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 형제 '무영'의 이야기
고등학교 3학년 대학 입시를 앞두고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나는 어디에서 왔고, 나는 어떤 인간으로 살아왔는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 인생에 있어 오빠를 제외하고는 내 인생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오빠의 삶부터 생각해보기로 했다. 오빠를 생각하기만 해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남 앞에서 울어본 적이 없어서 눈물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도 인지하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죄지은 사람인 것처럼 울었다.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와서 오빠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었다. 눈물이 왜 나오는지도 모르게 그때는 오빠를 생각하면 계속 눈물이 났다. 그때 흘렸던 눈물은 어떤 의미였는지, 과연 오빠는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지금에서야 천천히 곱씹어 생각해보았다.
오빠를 떠올리면 나의 아픈 나날들이 먼저 떠올랐다. 나는 오빠에 대한 피해의식이 컸고, 사실 지금도 크다. ‘오빠만 없었더라면’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빠의 장애는 늘 내 꼬리표였다. 나는 항상 ‘장애인 동생’으로 불렸고, 오빠의 장애는 곧 나의 장애였다. 친구들의 부모님은 내 오빠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자식들과 나를 분리시켰다. 오빠의 장애는 늘 나를 괴롭혔고, 나는 친구들에게서 완전히 외면당했다. 이 세상에 나 혼자인 것만 같아 늘 외로웠다.
나는 오빠가 너무 싫었다. 나는 20대가 되기 전까지 오빠를 철저하게 미워했다. 오빠가 있어서 좋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오빠라는 인간을 싫어했던 것인지, 오빠의 장애를 싫어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오빠에게는 장애가 있었다. 내 인생에서 오빠를 빼고는 나를 설명할 수 없듯, 오빠에게서 장애를 빼고는 오빠를 설명할 수 없었다. 부모님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이 오빠의 장애를 이해하라고 했기에, 차선책으로 나는 오빠를 싫어하는 것으로 나를 지켜왔던 것 같다.
한 번도 오빠를 애증의 관계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냥 나에게는 늘 증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오빠를 돌봤던 것처럼 오빠도 오빠 나름대로 나를 돌봤다. 다만 내가 그 방식을 미치게 싫어했을 뿐이다. 오빠는 나도 모르고 부모님도 몰랐던 내 감정을 잘 알아차렸다. 오빠는 오빠의 방식으로 나를 챙겼다. 엄마를 도와주려고 설거지를 하다가 방법이 미숙해 엄마가 아끼는 그릇을 깨는 6살 아이처럼, 오빠는 나에게 다가왔다. 내가 슬퍼 보이면 오빠는 오빠가 좋아하는 노래를 크게 틀어주었지만 나는 큰 소리를 싫어했다.
나는 오빠를 싫어하면서도 늘 미안해했다. 우리 가족에게 있어 가장 만만한 존재는 나였고, 나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는 오빠였다. 나는 오빠를 잘 이용해 먹는 영리한 아이였다. 어릴 때 나에게 불리한 행동은 전부 오빠의 책임으로 돌렸다. 부모님은 오빠의 행동을 이해했다. 내가 물건을 망가뜨렸지만, 그것은 늘 오빠의 행동이었다. 부모님이 나를 꾸짖으려고 할 때 오빠 핑계를 대면 거의 모든 행동이 용납되었다. 처음에는 억울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점을 이용해 내 삶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만들었다.
오빠를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렸던 가장 큰 이유는 오빠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다. 나는 항상 내 소개를 할 때 오빠의 장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빠의 장애는 나를 이해심 많고, 착하고 의젓한 사람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어느 순간부터 그런 나 자신이 너무 쓰레기 같았다. 속으로는 오빠를 그렇게 싫어하면서도 남들 앞에서는 최고의 동생인 척, 오빠를 전부 이해하는 척하는 나 자신이 너무 가증스러웠다. 오빠의 장애를 팔아 대학까지 가려고 하는 나 자신이 너무 쪽팔렸고 싫었다.
오빠를 생각하면 눈물만 흘렸던 지난날이 문득 생각날 때가 있다. 그때는 그냥 수험생활이 힘들었기 때문인 줄만 알았다. 그때는 오빠에 대한 내 감정에 처음으로 궁금해했던 담임선생님이 너무 싫었다. 오빠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너무 힘겨웠다. 다른 사람 앞에서 오빠를, 오빠의 장애를 싫어한다고 말하고 그런 오빠의 동생으로 살아온 것이 억울하고 화가 난다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죄스러웠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스스로를 억눌러왔기에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난 후 많이 힘들었다. 나를 억눌렀던 감정이 속에서 크게 터졌다.
대학 입시를 병행하면서 학교 상담실을 자주 드나들었다. 매일 울었고 힘들어했다. 그렇게 상담을 받으면서도 내 마음은 좀처럼 나아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학에 들어와 심리학을 전공하면서 내가 만성 우울증을 겪어왔음을 알게 되었다. 한껏 힘들었던 시기와 겹쳐 공황 증세도 나를 괴롭혔다. 내 자존감은 바닥까지 치닫았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았다. 모두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 모든 것이 나 때문인 것만 같았다. 오빠에 대해 너무 솔직했기 때문에, 오빠를 팔아 대학에 왔기 때문에 벌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다시 오빠가 너무 싫었다. 용서했다고 생각했던 오빠를 더 싫어하기 시작했다. 오빠 때문에 내가 이렇게 아픈 거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또 괴로웠다. 나는 아직도, 여전히 괜찮지 않다. 오빠라는 존재는 끝없이 나를 따라다니고, 나를 괴롭힌다. 오빠를 떠올리면 내 마음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최대한 오빠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끝없이 애쓴다. 오빠는 나한테 너무 어려운 존재다. 오빠와 나, 이대로도 괜찮을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또 답답해진다.
Written by 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