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 형제 '디노'의 이야기
다운증후군, 지적 장애를 가진 오빠를 생각하면 미움과 답답함이 먼저 떠올라요. 오빠는 행동이 굼떠요. 원래도 성격이 느긋한 편이긴 하지만, 일부러 더 느리게 행동해요. 그러면 자기를 도와줄 걸 아니까요. 스스로 하기 싫으니까. 느리고 답답하게 행동하다 보면 못하는 건 줄 알고 누군가 도와주거든요. 그러다 보니 아주 상전이 따로 없어요. 평소에 씻는 것도, 밥 먹는 것도 모두 엄마 몫이에요.
근데 제 눈엔 오빠가 일부러 그러는 게 너무너무 잘 보이거든요. 너무 얄밉고 답답하죠. 그래서 저는 도와주지 않아요. 오빠가 느리면 '빨리 좀 해보라'고 다그치고, 잘못한 게 있으면 스스로 고치도록 지적을 해요. 그래서 오빠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주눅이 들어서 가만히 듣고 있거나, 어쩔 땐 짜증을 내고 화를 내기도 해요. 제가 도와주지는 않고 시키기만 해서 그런가 봐요.
그런 모습을 보면 엄마는 안타까워하고 아빠는 화를 내요. 왜 오빠를 그런 식으로 다그치냐고요. 엄마도 표현은 안 하지만 저한테 서운해하는 것 같아요. 동생이 돼서 오빠를 돌봐주지는 않고 지적만 하니까요. 주변에서는 다들 저를 못된 동생으로 보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오빠도 스스로 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해 나갈 줄도 알아야 성장할 수 있죠. 말했다시피 오빠를 씻기고 먹이고 데리고 나가고 모든 생활에 시간을 쏟는 건 엄마예요. 그런데 사실 오빠 혼자서도 얼마든지 다 할 수 있거든요. 엄마는 느린 게 답답하고 못 하는 게 안타까우니까 '그냥 내가 해주고 말지' 하는 거예요. 가장 가까이에서 오빠를 돌보는 엄마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누가 오빠의 태도를 고칠 수 있겠어요. 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오빠가 잘못된 걸 고칠 기회가 없어요.
오빠가 그걸 다 할 만큼의 지능이나 인지능력이 없으니 그런 게 아니냐 하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아니요. 충분히 할 수 있고 가능성이 있어요. 지적을 했을 때 고친다는 점이 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귀찮으니까, 누군가 해주니까 안 하는 거예요. 작은 일부터 스스로 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그게 당연한 게 되면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고, 더 새로운 일들에 도전할 수 있겠죠.
당장 엄마 아빠가 돌아가신다고 생각했을 때 세상에 남는 건 저랑 오빠 둘 뿐이에요. 그런데 저는 엄마만큼 오빠를 지극정성으로 돌봐 줄 자신이 없어요. 둘 뿐이라면 제가 가장이 될 테니까 그렇게 돌봐 줄 시간도 없을 거고요. 세상은 냉정해요. 오빠가 언제까지나 지금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저를 못된 동생으로 보는 그 사람들이 평생 동안 그 모든 걸 해줄 게 아니잖아요.
Written by 디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