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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Dec 07. 2020

아이를 대신 낳아드립니다

베이비팜 - 조앤 라모스

출처: https://news.joins.com/article/23284792


대리모란 "임신과 출산을 대신해주는 여성을 일컫는 말로 생부. 생모의 정자와 난자로 수정란을 만든 뒤 이를 제 3자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키는 것"(출처: 중앙일보 - 돈만 주면 아이 낳는다... 임신 하청 '구글 베이비')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일부 국가에서는 대리모를 법적으로 금지하지만 일부 국가 혹은 미국의 경우 일부 주에서는 대리모를 허용한다. 아이를 낳을 수 없지만 간절히 원하는 이성부부 혹은 게이 커플들은 허용해주는 곳에서 대리모를 이용한다.


현실에선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팝 가수 리키 마틴,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 중국계 할리우드 배우 루시 리우, 미의 대명사 니콜 키드먼 등이 대리모를 통해 아이를 얻었다.


아이를 정말 원하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갖게 해 주고, 가난하거나 돈을 벌 기회가 없는 여성들에게 기회를 주는데 무슨 문제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조앤 라모스 장편 소설인 <<베이이팜>> (조앤 라모스 저, 김희용 옮김, 창비)은 '정말 그럴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소설 속 '골든 오크스 농장'은 최고급 리조트로 대리모들이 최상의 서비스와 월급을 받으며 뱃속의 아이를 키우는 곳이다. 여성들이 대리모를 선택하는 이유는 출산 후 거액의 보너스를 받으면 가난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리모 의뢰인들은 대부분 부자다.


"카터 부부의 집에서 제인은 돈으로 무엇을 살 수 있는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중략) 몇 주 동안 제인은 그 의사가 그랬듯 세상이 카터 부부의 집으로 제 발로 오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의뢰인들은 계속되는 유산으로 아이를 낳을 수 없거나, 전 세계의 공헌하는 일을 해서 아이를 낳을 시간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대리모를 구한다. 그들은 아이를 위해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지시하고, 산모들과 아이는 건강한지 카메라를 통해 관찰한다. 하지만 양수 검사 등으로 아이에게 이상이 있을 확률이 높아지면 바로 임신 중지를 선택한다. 대리모와 직접 만나기도 하고 몇 명의 아이를 한 대리모를 통해 낳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만나지 않고, 돈만 지불한다.


그 외 인물들은 자신만의 이유로 대리모 사업에 종사한다.


메이: 혼혈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다. 최상위 고객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인맥으로 부와 성공을 누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부자들은 자신들의 재산을 물려줄 아이를 원한다. 아이를 낳아줄 대리모 선택도 까다롭다. 의뢰인이 만족할만한 사람들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제인: 싱글맘에 외국인 노동자로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육아도우미, 청소도우미 등을 하지만 이 삶을 벗어날 수 없다. 젖먹이인 이 아이를 어떻게 키울까? 어떻게 하면 이 삶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 그러다 아테가 제안한 대리모일을 하게 된다.
아테: 기회가 되어 평생 재벌의 가사, 육아 도우미를 하면서 인맥을 쌓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필리핀에 집도 세 채가 있다. 이젠 나이도 많고 몸도 따라주지 않으니 젊고 어린 처자들에게 돈 벌 기회를 알려주는 걸로 사업을 하려고 한다.
레이건: 집안도 좋고 학벌도 좋다. 단지 모든 걸 마음대로 정하는 아빠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난임에 시달리는 부부를 위해 임신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다른 사람을 도우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도 있다는 말에 대리모를 하게 된다.


서로에게 좋은 선택이다.


레이건: "한쪽 당사자한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수도 있잖아요. 제 말은, 그 한쪽 당사자한테는 어쩌면 '교환'이 '좋은 거래'가 아니라 그저 순....... 허섭 쓰레기 같은 한 무더기의 선택지 가운데 그나마 최선일뿐인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메이: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방금 당신이 인정했듯이, 그 거래는 여전히 가능한 최선의 선택이에요. 그리고 그 거래가 없다면,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나은 이런 선택지마저 없다면, 그 한쪽 당사자는 형편이 더 나빠지겠죠. 안 그래요? 우리는 호스트들더러 호스트가 되라고 강요하지 않아요. 그들이 우리를 위해 일하겠다고 자유롭게 결정하는 거죠."


의뢰인은 좋은 기회를 제공할 뿐이며 그것을 선택하는 것은 대리모라고 하며 머뭇거리는 대리모 지망생들을 설득한다. 소설 속, 그리고 현실 대부분 여성들이 대리모를 하는 이유는 수십 명이 좁은 집에서 생활하는 합숙소 생활을 벗어나기 위해서, 아이를 키우며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난독증에 시달리는 아이를 고치고, 심장이 나쁜 아버지 병원비를 내기 위해, 집 인테리어를 바꾸기 위해, 학비를 벌기 위해 등이다. 자신을 위해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난한 여성의 '선택'은 선택이 아닌 경우가 많다. 


대리모들은 세계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을 위해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게다가 이들은 최상의 서비스와 돈을 제공해준다고 스스로 설득하며 이 일을 시작한다. 


교환 가능한 것은 어디까지일까? 


"미국 대리모 중개 사이트 센시블 서로거시(Sensible Surrogacy)에 따르면 미국인 대리모 출산에는 14만 6천500달러(한화 1억 6천만 원), 영국 8만 5천 달러(한화 9천500만 원), 우크라이나는 4만 9천 달러 (한화 5천500만 원)" (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190208118200797) 이 든다. 실제 대리모들이 받는 돈은 이보다 적을 것이다. 


