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너무 바빠서 미안해

2부. 교실 속 관계의 온도_06화

by ryulang

초등학교 첫날 혼자 등교하여 입학식을 치른 너였다.


그것도 아침 8시에 교실로 불쑥 들어왔다. 엄마는 일터에 가셨다고 너 혼자. 이름도 선명하게 생각난다. 벌써 10여 년 전의 일이다.


J는 그렇게 첫날부터 내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더욱 마음 아팠던 건, 입학식 하는 동안 자꾸만 잠이 오는 모양인지 내내 계속 고개를 떨구었다는 것... 강당에서 교실로 돌아오는 시간이 되어서야 눈을 뜨고 선생님을 따라왔다.


늘 준비물을 못 챙겨 오기 십상이었다. 매일매일 안타까웠지만, 때로는 나도 그 아이를 늘 세심히 챙겨주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준비물을 제대로 못 챙겨 와도 상황에 맞게 어찌어찌해내는 아이였다. 아무튼 J는 참으로 착하고 순한 아이였다.


알림장을 쓰고 다들 돌아간 후, J가 알림장을 쓰는 걸 도와주던 날이었다. 손에 쥔 J의 연필이 닳아질 듯 너무 짧아 내가 가진 연필을 하나 가지라고 주었다. 그냥 연필 하나 준 것뿐인데... J가 울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안아주었다.


다음날 수업시간이었다. 마음의 소원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너무나 단호하고도 비장한 목소리로 J가 한 말이 내 가슴을 너무 짠하게 했다.


"저는 우리 선생님이 정말로 죽지 않고 계속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아... 그 작은 연필 하나가 아이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걸까...


고맙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했지만

너무 미안하고

너무 안타깝고

수많은 마음이 교차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바빠야만 할까.. 나부터도 '바쁨'이라는 단어가 내 삶에 기본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느낌이다. '쉼'을 원하면서도 쉬지 못하는 우리 어른들. 그리고 그 삶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도 물려주고 있는 우리의 모습들.


어른의 바쁨으로 인해 홀로 입학식을 치르고, 여분의 연필 하나 없이 사라질 것 같은 몽당연필로 글씨를 쓰고, 때로는 며칠 동안 똑같은 옷을 입고 오던 그 아이를 보며 난 많이 가슴이 아팠었다. 그런데, 결국은 나 또한 우리 집 아이들을 그렇게 신경 써주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기도 했다.


참으로 무엇이 중요한지를 모르고....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어른들이 너무 바빠서 미안해


'쉼'을 선물하자. 나에게, 너에게, 우리에게.(충남 아산의 고은밥상이라는 공간의 작은 뜰이 예뻤다.) © ryul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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