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두 돌이 넘고 말이 트이기 시작하면서 요구사항과 짜증이 늘었다. 덩달아 나도 짜증 나는 일이 많아졌다. 자기만의 방식에 강한 주장을 펼치는 딸내미 덕에 모든 일을 일일이 다 물어보고 시키는 대로 준비를 해줘야 한다. 내가 보기엔 별 중요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얼마든지 들어주려 한다. 자기주장을 드러내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선 내 마음이 맘대로 컨트롤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아침 등원 전쟁 시간이다.
먹고, 씻고, 옷 입고 나가는 것이 이렇게나 버거울 일이냔 말이다. "돌아다니지 말고 앉아서 먹어라, 씹어라, 삼켜라, 빨리 와라 씻게, 옷 좀 제발 얌전히 좀 입자, 엄마 혼자 가버린다?!!!" 아침 시간 1시간에 이 대 서사의 기승전결이 압축돼 있다. 정말이지 등원 준비는 전쟁 그 자체다.
혼란스럽다. 아이에게 다그치는 나를 보면 '엄마가 그것도 못 기다려주나?' 하며 한심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시간에 맞춰 등원하는 것 또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다급해져서 화를 내기 십상이고. 육아는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아이와 끝없는 짜증내기 핑퐁을 이어가다 문득 의문이 피어올랐다. 이 아이는 왜 짜증을 내는 것일까? 이 문제의 근본은 무엇일까?
아이는 아직 자기를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못하다. 자신의 감정을 다루고 이야기하고 표현하는 것에 서투르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어리숙하게 뭉쳐져 짜증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 아이의 감정표현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면? 혹은 더 큰 화로 누르려 한다면, 이 아이는 어떻게 성장할까?!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 있더라고 억누르며, 자신보다 강해 보이는 상대에게서 할 얘기를 제대로 못하고 주눅 드는 아이로 자랄 수 있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했다. 난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난 내 아이를 절대로 그렇게 키울 순 없다!!!
난 생각을 고쳐 먹었다. 아이가 '짜증'을 낸 다는 것은 자기를 표현하는 '건강함의 신호'다. 우리는 그것을 올바르게 교정해줘야 하는 부모다. 그리고 그것에 힘이 들고 때로는 '욱하는 나 또한 정상'이다. 우리 둘을 그렇게 같이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아이가 세상을 살면서 자기 소리를 내기 위해선 연습이 필요하고 그 드러남이 마땅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자기를 표현하고 주장을 드러내는 연습 그리고 그것이 틀리지 않는다는 믿음.
'내 아이의 연습장은 바로 나다.' 이 아이를 위해 얼마든지 연습장을 내어줄 것이다. 아이의 짜증은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는 신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