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Jul 20. 2019

그만 두겠습니다.

이직의 정석

이번 주에 같이 일하는 후배 사원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힘들고, 자신이 원하는 일이 아니라고 퇴사하겠다고 했다. 아직 젊고 더 높은 연봉을 위해, 이런 회사에서 일해보고 싶어서, 지금 일이 맞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이직을 생각하는 것이다. 직원에게 질문을 했다.


"왜 그만 두려고 해요?"


사실 이런 고민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다. 나를 돌아보면 지금 다니는 곳은 세 번째 직장으로 이곳으로 이직한지 벌써 10년째다. 현재 업무도, 직장도 좋아하고,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비전도 있어서 이직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 물론 앞서 해본 이직에서 얻은 교훈도 크다. 준비없었던 퇴사, 이직의 아픔을 크게 겪었기 때문이다. 


내가 힘들고 아팠기 때문일까? 이직하겠다는 31살의 젊은 후배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었다. 나의 오지랍이 꼰대질은 아니길 바라면서, 그냥 선택은 자유지만 내 얘기 좀 들어보고 결정하라고 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이야기만으로는 부족할까 싶었는데, 이 책이 있었다. 


이 책 저자는 프리랜서 헤드헌터로 일하고 있는 정구철 작가이다. 다양한 사례를 기반으로 썼을테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월요일 그를 만나 전해줄 이야기를 위해 책의 내용과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그만두고 싶다. 


이곳이 평생직장인지, 이일이 내가 평생 할 일인지, 아니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끝없는 질문뿐이다. 


이런 고민이 들었다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직장인 중 98%가 일에 권태기를 느끼며, 그중 82%가 1-3년 차라고 한다. 열심히 준비해서 취업했는데, 단순한 일만 하다 보면 이런 회의가 드는 것이다. 20년 동안 공부하고 스펙 쌓고 등등 준비했던 것을 이런 회의 때문에 다 포기하고 1년도 안되어서 퇴사한다.  


그리고 이직을 위해 선택하는 대안을 살펴보면, 안정적인 공기업, 연봉 많은 대기업, 부족한 스펙을 채우고자 추가하는 공부 등이 있다. 정말 그 길이 맞을까? 질문해보자. 


스펙을 보완하기 위해 학교를 가는 것이 ROI 측면에서 옳은 선택인가? 


단지 연봉 상승이나 스펙을 위한 공부라면 그물만 만들다가 물고기를 놓치는 일이 발생하기 쉬운 것이다. 이직 시 가장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직무적합성, 즉 경력이다. 이직은 경력의 연속성, 확장성을 보장한다. 
섣부른 도전과 방향성 없는 잦은 이직, 감가상각이 다할 때까지 우직하게 버티게 되면 결국 당신의 경력은 주저앉게 된다.


회사에서도 어차피 계속 공부하고, 내 역량을 성과와 실적으로 끊임없이 증명해야 한다. 학교에 가서 배운 것이 바로바로 회사에서 원하는 성과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 생각해보자. 


스펙 중 열등감을 갖는 것은 학벌. 실제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 학벌세탁은 자기만족으로만 그칠 확률이 높다. 이유는 기업에서 인정하는 학력의 척도는 당신의 최종 학력이 아닌 대학 학력이기 때문이다.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공대의 경우 석사가 있어야 연구소로 갈 수 있는 등, 갈수 있는 길이 넓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의도는 '내가 정말 실력이 있다면, 경력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프지만 맞는 말이다. 


돈도 많이 주고 안정적인 대기업에 가고 싶어서라는 것은 옳은 선택일까? 


대기업을 선호하는 이유는 높은 네임밸류와 연봉, 상대적 안정성 때문이다. 잡코리아의 통계를 봐도 대기업/중소기업 신입 연봉차가 1,300만 원이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한다. 하지만 대기업이 돈을 그냥 줄까? 중소기업보다 정말 안정적일까? 변화에 따라 사업부가 없어지고 인력이 이동되는 것은 순식간이다. 주 52시간 되면서 단순 업무에 대해서 끊임없는 자동화를 고민한다.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하며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가속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에서는 자신의 성과를 정량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정말 치열하게. "열심히 했다"로 안된다. 열심히 했는데 기대 수준이 안 나오면 그게 더 문제다. 52시간을 넘어서도 계획된 리소스를 더 많이 쓰지 않으면서도 성과는 최소 목표한 대로 맞춰야 한다. 쉬워 보이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저자가 왜 이런 말을 할까?


