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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otoly Jun 08. 2022

그들이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방법

대형화재에서 스타트업을 배우다.

급격한 성장을 이루는 가치 있는 스타트업을 만드는 것은 모든 스타트업이 원하는 꿈이다. 그런 스타트업은 어떻게 J커브를 그리며 말도 안 되는 성장을 보이는 것일까?


이는 마치 산불에 비유를 할 수 있다. 숲에는 번개가 종종 떨어진다. 때로는 모닥불의 불씨가 날아가기도 한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많은 번개가 치고, 불씨가 날리지만 대부분이 자연적으로 꺼지고 만다. 하지만 그중 소수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1/3이 잿더미로 만들기도 한다. 이는 서울의 5배 면적에 해당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이 발악하여 천둥번개 한 번을 내리치면 세상을 휘몰아치는 파동을 내리치기도 하고, 어떤 번개는 피뢰침에 맞고 조용히 땅에 묻혀버린다.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이란 화재 중에서 역대급이었던, 1988년에 일어난 옐로스톤 화재와 같은 존재들이다. 건조하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씨에 오밀조밀하게 붙어있는 나무들, 그리고 그 나무들을 이어주는 덩굴들이 기가 막힌 상호작용을 통해서 3개월 넘게 불길이 꺼지지 않았다.


스타트업의 서비스 또한 대형화재를 이루기 위해서는 구름과 땅 사이에 높은 전압 차이가 생기고, 번개가 고, 쉽게 불이 붙어야 한다. 그리고 나무끼리 적당한 간격으로 붙어있어야 하고, 나무끼리 덩굴로 이어져 있으면 더욱 좋다. 불씨는 적절 멀리 날아갈 수 있어서 숲 속의 강을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우리에게 친숙한 단어로 바꾸면

전압차 형성 = 니즈가 강한 문제 해결
천둥번개 = 판매 행위(세일즈)
역치 낮추기(쉽게 불이 붙는 것) = 브랜딩
적당한 간격, 덩굴, 불씨 = 연결관계

라고 볼 수 있다.


번개가 치기 위해서는 구름과 땅 사이에 높은 전압차가 있어야 한다. 이는 평소에 고객이 답답함을 느끼고 있던 분야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답답함이 큰 문제일수록 스타트업의 서비스는 속 시원하게 쾅 내리치는 번개를 만들 수 있다.


니즈가 있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만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알아서 서비스를 찾아와서 대박이 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천둥번개와 같이 큰 소리를 내면서 우리 서비스를 알아봐 달라고, 구매해달라고 말해야 한다. 큰소리를 내기 위해 sns광고를 할 수도 있고, 쿠폰 행사를 할 수도 있다.


이처럼 니즈가 강한 문제를 푸는 동시에 고객의 눈에 잘 띄도록 계속 우리를 알려야만 강력하고 시끄러운 천둥번개가 친다. 그다음은 스타트업이 영혼까지 끌어모아서 내리친 번개가 나무에 맞고 불이 붙어야 할 차례다.


그런데 사실 번개 한 번으로는 99% 확률로 불이 안 붙는다. 세계적인 기업가도 대부분이 영혼까지 끌어모은 사업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처참히 망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대기업의 신규 사업이 실패로 끝나고 있다. 나무에는 수분이 가득해서 싱싱한 나무에 한 번 번개를 내리치는 것으로는 불이 안 붙는다. 그러나 건조한 기후이거나 같은 나무에 여러 차례 번개를 내리치면 불이 붙는다.


이것이 바로 마케팅이다. 사람이 서비스를 구매하기까지 5단계를 거친다. 인지, 관심, 욕구, 기억, 구매라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것이다.


완전히 처음 보는 브랜드와 제품이라면 5단계를 모두 다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애플과 같이 잘 알려진 제품이라면 아마 인지, 관심, 욕구는 순식간에 패스하고 곧바로 기억하고 구매할 것이다. 흔히 말하는 앱등이는 타사의 제품과 비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보자마자 구매하기도 한다.


구매라는 화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원래 5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지만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파는 브랜드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졌는지'에 대해서 고객에게 잘 기억시키고 브랜딩 한 회사라면 고객의 마음과 구매 버튼에 불을 붙이기 쉽다. 이는 마치 나무에 불을 붙이려면 나무의 습기를 제거하고 산소를 공급하고 건초더미를 올려둬야 하는데, 이 길고 귀찮은 작업을 '건조한 환경'과 '강함 바람'으로 해결해버린 것과 같다.


다음은 J커브의 핵심인 부분이다. 니즈가 강한 문제를 해결하고, 세일즈를 잘하고 브랜딩도 탄탄하면 굉장히 잘 팔고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로켓을 타고 올라가는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이 되지는 못한다. J커브를 그리기 위해서는 '연결관계'가 튼튼해야 한다.


연결관계에는 3가지가 있다. 이는 사용자 연결관계, 제품 연결관계, 기능적 연결관계이다.


