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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Apr 10. 2021

100일 동안 글을 쓰면 작가가될 수있을까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땐 연애를 시작하는 마음과 같다. 끝까지 잘 해낼 거라 굳게 믿는다. 중간에 그만두거나 제대로 끝내지 못할 거란 생각을 하지 않는다. 끝을 미리 생각하면 시작조차 못한다. 


지난주 100일간 글쓰기 모임 2기 참석자 모집글을 보았다. 첫 연애처럼 1기도 했었다. 지금은 글을 몇 개 썼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100일 중 20일은 쓰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글감을 모으기도 힘들었고, 시간을 정해 글을 쓰기도 힘들었다. 글을 100일을 쓴다고 글이 나아지는 것 같지도 않았다. 


지난 기억 때문이었나 2기 모임 글을 보고 고민했다. 실패의 요인을 알지만 개선할 의지가 큰지 나 자신에 대한 신뢰가 적었고, 무엇보다 100일간 글을 써야 하는지 그 이유를 찾지 못해서였다. 


최근엔 정해진 생각의 양 이외에는 생각하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생각은 복잡해졌고, 내가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영역은 적었고,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는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먹거나, 마시거나, 사면서 푼다. 다이어트를 선언하고 힘들게 살을 빼온 나에게 스트레스는 적 중의 적이었다. 그렇다. 다이어트를 위해 절필했다. 


하지만 핸드폰만 붙들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자꾸 마음이 쓰여 이 참에 책도 좀 읽고, 읽은 내용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다. 


신청비도 비쌌다. 10만 원. 100일에 10만 원이니 하루 한 편의 글을 안 쓰면 1,000원이 손해다. 글 한편을 쓰기 위해 생각하고 정리하는데 최소 1~2시간은 걸린다. 1시간의 시급을 1만 원이라고 치고, 글 쓰는데 2시간이 걸린다고 하면 글 한편에 내가 투자해야 하는 돈이 21,000원이었다. 


내 글이 한편에 얼마일까? 이슬아 정기구독권을 보니 한 달에 10,000원이다. 30일로 치면 하루에 약 333원이다. 읽는 사람이 300원을 낸다는 가정하에 투자한 금액 21,000원을 회수하려면 매일 최소 70명은 봐야 1일 치 원금 회수가 된다. (참고로 나는 숫자에 약하다. 가계부도 안 쓰는 사람이다. 근데 왜 이걸 계산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그렇게 많은 독자가 읽을만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일까? 갑자기 70이란 숫자의 무게감에 당황스러워졌다. 이 글을 쓰는 지금 100일 글쓰기는  6일 차고, 나는 글을 2회 제출했다. (이번 글까지 합치면 3회) 


곰은 100일 동안 깜깜한 동굴에서 마늘만 먹고 사람이 되었다. 곰처럼 100일 동안 매일(이라 쓰지만 실제는 며칠에 한번) 글을 쓰면 작가가 될까? 최소 70명이 읽을만한 글을 쓰는 본전 치기 작가가 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한번 써보려고 한다. 100일을 다 못 채우면 반인반수로 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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