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만의 축제 리마인드 웨딩
이 년 전부터 남편과 나는 특별한 추억과 우리만의 역사를 남기기 위해 결혼기념일마다 리마인드 웨딩을 하기로 했다. 결혼한 직후부터 이 년 전까지 기념일이 되면 다른 이들이 하는 것처럼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선물을 하나씩 교환하곤 했다. 그런 의례들이 기분은 좋게 만들었지만 특별히 마음에 남지는 않아서 뭔가 아쉽곤 했다. 12살 연상 돌싱남과 결혼한다고 주위의 반대가 유난히 심했었다. 우여곡절 속에 간신히 한 귀한 결혼인데 더욱 뜻깊게 보냈으면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리마인드 웨딩이었다. 남편은 그것을 하려면 거하게 차려 입고 진한 화장을 하고 사진관 가서 사진을 찍는 것이 아니냐면서 정색을 했다. 아니라고 간신히 설득하여 해마다 리마인드 웨딩을 하기로 타결을 봤다.
팔 년 전, 우리는 시드니에 있는 큰 공원에서 결혼식을 했다. 한국에서 가족들과는 만나서 인사하고 식사를 했던 터라 호주에서는 조촐하게 식을 올리기로 했다. 주례 선생님과 증인이 되어줄 친구 몇 쌍만 불러서 했으니 그야말로 초스몰 웨딩이었다. 드레스 대신 편한 원피스를 입고 화관을 쓰고 부케를 들었다.(생각해 보니 그렇게 초스몰 웨딩을 한 것이 다행이다 싶다.) 정말 간단해서 우리가 계획한(처음 결혼했던 그 모습으로 같은 장소에서 사진 찍기) 리마인드 웨딩을 하기란 식은 죽 먹기 아닌가?
부랴부랴 부케와 화관을 만들어 새로운 추억을 만들 그곳으로 향했다.
시드니의 9월은 햇살이 좋은 봄이다. 거리마다 화려한 색깔을 자랑하는 바틀 브러시 꽃이 한창이고 꽃을 유난히 좋아하는 호주 사람들의 정원에도 갖가지 봄꽃이 만발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공원까지 가는 길은 꼭 알록달록 무지개다리 같았다.
시드니 시티 근교 센테니얼 공원, 우리가 처음 결혼했던 자리다. 코로나 규제가 심한 탓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한적한 곳을 찾아서 조금 창피했지만 화관을 쓰고 부케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런 내가 귀여웠는지 남편은 핸드폰을 들고 신나게 나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어댔다. 굳이 예쁜 장소를 찾아 찍지 않아도 초록이 짙고 꽃들이 피어나는 봄이라 어디에서나 사진이 잘 나왔다. 둘이서 찍은 사진들을 보며 뿌듯함과 행복감에 저절로 미소가 나왔다. 마침 지나가던 두 명의 호주 아주머니들이 “Beautiful, Are you getting married?”라고 웃으며 물어봤다. “No no, We’re doing are reminder wedding for our memories.”라고 대답했더니 “Wow great.”하며 손뼉을 쳐주고 지나갔다. 이제 해가 차츰차츰 지고 있어서 우리도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서로 손을 잡고 차가 있는 곳까지 걸어갔다. 손을 잡고 가는 내내 그의 손이 평소보다 더 따뜻한 것을 느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내가 그 만을 믿고 바라보며 단단하게 서 있어 준 것에 대해 고맙다고 말하는 것만 같아 눈물이 났다.
결혼기념일이 이 년 전부터는 우리만의 축제가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시작으로 힘들었던 결혼 생활,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잘 살아낸 우리에 대한 보상 같은 리마인드 웨딩. 결혼한 날을 좀 더 뜻깊게 보내자는 취지로 시작했지만 그 보다 더 많은 결과물을 얻어 마음이 풍성해지는 것을 느낀다. 아마도 목적을 넘어 서로의 사랑을 한번 더 확인함으로써 그동안 쌓아두었던 힘듬을 버리고 다시금 앞으로 씩씩하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얻어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