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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Jun 20. 2019

맨인블랙 인터내셔널 - 에이전트 M의 신입사원 도전기


영화 맨인블랙 콘셉트는 일반인 속에 외계인이 숨어서 인간과 같이 살고 있는데, 위협이 되는 외계인을 찾아내 지구의 안전을 지키면서 일반인이 알지 못하게 감추는 일을 하는 직장인의 이야기이다. 영화의 재미는 일상 속에 숨어있는 외계인 찾기와 성향이 다른 두 동료 간의 밀당 호흡과 캐미에 있다. 그런데! 이번에 개봉한 맨인블랙 인터내셔널은 이 모든 걸 다 갖추었는데 기대와 다르게 재미없었다. 마치 하나씩 뜯어보면 이쁜데, 전체적으로 보면 조화가 안 맞는 그런 얼굴의 느낌이랄까...


어떤 볼거리가 있었나 돌이켜본다. 주인공인데 주인공으로 어필되지 못한 몰리, 에이전트 M이 보인다. 망치의 그립감을 어필하는 에이전트 H역인 크리스 헴스워스에게 주로 스포트라이트가 비쳐서 에이전트 M은 버디무비의 주인공이라기보다는 조연처럼 보였다. ‘맨 앤 워먼 인 블랙’을 외치며 영화에서 페미니즘을 강하게 어필하려고 했던 감독의 의도와 정 반대로 말이다.


모든 여성은 퀸이지.


킹, 퀸을 구분하는것 자체가 웃긴거 아님?


왜 몰리는 맨인블랙이 되려고 했을까?


자신의 어릴 적 꿈을 이루어 내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렸을 때 우리는 실현 가능성 따윈 고려하지 않고 원대한 꿈을 꾼다. ‘대통령이 될 거야’, ‘우주선을 만들 거야’, ‘의사가 될 거야’ 등등. 요즘은 아이돌이나 유튜버가 되려고 하지만. 멋진 포부를 가졌던 우리는 현실과 적당히 타협한다. 성적에 따라 학교를 가고 직장을 구한다.


최근에 '프로듀스 X101'과 '신입사원 탄생기 - 굿피플'을 자주 본다. 프로그램에는 자신의 재능과 실력을 갈고닦아 꿈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나온다. 이들이 힘들어하면 같이 마음이 아프고, 도전을 하면 같이 손에 땀을 쥐고 응원한다. 영화를 보면서 몰리로 비슷한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감독은 그녀가 멋진 주인공으로 보이길 바래서인지 초반에 이렇게 꿈을 향해 매진하는 취준생으로 설정한다. 감독의 스토리라인은 이렇다. 어렸을 때 우연히 외계인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고, 외계인을 만날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고 맨인블랙이라는 조직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 그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 진 그녀는 온갖 역경과 노력을 통해 마침내 입사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왜 공감이 되지 않는 걸까? 왜 초반에 이렇게 지루하게 느껴지는 걸까? 궁금했다. 기생충을 보면서는 그들이 정체가 들통날까 조마조마해서 다 보고 나니 등까지 당겼는데, 왜 이 영화는 그녀의 성공과정을 손에 땀을 쥐며 바라보지 않는 걸까?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을 찾기 어려워서였다. 왜 그녀가 이토록 외계인을 만나고 싶은 건지, 처음 외계인과 조우했던 그 기억이 그렇게 인상적인 건지, 외계인을 친구로 삼고 싶은 건지 지키고 싶은 건지, 아님 그냥 맨인블랙이란 멋진 회사에 취직하고 싶은 것인지 그녀의 열정의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유추해보면 그녀는 외계인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었던 것인지는 영화 끝까지 모호하다.  


뛰어난 스펙으로 무장하고 원하는 직장을 찾는다.


몰리는 CIA나  FBI에 이력서를 당당히 내고 면접을 볼 수 있을 정도의 스펙을 준비한다. 미국에서 평범한 가족에서 자란 백인이 아닌 유색인종 소녀가 이 정도 스펙을 갖추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을지 영화 속에서 다 나타나지 않아도 예상해볼 수 있다.


꿀리지 않는 스펙으로 무장한 몰리는 맨인블랙이라는 회사 혹은 부서를 찾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을 한다. 희망부서를 적으라는 면접 담당자의 말에 그녀는 이렇게 대답한다.


