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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Oct 25. 2019

묻어두었던 기억을 꺼내다

비장애 형제 'K'의 이야기

난 지금껏 살아오면서 그때의 일을 단 한 번도 떠올리지 않았다. 기억해내어 곱씹어 보기엔 너무 아픈 일들이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잊힐 거라고 했지만 오히려 상처만 깊어질 뿐이었고 그 기억들을 묻기로 했다. 그리고 이제, 나는 묻어두기만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려 한다. 나의 상처를 스스로 보듬기 위해.





나는 동생이 그저 남들보다 조금 느리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남들과 같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던 내가 처음으로 동생의 장애를 인지한 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간 직후였다. 동생은 같은 학교 1학년에 입학을 했고, 그런 동생의 곁에는 늘 엄마가 있었다. 나는 동생이 걱정되어 엄마가 같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친구가 내게 와서 물었다. 


“네 동생 장애인이라며? 그러면 너도 옮아? 아니 너도 장애인이야?” 


그 순간 내 안에서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수치심'이라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나는 한순간에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동생에게 장애가 있다는 것이 나에게 큰 흠이 되는 것 같았다. 한동안은 친구들에게 말을 걸기가 힘들었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는 것도 무서워졌다. 동생이 학교에서 보이면 일부러 피해 다니기도 했다. 


그즈음에 동생은 담임선생님과 문제가 생겨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때 엄마가 나에게 동생의 장애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전에도 많이 이야기해 주었지만 나는 너무 어렸고, 엄마도 장애를 받아들이는 시점이었던 터라 제대로 설명 해주지 못했다. 엄마의 설명을 듣고 난 후 나는 동생을 ‘남들과 조금 다른 아이. 그래서 내가 지켜줘야 하는 아이’라고 인식했다. 그리고 그런 동생을 지킨다는 일념 하나로 동생을 놀리는 친구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그게 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참 잔인한 말들을 입 밖으로 쏟아냈다.


“장애인은 정신병원에 가둬야 정상인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 네 동생도 정신병원에 가둬야 해.”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말들을 아이들은 서슴없이 나에게 퍼부었다. 동생과 등하교할 때 느껴지는 동정과 혐오의 눈빛, 장애인의 누나와는 놀지 않겠다는 친구들의 말. 그런 때에도 나는 내가 지켜줘야 하는 동생을 위해 경멸의 말을 내뱉는 아이들을 때리고, 선생님께 이야기하는 일 밖에 할 수 없었다. 


지금의 내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을 때 제일 마음이 아픈 건, 나 역시도 고작 열 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아이였다는 것이다.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린 아이는 타인의 모진 말과 모진 시선들을 온전히 감내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학교에서 겪는 이 모든 것들을 부모님에게 내색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내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부모님은 늘 힘들고 벅찼으니까. 부모님은 장애를 가진 동생에 대한 걱정만으로도 언제나 힘들어 보였으니까. 그런 생각을 스스로 깨달은 열 살짜리 아이. 너무 이른 나이에 홀로 서버린, 어린 시절의 내가 안쓰럽다.




Written by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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