자본주의에서 등가교환은 상품의 가치와 가격(화폐량)이 일치하는 교환을 말한다. 가치과 가격의 일치는 그 상품에 대한 수요, 공급이 엄밀히 일치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대리모는 "여성의 포궁을 계약. 대여. 매매하여 포궁에 배아를 집어넣고 제삼자를 그렇게 태어난 아이의 '양육자'로 삼는 행위'(<<대리모 같은 소리>>(레나트 클라인 저, 이민경 옮김, 봄 알람))이다. 대리모를 한다는 것은 자궁을 상품으로 보고 이를 대여하는 행위다.


메이시: "그거 대리출산이잖아! 그런 식의 대리출산은 상품화고, 인간 생명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일이야! 신성한 모든 게 외부에 위탁되어 일괄적으로 거래되고, 결국 최고가 입찰자에게 팔려 나가는 거라고! (중략) 넌 어떤 낯선 부자가 널 이용하게 내버려 두고 있는 거야. 삶의 근원적인 무언가에 가격표를 붙이고 있는 거라고."


소외당하는 대리모


"내 아기가 아니라 내 버스에 일정 기간 탑승했던 승객 같은 거죠." (<<대리모 같은 소리>>)


임신한 대리모들은 의뢰인의 아이를 대신 보관해주는 보관 창고이다. 소설 속 담당의사는 아기를 초음파로 의뢰인에게 보여줄 때 전혀 대리모를 고려하지 않는다. 말 한마디도 걸지 않고 카메라 속 의뢰인하고만 통화한다. 뱃속의 아이의 모습을 정작 임신한 그녀에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미리 양해나 배려도 없이 웃옷을 벗겨 가슴과 배를 의뢰인에게 보여준다. 임신한 여자는 제품처럼 관찰당한다. 임신한 여성이 일반적으로 갖는 뱃속의 아이와 교감하는 과정은 없다. 철저히 소외된다.


"자기 아기와 관련된 모든 것에 집착하니까요. 새로운 종류의 나르시시즘이죠. 농장이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거예요. 그들의 나르시시즘을 충족시키고, 더 부채질하는 거."


의뢰인이 제공하는 최고의 서비스는 사실 아기를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신한 대리모들이 겪는 호르몬으로 인한 감정의 변화 등에는 관심이 없다. 늘어난 몸무게, 운동 시간, 식사량 등 정량적으로 측정되는 대상일 뿐이다.


본인이 이 일을 선택했다고 하고, 좋은 기회라고 말하지만 그 돈은 자신보다 타인(아이, 가족)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출산은 여성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일이다. 임신 출산 과정의 수많은 위험 요소들은 고려되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다른 생명을 낳는 일을 교환 가치로 사용한다. 그리고 그 교환은 가난한 여성, 사회적 약자에게 요구된다. 


대리모 산업이 계층과 인종을 구분 짓는 또 다른 차별이라고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대리모에 종사하는 제3세계 여성들은 대리모 일을 하기 위해 뱃속의 자신의 아이를 지우는 일도 있다. 


소외당하는 아기


대리모뿐만 아니라 아이도 상품으로 간주된다. 이미 인공 수정 시 충분한 품질 검사가 이루어졌음에도 '불량'이 발생할 경우, 의뢰인이 원하는 완벽한 아이가 아닐 경우 그 아기는 '제거' 된다. 모든 것은 수익을 위주로 판단된다.


"임신 중절, 시나리오 1(재 착상 실비 처리/ 추가 이윤 없음),

임신 중절, 시나리오 2 (재 착상 거부/의뢰인 유출),

임신 유지, 시나리오 3 (최소 세 염색체증/환급 미발생),

임신 유지, 시나리오 4 (최대 세 염색체증/환급 발생)"


아이를 뱃속에 품은 엄마는 아이와 교감한다. 아이는 엄마의 감정상태를 느끼고, 엄마의 피와 살을 나눈다. 하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감정을 가질 수 없다. 의뢰인의 아이를 대신 품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아이는 제인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맡겨두고 와 있다. 아이에게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의 가족만 그리워하고, 억지로 먹고, 빨리 이 시간이 끝나기만 바란다면, 아이가 그걸 느끼지 못할까?


태어난 아이는 엄마의 심장소리를 들으며 안정한다. 태속에서 엄마와 교감을 하며 자란다. 입양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자신의 생모를 찾는 이유는 그 때문이 아닐까? 대리모는 아이를 낳자마자 얼굴도 보지 못한 채 헤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 엄마와 평생 떨어져서 만나지 못한다면 그 아이의 근원을 알 수 없는 불안과 외로움은 누가 보상해줄까?


자신을 뱃속에서 키워주고 낳은 엄마는 엄마로 부를 수 없고, 자신에게 유전자를 제공해주고 돈을 지불한 사람을 엄마라고 불러야 한다면 아이는 어떤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까? 돈을 지불한 자신의 부모가 자신을 '소유'했다고 느끼지 않을까? 


대리모는 다른 부작용도 낳는다. 아기를 팔고, 심지어 태아는 예약 판매를 하거나, 아기 공장이 운영되는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36주 된 아기 20만 원 - 당근 마켓에 판매글 올라와." (조선일보)

"아기를 수백-수천만 원에 파는 중국... 태아도 '예약 판매' 충격" (동아일보)

"임신용 남자 고용" 나이지리아 아기 공장서 10명 구출" (국민일보)




<<베이비팜>>은 이런 무거운 질문을 계속 던지면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토리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 이 이야기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까? 


함께 보면 좋은 영상: https://youtu.be/pQGlAM0iWFM

함께 읽으면 좋은 책: 대리모 같은 소리 


*이 글은 창비의 사전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받은 <<베이비팜>> 가제본을 읽고 쓴 글로 제 주관적인 의견입니다. 출처가 없는 인용은 <<베이비팜>>의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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