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Nov 06. 2020

오늘 무슨 꿈 꾸고 싶으세요?

"어제 무슨 꿈 꾸셨어요?

기억나세요?

어떤 꿈인데요?

오늘은 무슨 꿈 꾸고 싶으세요?"


며칠 전 꿈에서 저승사자를 보았다.


http://enter.etoday.co.kr/view/news_view.php?varAtcId=90121


정말 전형적이게 검은 모자, 검은 얼굴, 검은 옷. 마치 미드에 나오는 병실처럼 한 벽면이 통유리로 된 방 안에 내가 있었다. 그 방 밖에 복도가 있었는데, 그 앞을 저승사자가 지나갔다. 앞만 보고 가고, 내 쪽을 전혀 보지 않았다. '아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 한동안은 안 오겠구나 생각했다.


왜 이 꿈을 꾸었나 생각해본다. 자기 전에 '책 읽는 남자' 서평을 쓰다 홀로코스트에 대한 기사를 한참 보았고, 개그맨 박지선 씨 부고를 보았기 때문이었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 중 <<잠>>이 있다. 여기서 잠은 꿈이다. 주인공 자크 클라인의 어머니는 수면을 통해 인간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는다. 주인공은 꿈에서 미래의 자신과 만나 대화를 한다. 이들에게 잠은 곧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가능한 새로운 세계다.


"꿈은 고대에는 신이나 정령 등 인간보다 높은 존재의 계시로 받아들여졌으며, 근대에 들어와서는 무의식의 표출로서 연구되기도 하였다. 꿈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을 해몽이라고 하며, 대개 좋은 꿈으로 알려진 것들로는 용꿈과 돼지꿈, 그리고 똥꿈 등이 있는데 대부분 불길하다고 여길 '죽는 꿈'도 재생을 뜻한다고 해서 좋은 방향으로 해석된다. 가끔 꿈은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는데, 소설 드라큘라, 프랑켄슈타인, 지킬 박사와 하이드, 트와일라잇 시리즈, 영화 터미네이터, 벤젠, 그리고 비틀스의 곡 Yesterday의 발상은 모두 꿈에서 나온 것이다. (https://namu.wiki/w/%EA%BF%88)


잠은 하루 종일 일어난 일을 선별하는 작업, 과거에 해결되지 않은 일을 해결하는 작업, 고민에 대한 답을 찾는 시간, 기억에 남았던 일을 되새김질하는 시간, 무의식이 기지개를 켜는 시간이다. 이 잠자는 시간에 꿈을 꾼다. 미래를 예지 하는 것도 있겠다. 돼지꿈을 꾸면 로또를 사니까.


이 책 이야기를 회사 동료와 했던 적이 있다. 그 친구 오빠는 꿈이 곧 하루의 일을 정리하고 저장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꿈을 꾸면서 잠꼬대를 했는데 하루 종일 있었던 일을 다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가 아들이 무엇을 했는지 알았다고... 그 친구는 하루 배운 내용을 잠을 자면서 잘 정리해서인지 의사가 되었다. <<잠>>의 주인공도 잠을 통해 기억력이 향상되고 성적이 오른다.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평행 세계죠. (중략) 대형 스크린으로 누구나 꿈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는 날이 올 거예요. 무익하다고 오해를 받는 이 3분의 1의 시간이 마침내 쓸모를 발휘해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가능성을 극대화시키게 될 거예요."


기억에 남는 꿈


기억에 남는 꿈 중 하나는 우주 속을 유영하는 꿈이었다. 검고 조용한 그 공간을 무중력 상태로 떠있었다. 편안하지도 않고 불편하지도 않은 그냥 존재하는 느낌. 행성처럼 둥둥 떠있었다. 아마 엄마 뱃속에서 있었던 기억이 무의식에 떠오른 걸까?


꿈에 자주 가는 외국의 어떤 장소가 있다. 어딘지는 모른다. 몇 번 가서 갈 때마다 '아 여기' 하면서 지난번에 가보지 못한 곳을 가본다. 하지만 늘 집에 갈 버스편도, 길도 모르고, 돈도 없다. 그래도 항상 어딘가를 무엇인가를 찾아간다.


하루에 여러 번 같은 꿈이 반복되거나 스스로 꿈임을 인지하고, 반복적으로 한 장면을 꾸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려고 했던 적이 있다. <<잠>>에 나오는 세노이족처럼 꿈을 제어했던 것 같다. 첫 번째 악당에게 맞았다면 두 번째는 도망치고, 세 번째는 반항하고 같이 싸우고, 네 번째는 압도해버리는 거다. 억지스럽게 그렇게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고 나면 기분은 괜찮다. 어쨌든 원하는 결말을 얻으니까.


내 꿈을 스스로 해몽해본다.


죽음에 대해 형상을 통해 생각해보라고 알려준 것은 아닐까? 추상적 개념이 아닌 형상으로써 죽음을 바라보았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알아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빛이 있어야 그늘이 보이고, 그늘이 있어야 빛의 밝기를 알 수 있듯이 삶의 의미도 죽음을 통해 얻게 된다.


누군가에게 살아있는 것은 고통이고 지옥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내 삶은 감사하게도 평온하다. 살아 있어서 햇살을 보고, 아이의 웃음을 보고, 일을 하고, 웃고, 우는 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다는 생각을 하라는 암시였나 생각해본다.


하지만 오늘 밤에는 돼지가 내 품에 떡하니 안기는 꿈을 꾸고 싶다. 혹은 로또 번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