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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Nov 05. 2020

발린이와 글린이가 본 발레와 글쓰기

발레 어린이, 글쓰기 어린이


발레와 글쓰기는 참 닮았다.

처음 발린이가 되면 열정이 넘친다. 의욕이 앞선다. 학원 등록을 한다. 욕심 같아선 매일 하루 종일 하고 싶다. 하지만 발레 갈 시간이 오면 늘 고민된다. 오늘은 좀 피곤한데, 오늘은 일이 늦게 끝나서, 오늘은 애가 칭얼 대니... 안 갈 핑계가 떠오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떨치고 일단 가면 수업 분위기에 휩쓸린다.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고 집중하면서 동작하면 재미난다. 끝나고 나면 레오타드와 위에 입은 티셔츠가 다 땀범벅이 된다. 해냈다는 뿌듯함이 온몸을 감싼다.


뭘 해도 동작이 늘지 않는 발테기 (발레 권테기)가 오면 장비를 산다. 예쁜 레오타드, 슈즈, 워머 등을 사며 기분을 전환한다. 사실 발테기는 장비를 산다고 금방 해소되지는 않는다. 동작만 열심히 따라 한다고 실력이 금방 늘지 않는다.  모든 배움이 그렇듯이 반복학습과 꾸준한 연습, 그리고 기초가 필요하다.

발레의 기본은 스트레칭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근력 운동이 사실 핵심이다. 복근과 내전근이라 불리는 허벅지 안쪽 근육을 써서 몸을 지탱하면서 몸을 움직여야 탄탄하게 설 수 있고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 힘이 부족하면 다리를 업하고 들거나 턴을 돌 때 중심을 잃고 쓰러진다. 들어가야 할 곳에 힘을 주지 않고 엉뚱한 곳에 힘을 주게 된다. 잘못된 습관은 고치기가 어렵다. 손목을 써서 동작한다던가, 턴 할 때 턴아웃이 안 되는 것들, 한쪽 팔을 누르는 동작, 목을 앞으로 빼는 습관 등 나쁜 습관은 쉽게 몸에 밴다. 연습 삼아 집고 있는 바를 온몸으로 기대다가 바 없이 센터에서 동작해야 할 때 바들바들 중심을 못 잡고 쓰러진다.


처음에 겨우 동작을 따라 하던 발린이 들은 좀 익숙해지면 현란하고 복잡한 동작을 배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힌다. 받쳐줘야 하는 근육과 힘이 부족해서다. 그럴 땐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내 몸에 집중하고, 어떤 근육과 힘을 써야 하는지  깨닫고 몸이 익숙해질 때까지 그 부분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릎을 다치거나, 허리가 아프거나, 어딘가 꼭 다친다. (내가 발레가 더 늘지 않는 건 이 과정이 없어서 인 것 같다.ㅡㅜ)

수업 시간에 동작을 따라 할 수 있으면 동작을 잘하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영상을 찍어보면 그 착각은 금방 사라진다. 어설프고 버벅거리는 영상 속의 나를 보면 고쳐야 할 것 투성이다. 그걸 보고 다시 교정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을 쓰기 전에는 괴롭다. 글을 쓰기 전에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다. 흰 바닥을 보며 괴로워하는 시간이 길다. 하지만 일단 쓰기 시작하면, 어찌어찌 써가게 된다. 그리고 글을 다 쓰면 엄청 뿌듯하다. 한참 후 내가 쓴 글을 다시 보면 부족한 점이 보인다. 글테기가 오면 장비병이 도져서 책을 사고 책장을 사고, 북스탠드를 사고, 노트를 사고, 펜을 산다.  


매일 반복적인 연습만이 힘이다. 그냥 연습만 하면 안 된다. 잘못된 습관만 강화되기 쉽다. 탄탄한 기본기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어휘 공부도 해야 하고, 문장 쓰는 법, 좋은 글을 많이 읽는 것, 글을 읽고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해 가는 과정, 일정 시간 동안 글을 쓰는 훈련을 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좋은 글을 보고, 다시 내 글을 보고 끊임없이 쓰고 또 써야 한다.

100일 동안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오늘은 13일째다. 중간에 몇 번 제출을 못했다. 생각이 떠오를 때 조금씩 적어두고, 묵혀두고, 유사한 책이나 드라마가 생각나면 다시 읽고 보고 다시 추가하는 과정을 반복하는 나로서는 매일 하나의 글을 새롭게, 그리고 생각을 오래 하지 않고, 퇴고도 많이 하지 않은 채 써내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매일 발레 학원 가는 거라 생각하고, 써보려고 한다. 이제 막 시작한 초보니까 매일 학원 가듯이 매일 쓰는 단계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꾸역꾸역 써가다 보면 뭔가는 되어 있겠지. 레벨 1 글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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