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싸고, 가장 비겁한 리더십>
회사는 정교하게 설계된 약육강식의 세계다. 여기서 ‘약해 보인다’는 건 친절함이 아니라, 그저 먹기 좋아 보인다는 뜻이다. 조용한 사람부터 먼저 먹힌다.
아이러니하게도, 물어뜯을 실력은 없고 소리만 큰 맹수들이 정글을 지배한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 그건 생존의 전제조건일 뿐이다.
상대평가라는 구조 안에서는,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군가보다 더 잘해야, 내 자리가 유지된다. 이 살벌한 생태계에서 어떤 리더는 자신의 ‘강인함’을 아주 싸게 증명한다.
“난 한 놈만 팬다.”
그의 타깃은 늘 정해져 있다. 김 대리. 다른 이의 실수는 ‘성장통’이 되고, 김 대리의 실수는 ‘조직을 좀먹는 문제’가 된다. 그 차이는, 생각보다 노골적이다.
메일 수신참조의 형벌
박 과장이 보고서를 늦게 올리면, 개인 톡이 간다.
“고생이 많네.”
김 대리가 10분 늦으면, 메일이 간다. 팀 전체, 유관 부서장까지 참조(CC)에 넣는다. 공개 처형이다.
“팀 내에서 고질적인 업무 누락이 반복되고 있으니 유의 바랍니다.” 보고서 내용은 중요하지 않다.
‘누가 문제인지’가 더 중요하다. 그 메일 한 통으로, 김 대리는 조직 안에서 하나의 캐릭터가 된다. 무능한 사람. 늘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
아이디어 소생술과 살인술
박 과장이 뜬구름을 잡으면, 리더는 의미를 부여한다.
“인사이트가 있네.”
김 대리가 데이터를 가져오면, 리더는 맥락을 자른다.
“이거 예전에 했던 거 아니야?”
“공부 좀 해야겠네.”
내용은 보지 않는다. 그저 ‘모르는 사람’이라는 프레임만 남긴다. 그 순간, 아이디어는 죽는다. 아니, 사람이 먼저 죽는다. 업무에서 찍히면, 그다음은 사람 자체가 타깃이 된다.
인격의 동물원
이쯤 되면 업무는 핑계다. 이제는 사람이 안주가 된다. 점심시간, 숟가락을 든 김 대리를 향해 던지는 말.
“요즘 혈색이 좋네? 일이 좀 편한가 봐?”
주변에서는 웃음이 터진다. 웃지 않으면 다음 타깃이 될 수도 있으니까. 그 순간, 김 대리는 사람이 아니라 구경거리가 된다.
삼인성호(三人成虎)
리더는 거창한 권력이 필요 없다. 자기편 두 명이면 충분하다. 셋이 같은 말을 하면, 없던 호랑이도 생긴다. 그건 사실이 된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세계 안에서, 한 사람은 조용히 무너진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대단한 신념 같은 건 없다. 그 안에는 아주 단순한 이유가 있다. "겁"
강한 사람에게는 못 덤빈다. 들킬까 봐 무섭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방법을 고른다. 반격하지 않을 사람 하나를 골라 계속 때리는 것. 그게 가장 싸고, 가장 효율적인 리더십이다.
한 명을 짓밟으면
나머지는 조용해진다.
결국, 이 정글에 정답은 없다.
“실력으로 증명해라”
“당당하게 맞서라”
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대부분, 아무 소용없다.
이미 타깃이 정해졌다면 그 게임은 공정하지 않다. 호랑이가 될 수 없다면, 방법은 하나다.
오늘 안 물린 걸로 버티는 것. 퇴근 후 마시는 맥주 한 잔이 유일한 생존 보고다. 하이에나 무리에 섞이지 못했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 무리는 오래가지 않는다. 직장 내 괴롭힘과 훈계 사이, 그 아슬아슬한 줄 위에서 내일은 또 누가 선택될지 모른다. 그러니 오늘은, 안 먹히고 살아남은 것.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속상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