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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Aug 15. 2022

제 딸이 장애인 가족으로 자라는 건 싫어요.

비장애형제 '민아'의 이야기 ② by 은아, 혜연

"발달장애 언니, 자립해서 살고 있어요" - 비장애형제 '민아'의 이야기② 에서 이어집니다>



정보에서 점점 멀어지는 부모님


(은아) 민아 님은 현재 언니에 대한 돌봄과 지원에는 얼마나 참여를 하고 계신가요?


(민아) 지금은 언니를 직접 케어하는 부분은 거의 없어요. 부모님이 어디 여행 가셔서 부재하실 때 담당하는 정도. 그리고 현대 사회에 발맞춰 따라가야 하는 기능적인 부분들에 대해 어머님, 아버님이 어려워하시면 도와 드리죠. 


예를 들어서 컴퓨터로 뭔가 신청하고, 기계로 뭔가 해야 되고 이런 부분을 제가 맡고 있어요. 그러면서 저도 ‘이런 제도가 있고, 이런 부분에 있어서 관리나 도움이 필요하구나, 이렇게 해야 되는구나.’라는 걸 알게 되더라고요. 부모님도 차근차근 저한테 공유를 해 주고요. 이제 이렇게 서서히 넘어오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은아) 맞아요. 저도 현재로서 제 할 일은 가족에게 정보를 전달해주는 게 아닌 가 싶어요. 아무래도 부모님이 나이가 드시면서 각종 제도나 서비스에 대한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정보 찾기나 제도 활용에 대한 의욕도 사라지고요.


(민아)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언니가 ‘키즈폰’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개통을 해주기도 했는데요, 개통하는 과정이 너무 어려워서 나이 드신 부모님이 지원해주시기에는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에 언니에게 키즈폰 말고 일반 핸드폰을 개통해준 적이 있는데, 자꾸 소액 결제해서 핸드폰 요금 폭탄을 맞고, 어느 번호든 다 전화해가지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하는 일을 겪고 없앴어요. 그래도 한편으로는 언니가 핸드폰을 이용하면서 뭔가 고도화된, 현대의 사람으로 살게 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알아보니 ‘키즈폰’은 지정된 사람과만 연락을 할 수 있고, 소액 결제를 막을 수 있어서 저희 언니에게 딱 좋은 기능이더라고요. 더구나 장애인도 키즈폰 개통이 가능하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핸드폰 대리점은 장애인도 키즈폰을 개통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더라고요. “금시초문이다, 다른 데 가보셔라, 직영점으로 가라.”라고 해서 직영점으로 갔더니 또 모른다고 해서 다른 직영점을 찾아가고, 마지막으로 간 곳에서 사정사정 하니 해주더라고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잘 모르고, 제가 “이런 제도가 있다, 해달라.”라고 사정해보니 ‘이런 일이 이것만 있을까, 나만 이렇게 어려웠을까, 다른 영역에서 다른 장애인 가족들도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보를 알아야 활용할 수 있고, 이렇게 애써야 활용할 수 있구나. 나이 드신 부모님은 절대 못할 것 같아요. 


(은아) 민아 님이 진짜 큰일 하셨네요. 여러 장애인 가족들이 나에게 맞는 정보들을 알지 못하기도 하고, 제도가 워낙 빠르게 변하다 보니 담당자들도 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참 많은 것 같아요.



“둘째는 없어야겠다.”


(은아) 부모님과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본 적이 있으세요?


(민아) 네, 부모님이 저에게 “언니를 버리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 집을 주겠다.”라고 재산으로 거래하시더라고요. 저는 재산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럴 생각이었는데 말이에요. “나는 집이 필요 없다.”라고 그랬더니 부모님께서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너희가 돌보기 편한 방식으로 해라, 시설에 보내도 되고 상관없다. 그런데 네가 꾸준히 언니를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은아)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달라는 말씀이신데, 그런 이야기를 듣고 민아 님 마음은 어떠세요?


(민아) 사실 저는 그런 거룩한 부담감은 평생 갖고 있었고,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게 결혼을 해서 다른 가족이 같이 오게 되니까 조금 다른 개념이 되더라고요. 나 혼자 오롯이 ‘언니를 감당해야지, 내가 언니를 책임져야지.’ 이 것과는 별개로 제 남편, 제 가족과 논의를 해야 되고. 남편은 그런 눈치를 주지 않는데 괜히 남편한테도 약간 지고 들어가는 것 같고요. 뭔가 시댁의 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고요. 


걱정되는 부분도 있어요. 제가 지금은 한 발짝 떨어져서 보고 있지만, 직접적으로 언니에 대한 케어를 담당하게 됐을 때 아이 하나를 더 돌보는 거랑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지금 제 아이 하나 케어하는 것도 힘든데. 어쩌면 더 버거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서 둘째 생각을 접게 되더라고요. “둘째는 없어야겠다.”라고 언니에 대한 생각이 제 삶의 현실적인 부분까지 바꿔놓는 거죠. 


(은아) 이제는 나 혼자가 아니라 나의 새로운 가족들이 있으니 새로운 가족들과의 논의도 꼭 필요하고, 돌봄과 지원에 대한 부담으로 둘째를 낳는다는 선택도 참 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면 앞으로, 부모님이 부재했을 때의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고 계신가요?


