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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Aug 25. 2020

결국 다 괜찮아질 것이다, 그게 무엇이든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로, 코로나 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세계 일보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 블루를 겪고 있는 증상(복수응답)은 답답함(57.9%)과 무기력함(55.1%)이 가장 많았으며, 주변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 증가(19.2%), 감정 기복(17.5%), 불면증(9.4%), 과민반응(9.0%) 등도 포함된다. 코로나로 인해 격리되고 고립되었다. 생계가 어려워진 사람들도 많아졌다. 사람과 사람이 직접 만나거나 접촉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외롭고 단절된 현대인의 삶은 더욱 단절되고 고립되었다. 


<<이게 정말 마음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지음, 주니어 김영사)

슬픔, 분노, 우울, 짜증, 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무시되고, 적대시된다. 스트레스가 일상인 삶 속에서 스트레스를 풀 곳은 없다. 이렇게 무시되고 쌓여있던 감정들은 어느 순간 폭발하듯이 분출된다. 의미 없는 쇼핑을 하거나 먹거나, 보복 운전하거나, 무작위로 사람들을 때리거나, 인터넷에서 익명으로 마구 타인을 비난한다. 어느 순간 더 이상 참지 못해 폭발하는 감정이 지나고 나면 내가 왜 그랬나 후회하게 된다. 내가 나의 주인 같지만 가끔은 내 안에 다른 존재가 나를 조종하는 듯하다.

https://namu.wiki/w/%EC%9D%B8%EC%82%AC%EC%9D%B4%EB%93%9C%20%EC%95%84%EC%9B%83

영화  <<인사이드 아웃>>(월트 디즈니 픽처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우리 머릿속의 다섯 감정, 기쁨, 슬픔, 버럭, 까칠, , 소심들을 의인화해서 보여준다. 처음에는 기쁨이라는 감정에만 매달리지만 결국 슬픔이 하는 중요한 역할을 깨닫게 한다. "우는 것은 삶의 문제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진정하도록 도와줘." 슬픔을 통해 라일리는 성장하게 된다. 우리가 가진 감정들을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 각 감정이 가지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케빈 브래독 지음, 허윤정 옮김, 정우열 감수, 중앙북스)는 이런 우리에게 필요한 감정 회복 안내서이다. 표지의 이미지는 어느 날 갑자기 내 감정이 넘쳐버린 나의 모습을 상징한다. 내 안에 가득 찬 감정이 넘쳤을 뿐 나는 괜찮다는 책의 내용을 반영한다.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8782021&memberNo=31092112

저자인 캐빈 브래독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잡지인 <지큐>, <에스콰이어> 등 유명한 매체에서 20년 동안 패션. 트렌드 전문 에디터로 일해온 사람이다. 유명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스스로도 성공한 삶을 살던 그의 일상은 어느 날 갑자기 무너진다. 심한 우울증과 불안 증세가 오더니 급기야 자살시도까지 하게 된다.


"견딜 수 없는 순간"을 맞으며 분투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과정을 보면 그들은 살면서 일련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건이나 상황에 직면한다. 이를테면 직장 일이 힘들고, 몸이 아프고, 관계에 갈등이 생기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는데 그게 쌓이고 쌓이다가 마침내 그 상황에 압도당하고 만다. 그 결과가 바로 위기다. 그리고 그때 갑자기 자살 생각이 떠오르면서 '자살'로부터 어떤 약속을 받는다.


이 책의 저자는 성인 남성이다. 한국에서 성인 남성이 자신이 우울증과 알코올 중독이었음을 밝히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우울과 불안, 공황, 번아웃을 겪은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써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 한국에서는 남자들이 이런 감정을 이야기하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은 곧 전쟁에서 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울증이 심해서 마음 보고서라는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내 마음을 챙기기 설문을 하고 분석 결과를 보려고 했다. 남편에게 같이 하자고 말했다가 심하게 부부싸움을 했다. 남편에게 '너의 마음을 들여다보라'라고 말하는 것은 '너는 어딘가 부족해'라는 말로 해석되었다. 자신은 강하고 아무 문제없는데 내 권유가 자신을 문제 있는 사람으로 규정한다고 느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고 남들도 다 힘들거니 생각하면서 술 한잔으로 풀면 된다고 생각한다.


남성성이 강조되고 성공한 남성들을 많이 접했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자다움'이라는 감옥에 갇혀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남자들에게 '남성들 역시 갈팡질팡하는 존재다. 견고한 건물처럼 보이는 이 엄격한 남성성은 허약할 뿐 아니라 압력을 받으면 부서지기 쉽다."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유'의 목록에서 맨 마지막 부분이었다. 바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모른다는 것 말이다."