사용자 연결관계는 사용자끼리 연결시켜서 그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과 같sns는 가입자가 한 명이라면 가치가 없다. 하지만 수억 명이 가입한다면 그 가치는 압도적이다.


제품 연결관계 보완재를 활용하여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팟은 수많은 음악 플레이어 중에서 강력하게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바로 아이팟을 사면 음악을 무료로 합법적으로 거의 무한하게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아이튠즈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Mp3 플레이어는 그 자체로는 가치가 없다. 하지만 수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이튠즈와 연결된다면 그 가치가 어마어마해진다.


기능적 연결관계 모든 연결관계와 맥락을 통해서 만들어진 나만의 차별점이다. 아무리 유명한 성공전략을 따라 해도 성공한 기업을 쫓아갈 수 없다. 왜냐하면 그 성공전략이 먹히기 위해서는 특수한 상황과 맥락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비싼 유료 인터넷 기사를 팔기로 결정했을 때 주변과 언론에서 멍청한 전략이라고 비난받았다. 당시에 인터넷 신문은 빨리 시작한 기업만 돈을 벌 수 있고 가격이 저렴해야 하는 게 거의 공식적인 성공 전략이었다.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인터넷 시장에 늦게 진입했고 가격도 비쌌지만 그들만의 맥락으로 시장에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이처럼 연결관계는 대형화재의 핵심이 되는 요소다.


추가적으로, 미디어에서 시장규모가 큰 시장에 해당하는 사업을 해야만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숲이 클수록 대형 화재가 나긴 쉽다. 하지만 역대 대형화재는 큰 숲 하나만 태우는 것이 아니다. 숲과 숲을 이어서 번진다. 하나의 숲을 불태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큰 숲을 넘어서 태울 수도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는 단순히 메신저 서비스에 그칠 수 있었다. 하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카카오톡과 연동되면 굉장히 편리한 무언가를 계속해서 만들어왔고 지금처럼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메신저 시장뿐 아니라, 모빌리티, 금융 시장도 불태우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시장만 불태운 것은 카카오의 성공 원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큰 숲은 오히려 경쟁자들도 많다. 불을 끄는 소방관, 잘 관리된 저수지, 경비인, 연못이 많다. 오히려 관리되지 않는 작은 숲을 먼저 아무도 모르게 불태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도 있다.


정리하자면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은 우선 니즈가 강력한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서비스를 잘 팔고 잘 브랜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연결관계를 계속해서 만들어야 한다.

연결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잘 나가는 중소기업까진 될 수 있다. 하지만 연결관계까지 잘 구축된다면 J커브를 그리는 스타트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스타트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전압, 천둥번개, 건조하고 거센 바람, 멀리 날아가는 불씨가 갖춰져야만 한다.


하지만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높은 전압을 만들기 위해 니즈가 큰 무언가를 해결하고자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의도적으로 할 수 없다.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지만 어떤 것이 고객이 불편하다고 느끼며, 그걸 돈을 쓰면서까지 구매할 것인지 알 수 없다. 그건 운의 영역이다. 대략적인 예측만 가능할 뿐이다.


누가 아이폰 같은 스마트폰이 니즈가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지금이야 스마트폰 없이 못 살지만 당시에는 컴퓨터도 있고 폴더폰도 있는데 굳이 비싼 돈 들여 아이폰을 살 이유가 있었겠는가? 반대로 야심 차게 내놓았지만 조용하게 묻혀버린 수많은 서비스들은 그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릴지 누가 알았겠는가? 세계 최고 기업가도 무엇이 성공할 사업인지 맞출 수 없다. 그들도 10개 정도 시장에 내놓으면 1개 정도 성공할 뿐이다.


따라서 무엇이 니즈가 많을지 꼼꼼하게 분석하는 것보다는 일단 번개를 내리치는 것이 중요하다. 내 발아래에 큰 숲이 있는지 작은 숲이 있는지 피뢰침이 있는지, 내 번개가 강한지 약한지는 중요치 않다. 일단 계속 번개를 내리쳐봐야 불이 붙는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불은 안 붙었지만 연기라도 났다면 거기에 계속 번개를 내리쳐봐야 한다.


대형화재의 시작인 작은 불씨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무작정 번개를 내리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 후에 건조한 공기를 공급하거나 건초를 뿌리는 것은 불씨가 붙고 난 뒤에도 할 수 있다. 이곳에 건초를 뿌릴 수 있는지 아닌지 처음부터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처음부터 술술 풀릴 전략이 쉽게 보이는 사업은 세상에 없다. 어차피 산불을 방해하는 존재는 불씨가 붙고 난 뒤에 머리를 잘 써서 똑똑하게 해결할 수 있다. 그리고 대형화재를 진압할 소방관도 정작 불이 나야만 나타나는 법이다. 술술 풀릴 것 같이 보여도 그대로 되는 법은 없다.


명심해야 한다. 대부분이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고 하지만 대부분은 그 이유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상에 실패할 이유는 수 없이 많다. 간만 보느라 아무것도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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