! 아무런 공부 없이 구글 ADs나 카드 뉴스를 만들지 말자. 일단 무조건 마케팅 공부를 하고 마케팅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너무 깊숙이 공부하지 말고 처음에는 얕게 공부하면서 조금씩 천천히 우리의 서비스/제품에 적용해보는 편을 추천한다.
4. 아웃소싱
아웃소싱은 우리에게 없는 역량을 외부에서 끌어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로토타입을 외주 용역에 맡기는 것도 아웃소싱이며, 홍보 대행을 맡기는 것도 아웃소싱이다.
아웃소싱을 잘 이용하면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알고 있는 꽤 괜찮은 아웃소싱에 대해 아래에 정리하였다.
-모듈 구매(하드웨어 제조 관련)
'저건 내가 직접 만들어도 되겠는데?'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웬만하면 직접 하지 말자. 분명 예상치 못한 디버깅 때문에 시간이 엄청나게 소모된다. 예를 들어 AFE(analog front end)를 위해 앰프와 노이즈 필터를 따로따로 직접 구현하려 하지 말자. 물론 그 편이 더 싸고 성능이 좋다고 반론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신 생각만큼 호락호락하게 개발되지 않을 확률이 매우 크다. 아무리 간단해 보여도 복병은 항상 존재한다. 그러니 직접 다 하려고 하지 말고 이미 잘 구성된 AFE 칩을 사서 사용해라. 혹시 칩 말고 모듈로도 존재한다면 모듈로 사라.
당신은 지금 연구하는 것도 아니며, 단가에 신경 써야 하는 단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혹시라도 연구를 해야 하고, 단가에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있다고 생각이 들면 그 생각이 맞는지 정말 엄밀하게 검토하라. 소비자 니즈를 검증하지도 않고 당신이 만들고 싶은 거 만드는 거라면 그냥 취미로 하라.
-플랫폼/API 사용(소프트웨어 관련)
지금 직접 홈페이지를 만들겠다고 HTML, CSS를 만지고 있다면, 그 작업이 지금 당장 꼭 필요한 작업인지 꼭 생각해 봐야 한다. 당신이 직접 만든 것들은 해킹을 당하기도 쉽고 개발 기간도 오래 걸린다. 그 외에도 예상치 못한 것에 대해 관리를 하기 힘들다. 그러니 직접 웹사이트 개발할 시간에 그냥 wix같이 웹 사이트 예쁘고 빠르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자. 이러한 서비스는 당신의 팀보다 역량이 훨씬 뛰어나여, 해킹/트래픽 관리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wix는 고작 한 달에 만원(unlimited plan 기준 $12.50) 밖에 안 한다. 만원이 비싸 보인다면 유감이다. 당신 시급밖에 안 하는데 말이니...
-3D 프린팅/도색
내가 하는 사업 중에 피규어 제작 사업도 있다. 이를 위해 나는 좋은 퀄리티의 3D 출력물이 필요하며, 꽤 괜찮은 도색 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겐 3D 모델링 능력이 있었지만, 고퀄리티의 3D 프린터가 없고, 색칠과 관련된 재능은 바닥을 친다. 그래서 나는 '크몽'과 같은 프리랜서 사이트를 통해서 이 문제를 해결했다.
내가 CAD를 통해 모델링을 하면, 그 모델링 파일을 프리랜서에게 전달하여 3D 출력과 도색을 처리한다. 그리고 나는 그 결과물을 마진을 남겨 소비자에게 팔면 된다. 애초에 내게 없는 프린터와 도색 능력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것이다.
-지식 습득(프로그래밍 공부)
나는 프로독학러이다. 그래서 보통은 구글링이나 서적을 통해서 거의 모든 지식을 습득했다. 하지만 이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앱 개발을 예시로 들자. 안드로이드 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kotlin이라는 컴퓨터 언어의 문법을 공부해야 한다. 그러고 나서 kotlin을 GUI(graphic user interface)와 연동하는 방법도 공부해야 한다. 그 외에 추가적인 기능 하나하나 늘어날수록 공부해야 하는 양도 엄청나게 늘어난다. 왜냐하면 앱 개발에 어떤 지식이 쓰이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 공부에 감이 없는 친구들이 수학책을 공부하며 피타고라스의 출생연도까지 외우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인프런'과 같은 개발자를 위한 유료 인터넷 강의에서는 내가 원하는 앱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독학 때는 내가 원하는 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공부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공부해야 한다. 반면 유료 인터넷 강의에서는 특정 앱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만 알려준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개발을 더 빠르게 하고 공부를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강사분들이 알려주기 때문에, 뭘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더 빠르게 알 수 있다. 좋은 앱을 만들기 위한 족집게 강의랄까나!
그래서 나는 몇십만 원짜리 강의더라도 잘 모르는 분야이지만 빨리 공부해야 한다면 유료 강의 사이트를 구매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초기 세팅(프로그래밍)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부분인데, 초기 개발 환경 세팅은 아주 짜증 나는 부분 중 하나이다. 내가 딥러닝 개발할 당시 CUDA 설치를 못해서 애먹고 있을 때, 그냥 학교 커뮤니티에 '5만 원 줄 테니 딥러닝 초기 개발 세팅을 해달라'는 글을 썼다. 그 덕분에 나는 깊은 빡침과 개발 지연을 단돈 5만 원에 해결할 수 있었다.
-개인 비서
이건 아직 내가 해보진 않았지만 꽤 괜찮은 아웃소싱 기법이어서 작성한다. 구글링 해보면 개인 비서를 고용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 특히 인도 업체가 서비스 이용료가 싸다고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이 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여자 친구 생일 선물 결정하기', '부모님과 2시간 동안 함께 통화로 대화하며 놀아주기' 등등 여러 가지를 아웃 소싱할 수 있다.
나도 나중에 꼭 써볼 것이니, 후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남기도록 하겠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나는 드디어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나는 2018년도부터 시작하여 2020년도까지 총 6개의 스타트업에서 고용되어 일을 해보았다. 내가 직접 시도해본 스타트업까지 포함하면 정말 많다. 뿐만 아니라 내게 사업 제의나 스카우트를 요청한 스타트업과도 이야기하면서 여러 팀과 교류하였다. 그렇지만 그중에 실제로 소비자가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든 팀은 극히 드물다.
이렇게 많은 팀과 이야기하며 사용자가 많은 팀과 사용자가 없는 팀을 분석하고 정말 많은 공부와 실행과 검증을 할 수 있었다. 나도 정말 많은 실패를 했었다. 소비자가 아예 없는 길고 긴 암흑기에 있었다. 그런데 드디어 소비자가 발생하였다.
드디어 내 칼 끝이 드래곤을 스친 것이다.
앞으로도 더 많이 공부하고 경험하여 양질의 포스트를 올려보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분의 가치 창출을 기원하며, 댓글을 통해 이 글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길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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