원하는 부서가 없어서 제가 추가로 써넣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부서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자신감과 창의성과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낸다. 내가 FBI나 CIA 인사 담당자였다면 맨인블랙 부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붙잡았을 것 같다. 이런 자세를 가진 지원자라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을 해결해내는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가 원하는 부서가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담당자는 이렇게 지루한 말을 말한다.


회계과요?

이 대사를 내뱉는 담당자와 원하는 부서가 없어 체크리스트를 추가하는 몰리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하지만 인정한다. 현실의 우리는 담당자의 위치다.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


결국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한 몰리는 콜센터 직원이라는 자신의 스펙과 역량과 전혀 맞지 않는 일을 하면서 자신의 연구를 지속한다. 이해가 안 된다. 저 정도 스펙에 원하는 바가 유사한 직종이라면 비슷한 업무를 하는 CIA와 FBI를 하면서 커리어 패스를 이어갔을 텐데, 전혀 생뚱맞은 콜센터 직원이 된다. 왜 콜센터에서 일하기로 결심했는지는 영화에 나오지 않는다. 마치 구글에 갈 수 있는데, 형편상 못 가서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는 그런 느낌이다. 콜센터 직원은 시간이 많은 직업도 아니고, 업무 스트레스도 많고, 지속적으로 인터럽트가 있으며 전화 선 너머로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해야 한다. 우주인의 지구 방문을 추적하려면 좀 더 고립된 직업, 아까 말했듯이 유사 업무나 하다못해 천문학 관련 일이나, 자신이 해킹한 대학 교수 조수라도 할 텐데, 납득이 안 간다. 


이해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김예지 작가의 '저 청소일 하는데요'라는 책이 떠오른다. 저자는 다니던 그림 그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원하는 일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돈을 벌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신의 꿈을 향한 일을 할 수 있으며 고정 수입이 들어오면서 시간 조절이 가능한 청소일을 택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이 이 일을 하자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나도 김예지 작가의 주위 사람들처럼 몰리를 바라본 것일까? 변명하자면 이건 영화잖아! 주인공에 몰입해야 재미있는 거 아냐?!!


몰리의 선택을 이해하려는 노력으로 다시 바라보았다. 콜센터는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고객 만족 정신을 실천하는 곳이다. 맨인블랙의 고객은 외계인이다. 외계인을 만나고 싶어하는 몰리는 고객으로 상대하게 될 외계인들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서비스 정신을 배울 겸 이 직장을 택했다. 음. 감독의 스토리라인만큼 설득력이 없다.


원하는 것을 지금 당장 얻을 수 없어도 늘 준비하자.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온다.




그녀의 임시 직장 선택의 이유를 모르더라도 늘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 하나는 꼭 배우고 싶다. 몰리는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외계인 출몰을 항상 모니터링했고, 자신이 가려는 회사 업무에 대해 철저히 분석했고, 필요한 역량을 키웠다. 노력 끝에 겨우 면접 기회를 얻은 몰리, 압박 면접이라 해야 하나? 면접 시 지원은 안 받고 선발만 한다는 에이전트 O 앞에서 그녀는 물러서지 않는다. 감동을 주는 스토리텔링과 맨인블랙이라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짚어 이야기하면서 자신이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임을 어필한다. 


친구도, 애인도, 애완동물도 없다. 


몰리를 보면서 취업 준비생들에게 취업하려는 회사의 인재상에 대해 구체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나와 맞는지 확인한 후에 전략적으로 접근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기업의 인재상은 회사를 다녀보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너무 추상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선발된 신입 사원을 보면 물론 각각의 개성은 존재하지만 큰 틀에서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와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취업을 원하는 회사가 있다면 나랑 성향이 잘 맞는 회사를 찾아내고, 정확히 어떤 인재상을 원하는지 파악한 후에 전략적으로 어필하는 것이 합격 노하우가 될 수 있다.


에이전트 M의 신입 생활


에이전트 M이 된 몰리는 타 지역 지부에 배치된다. 수습으로 들어간 그녀는 짧은 기간 내에 자신의 역량을 보여주어서 정규직이 되어야 한다. 그러다 우연히 에이전트 H를 알게 되고, 그가 회사에서 잘 나가는 에이전트이자 주요한 업무를 맡게 된 것을 알게 된다. 몰리는 원하는 프로젝트 대상인 외계인에 대해 사전조사를 하고 자신의 정보력과 열정을 프로젝트 리더인 에이전트 H에게 어필한다. 


