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형제 '딸기'의 이야기
처음부터는 아니었으나 청소년기를 지나며 내가 사람들을 속이며 인간관계를 맺는다 생각했고 그런 이유로 늘 마음에 죄책감이 있었다. 새로운 친구들을 사귈 때도 나를 소개하며 알게 되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내 동생이 장애인이라는 걸 알리지 않을 때 그런 압박감이 느껴졌다.
중학교에 입학했을 때 같은 학년에 자폐성 장애를 가진, 또래 아이들보다 두 살 많은 오빠가 있었다. 동생이 발달장애가 있어서 정신적 장애를 가진 그 오빠에게 눈이 갔고 더 관심이 갔다. 그 오빠랑은 중학교 1학년 때도 그리고 3학년이 되던 해에도 같은 반이 되었다. 1학년 때 배정받은 반은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여서 그랬던 걸까 그 오빠도 반 아이들과 잘 지냈던 걸로 기억한다. 종종 학교 내에서 마주치면 오빠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그 후 중학교 3 학년 배정받은 반에 동급생을 괴롭히는 불량한 학생들 중에서도 제일 악명 높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남자아이가 자폐 장애를 가진 오빠에게 겁을 주고 신체적으로 학대를 가했고 더 나아가 아이들 앞에서 자위를 시키는 성희롱까지 저질렀다. 그 남자아이는 폭력성으로 같은 반 아이들에게 위협적이었고 보란 듯 교실에서 그 오빠를 희롱의 대상으로 삼았다. 나를 포함한 같은 반 아이들은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그 아이의 행동에 대해 나서는 아이들이 없었다. 우리는 보복의 대상이 될까 두려워했다. 그러다 결국 어떤 용기 있는 학생이 나섰는지 아니면 그 오빠의 이상행동이 집에서도 보였던 건지 모르지만 그 모든 상황을 담임 선생님께서 알게 되셨다. 성희롱을 주도하고 어울려 다닌 남자아이들은 당시 기억으로 학교에서 가벼운 징계를 받았고 나를 비롯하여 반 아이들 모두가 특별 성교육을 받았다. 장애인 동생을 가져서 그 오빠에게 도움이 필요했음을 더 잘 알고 있었는데 나는 먼저 나서서 돕지 못해 너무나 미안했다. 그 오빠의 가족분들이 오빠가 그런 괴롭힘을 받으며 학교 다닌 걸 알고서 얼마나 마음이 찢어지셨을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눈시울이 붉어진다.
다른 아이들과 같을 수 없는 내 동생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몰랐던 그때, 눈 앞에서 보이는 희롱과 학대가 나를 얼어붙게 했던 걸까. 나는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동생이 장애인이란 사실을 쉽게 얘기하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어렸을 땐 동생도 그저 어린아이였고 발달 장애가 큰 장애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어도 동생은 두세 살 어린아이와 같이 지냈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 동생은 더욱 다르게 살아갔다. 흔히 친구들끼리 어쩌다 나누게 되는 얘기 '너네 동생 어느 학교를 다니는지', '공부는 잘하는지', '군대는 언제 갈지' 평범한 질문에 나는 답을 할 수가 없다. 대학교 들어가서 첫 남자 친구에게 동생에 대해 얘기해야 하는 게 불편해서 헤어지는 일이 있었고 성인이 된 이후 무의식적으로 방어적이거나 혹은 적대적으로 사람들을 경계하며 대했다.
아직도 나에게 정신적 장애를 가진 동생이 있다는 걸 모르는 지인들이 꽤 있다.
Written by 딸기
*본 에세이는 <2020년 상반기 나는 북클럽 '읽어봐요, 대나무숲!'>에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