(민아)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고 있는데 1등, 2등, 3등으로 등수를 매기고 있거든요. 1등은 그냥 이대로 사는 거. 그래서 어머님이 하던 활동지원사들에 대한 관리를 제가 넘겨받고 활동지원사들과 언니에 대한 사항들 이야기를 나누거나, 주민센터나 기관들로부터 같이 의논하면서 사는 게 제일 아름다운 것 같고요. 그게 안 된다면 2등은 그룹홈 같은 생활 시설에 가는 거예요. 


(은아) 1등으로 생각하시는 지금의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이 되시나요?


(민아) 공식적인 채널은 아니지만 주변에 보면 발달장애인들은 비장애인보다 빨리 노화가 온다고 들었어요. 언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하면 저보다 빨리 늙겠죠. 지금 언니가 기본적인 생활은 스스로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일상생활의 기능이 점점 후퇴를 할 거고요. 그런 걸 생각을 하면 지금 이대로가 안 된다면 언니가 언젠가는 그룹홈, 요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은아) 공식적인 연구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발달장애인의 경우에 비장애인보다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그로 인해 신체, 인지 기능이 저하된다는 이야기를 저도 들었어요. 경험적으로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 같아요. 



제 딸이 장애인 가족으로 자라는 건 싫어요.


(은아) 그러면 부모님 부재 시의 장애 형제와의 삶을 그렸을 때, 3등은 무엇인가요?


(민아) 3등이 저랑 사는 거예요. 그런데 사실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최후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남편은 상관없다고 하는데 오히려 제가 밀어내고 있어요.


(은아) 왜 밀어내게 될까요?


(민아) 나의 가족으로 인해 또 다른 나의 가족이 불편함을 얻는 게 싫은 것 같아요. 내가 다 아는, 내가 걸어왔던 길이니까. 남편은 괜찮다고 하지만, 살아보지 않았으니 현실적인 힘듦이나 귀찮은 구석들을 모르잖아요. 그리고 제가 장애인 가족으로 살아보니 저희 딸이 장애인 가족으로 자라는 건 싫거든요.


(은아) 장애인의 가족으로서 살면 따님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민아) 네, 제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편견의 시선이나 놀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oo이 이모가 장애인이래.” 이런 얘기를 듣게 하는 게 싫고, 그렇게 키우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같이 사는 건 제일 후순위로 생각하고 있어요. 


(은아) 민아 님이 어렸을 때 주변의 부정적인 얘기들을 많이 들으셨나요?


(민아) 직접적으로 저한테 뭐라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드세게 나서는 성격이어서 “우리 언니 장애인인데 그래서 뭐!” 이렇게 대응했거든요. 그런데 어렸을 때에도 눈치라는 게 있기 때문에 저도 부정적인 시선들을 눈치로 느꼈죠. 뭘 잘못해도 그냥 다 우리 가족이 잘못한 거고, 언니가 어떤 돌발 행동을 했을 때 수군거리는 걸 느꼈어요. 


또 주변 어른들이 제가 못 알아들을 거라고 생각하고 “엄마가 잘못해서, 임신했을 때 잘못해서, 출산 과정에서 잘못해서 장애인이 되었다.”라는 얘기들을 했던 기억도 나요. 제가 임신해보고 아이를 낳아보니 엄마 탓이 아닌데 엄마가 그런 이야기들을 들어야 했던 거죠. 또 그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어린 제 마음이 어땠겠어요.


(은아) 어린 시절의 우리들이 겪었던 편견과 차별의 경험을 대물림하고 싶지 않으신 거죠. 어린 시절에 위축되었던 저의 마음도 떠오르고,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기에 ‘내 딸은 장애인의 가족으로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민아 님의 마음에 깊이 공감이 가요. 


언니가 나이가 들어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기능이 떨어지더라도, 지금과 같이 자립해서 살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미래”를 같이 찾아봐요.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민아 님.





"이모가 장애인이래.”
이런 얘기를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장애형제를 위한 정보들을 제공하며 가족들을 지원하고 있는 민아님. 민아님은 부모님이 언니를 더 이상 돌보고 지원할 수 없을 때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언니가 자신과 함께 사는 방법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이유 하나는 새롭게 자신의 가족이 남편과 딸이 자신과 같은 '장애인 가족'으로 살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겪어왔던 '장애인 가족'이라는 어려운 길을 자신의 남편과 딸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크다고 했습니다.


비장애형제로서 장애형제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면서, 나와 나의 새로운 가족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It's about me!)는 그 해답을 함께 찾아가 보려고 합니다.


나는(It's about me!)과 함께 더 나은 미래에 관해 이야기 나누고 싶은 비장애형제라면 누구나, 

비장애형제들의 새로운 미래 찾기 프로젝트에 참여해주세요!

<인터뷰 참여 신청> https://forms.gle/jTc5XUc8L8WF3zME9




Written by 은아, 혜연

※ 인터뷰이(interviewee)의 의견은 나는(It's about me!)의 공식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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