이 대목에서는 신입사원으로서, 아니 직장인으로서 본받아야 할 몰리의 두 가지 장점이 보인다. 


첫 번째는 원하는 프로젝트에 조인하고 싶다고 어필하는 태도이다. 


어쩌면 외국계 회사라면 이런 태도는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MS에 오래 다니신 분의 이야기를 따르면 프로젝트가 셋업 되면 해당 프로젝트에 필요한 역량 및 기술 즉 Job Description이 공지가 된다고 한다. 관련 스펙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개발자들이 지원을 하면 해당 프로젝트 리더가 역량과 평판 등을 고려해서 선발한다고 한다. 프로젝트에 따라 사람들이 모였다 흩어졌다 하고 매번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이 할당되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주변에서도 역량이 있다고 인정받으면 계속 지원하는 프로젝트마다 선발되고 그렇지 않으면 자꾸 누락되고 결국 회사에서 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요즘 자기 계발서에서 자주 언급되는 회사 내에서도 1인 기업가처럼 업무 하라는 말이 외국계 회사에서는 그냥 일상인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 문화도 점차 바뀌고 있긴 하지만 아직까진 연차에 따라 승진하고, 월급 받고,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대부분인 우리의 기업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이런 기업 문화를 배제하더라도 그녀의 어필하는 태도는 본받을만하다. 


두 번째는 시키기도 전에 스스로 알아서 자료를 조사하고 방안을 찾는 주인의식이다. 


몰리는 시키지도 않는 자료를 방대하게 조사해온다. 선배가 고려하지 못한 부분을 미리 챙겨 온 것이다. 최근에 본 <신입사원 탄생기 - 굿피플>의 한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이 에피소드에서 멘토들은 인턴들에게 자료 조사를 시킨다. 이 자료는 선배 변호사들이 조사와 논리를 세워가는 기초이며 업무의 시작으로 정확함과 적절함, 그리고 그 자료를 보는 사람들의 시간을 아껴주는 배려와 효율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작성할 자료의 정확성뿐만 아니라 자료 작성을 대하는 인턴의 태도도 주요한 평가 포인트로 나온다. 짧은 시간 동안 자료를 조사하면서 어떤 인턴은 1차로 자료를 시간 내에 먼저 제출하고 추가 보완해서 2차로 내는 인턴도 있었고, 약간 늦었지만 완벽한 자료를 만들어서 내는 인턴도 있었고, 성의 없이 4시간 할 분량을 2시간만 해서 제출하는 인턴도 있었다. 몰리는 시키기도 전에 다방면에 자료를 조사하고, 선배가 미처 챙기지 못한 데이터를 알려준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대한 주인의식을 가지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한다. 이런 에이젠트는 사장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런 뛰어난 역량을 보이는 몰리는 에이전트 M이 되어서 협업에 투입되었을 때 그 장점을 십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한다. 잘 나가지만 제멋대로인 선배와, 프로세스와 원칙대로 업무를 하는 에이전트 C와, 편애하는 듯이 보이는 결국은 태도보다는 업무 성과에만 집중하는 high T와 협업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도 그녀의 장점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날카로운 판단력으로 (물론 외계인의 조언을 받긴 하지만) 조직 내에 스파이가 있다는 조직원들이 놓친 가정을 제시한다. 그녀의 이 판단으로 인해 조직에 불신이 쌓이지만 결국 그 말이 사실임이 밝혀지게 된다. 현업에서의 순발력까지 갖춘 완벽한 인물이다. 다음 대사를 보면 그녀는 MBTI의 ESTJ가 아닐까 한다.


열정은 불안정하고 논리는 확실하니까


향후 직장에서 그녀의 커리어는 안 봐도 비디오다. 몇 년 후 영화 속 현실에서는 이런 신문기사가 나오지 않을까 한다. 


맨인블랙 최초 여성 '하이'레벨. 에이전트 High M,  
그녀로 인해 맨인블랙 조직명을 바꾸다.
HUMAN in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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