문화적 차이 때문일까? 이 책이 나의 우울함, 불안 등의 감정을 들여다보게 하는 트리거가 되어 외면하고 억눌러두었던 내 감정을 불러일으켜서였을까?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책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어쩌면 나 자신조차도 감정을 내보이는 것은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싫어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또한 감정도 조절할 수 있다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난 강하고 유능해야 해.

하지만 난 약하고 길을 잃은 것 같아.

그런데 그걸 인정하면 난 훨씬 더 약해 보일 거야.

그러니 묵묵히 계속 버텨야지.

그러면..'"


불편한 마음을 이겨내고 계속 읽다 보면 저자가 자신의 우울, 자살, 중독의 상태를 어떻게 극복해가는지 알 수 있다. 그 여정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얻는다. 저자의 훌륭한 점은 자신이 우울하다고 인정하고,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정말 안 되겠다고 느꼈을 때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자신의 약점을 내보였고, 이를 글로 썼다. 


저자가 제안하는 수없이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도에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은 다음과 같다.


1.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바닥을 치면, 그때부터는 올라갈 일만 남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2. 혼자 감당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

3. 쉬운 일을 꾸준히 하라.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바뀐다.

4. 마음속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라.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 감정의 노예가 되고 만다.

5. 다른 사람들이 해주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워라.

6. 살을 빼겠다는 집착은 버려라. 그저 아이들이 뛰노는 것처럼 운동하라.

7. 되도록 맨 정신을 유지하라

8. 때로는 스마트폰 알림을 모두 끄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품에 안겨라.

9. 당분간 목적은 잊어라. 살다가 때가 되면 다시 찾아올 것이다.

10. 주변 사람들을 믿고 사랑하라. 그리고 어렵겠지만 그들에게서 사랑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라.

11. 매일 아침이 행복하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기분이 아니라 '오늘도 해냈다'는 사실이다.

12. 상황은 반드시 바뀐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기다려라.


이 중 세 가지를 꼽는다면 글쓰기, 운동하기, 인내하기다. 저자는 자살한 동생을 둔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라고 조언한 것을 받아들여 자신의 생각과 감정, 기억과 꿈에 대한 일기를 쓰기 시작한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겠다는 결심을 한다.


"첫 번째 제안을 하겠다. 오늘부터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가자. 모든 사람의 우울과 불안은 각자의 버전으로 전개된다. 그러므로 이야기 하나로 다 되는 만능 해결책을 제시하기가 불가능하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백세희 저, 흔) 책이 한동안 베스트셀러였다. 나 또한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샀다. 우울하고 외롭고 죽고 싶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떡볶이는 먹고 싶다는 모순적인 내 마음을 대변하는 듯했다. 백세희 작가가 의사와의 치료 과정을 담은 이 책을 쓴 이유는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건 내가 자유로워지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것 또한 나라는 걸 내 소중한 사람들이 꼭 알아주"길 바래서였다고 한다. 캐빈과 백세의 작가는 자신의 어두운 면을 드러내는 글을 썼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회복의 핵심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어떤 것에서 다른 것으로 바뀌는 '전환'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치료나 약, 운동, 목록 작성, 독서, 식사, 자연, 명상, 그 밖에 우리가 탐색한 것들을 모두 넘어선 마지막 한 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인내다. 인내는 모든 게 바뀔 때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요시타케 신스케의 책 <<이게 정말 마음일까?>>에도 이런 글이 있다.


“싫은 마음은 내 몸에 착 달라붙어 살아가는 녀석일까. 그래서 기분 좋은 일을 점점 못 보게 만드는 것일까. 그렇다면 산책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거나 몸을 막 움직이면 싫은 마음이 떨어지지 않을까?”


우울한 감정을 떨구어내는데 움직임이 최고다.




저자의 긴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처음엔 불편한 감정이 들지만 이를 극복하고 나면 내 삶과 감정을 돌아보게 된다. 나에 대해 하나씩 써나가고, 건강한 생각이 들도록 운동을 하게 된다.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니 조금씩 천천히 나아지는 과정을 인내를 통해 배운다. 혼자서 힘들면 힘들다고 말할 용기도 얻게 된다. 그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오늘 하루도 해냈다고 외치며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삶을 헤쳐왔고, 회복했고, 살아남고, 배웠으며, 삶이 다시 좋아지기 시작했다. 당신도 그렇게 되리라 믿는다." 


*이 책은 독서모임 성장판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으나 내용은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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