저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직이야말로 장기적이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구할 수 있고, 주도적 업무를 하고 자기 계발을 할 수 있으며, 동년배 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나다운 내 일을 찾는 것의 답이다. 그것도 첫 이직인 경우에 그렇다. 저자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 201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18-46세까지 11개의 직업을 갖는다고 한다. 우리나라라고 예외일까? 평생직장의 시대는 끝났고, N잡러, 긱세대 등 직장에서 직업으로의 변화를 겪기 시작했다. 또한 100세 시대이다. 한 직장을 계속 다니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직은 자신의 현재 평가 프레임을 바꾼다. 시장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고, 내가 시장과 세상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바꾼다. 이직의 과정에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그 전에는 나를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힘들다. 나의 역량, 포지션, 시장에서의 나의 가치는 너무 모호하게 느껴진다.  내가 매주 챙겨 보는 프로듀스 x101 같은 경연 프로그램을 봐도 그렇다. 어린 친구들이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 노력은 등수와 투표수라는 정량적인 지표로 평가된다. 내 실력이 좋아도 평가가 나쁘면 탈락된다. 나를 공개된 곳에 등급을 매기도록 던지는 일은 정말 힘들다. 


준비 없는 퇴직은 지옥이다.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것은 복리후생뿐만 아니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신용카드로 밥값을 계산할 수 있는 것도 당신의 지불 능력과 신용으로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퇴사하는 순간 자산이 없다면 당신은 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당신의 신용, 가치는 회사의 이름으로 창출되었기 때문이다. 


회사안이 전쟁터라면 회사 밖은 지옥이라고 하지 않은가? 이직을 위해서라면 철저한 준비는 필수다.


타이밍


지금은 머물러야 할 때일까? 이직해야 할 때일까? 현재 회사가 비전이 없다고 바로 그만둬도 될까? 퇴직 후에 직장을 구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직해야 할 타이밍을 고민한다면 왜 이직하려는지 생각해보자. 내가 왜 이직하려는지 구체적으로 하나씩 따져보지 않고 감정만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너무나 Risk가 크다.


퇴사한다는 직원에게 물었다. 


"본인이 A, B 업무 모두 해야 해서 바쁘고 힘들다고 하는데, A는 2개월 지나면 정리되요. B를 지금 챙기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로 인해 알아서 잘 진행되고 있어요. 당장은 A만 하면 되요. 본인이 B를 하고 싶은데 A를 더 많이 해야 하니까 하기 싫은 건 아닌가요? A는 일이 많고, 잘 모르겠고, 하기 싫으니까, 그냥 힘들다는 핑계로 나가고 싶은 것 아닌가요? 3개월 이곳에서의 경력이 어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그에게 주말에 내가 왜 퇴사하고 싶은지 하나씩 적어보라고 제안했다. 


책에 따르면 비전과 처우, 조직문화 등등을 고려해보면 이직할 타이밍을 결정할 수 있다. 

1. 내 만족은 어디서 오는가? 
2. 시대와 업계 트렌드 관점에서 비전이 있는가? 
3. 회사의 살아있는 정보를 알고 있는가?


비전을 고려할 때는 업계의 현황과 자신의 성과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업계 현황도 좋고 자신의 성과도 좋다면 떠나도 좋다. 업계 현황이 안 좋거나, 자신만의 뚜렷한 비전이나 목표가 없다면, 고민하라. 나의 연봉은 회사 입장에서는 인건비로 사용해야 하는 비용이다. 회사가 원하는 성과를 내줄 수 있어야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처우를 고려할 때는 자신을 주식이라고 생각해보자. 업계 현황도 좋은데 내 처우가 성과 대비 저평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면 옮겨도 좋다. 하지만 실적은 딱히 없는데 이직하려고 한다면 고민해보라. 이직하는데 헐값에 팔리거나 안 팔린다면 옮길 이유가 없다.


조직 문화도 중요하다. 회사마다 분위기가 천차만별인데, 내가 잘 적응할 수 있는 곳인지 알아봐야 한다. 내 스타일이 자유로운데, 군대식 문화라고 한다면 적응하기 어렵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나. 직장, 연봉, 경력을 떠나서 내 몸과 정신이 버틸 수 없다면 떠나자. 


마음을 정했다면,


책에서 제시하는 '고객 중심의 이력서를 위한 팁'은 다음과 같다. 뽑으려는 회사의 채용 배경과 핵심 필요 역량을 파악해라. 자신의 경력이 딱 맞지 않는다면 교집합을 부각시켜라. 근무 연수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다. 고객사가 익숙한 단어를 쓴다. 채용하는 쪽에서 알고 싶어 하는 내용 중심으로 쓰는 것이 핵심이다. 


1. Focus : 채용 경위에 초점을 맞춰서 제일 먼저 기술하라. 
2. Figures : 성과에 대해 명확하게 수치로 제시하라
3. Fact :   자신의 기여도에 대해 정확하게 말하라


지원 동기, 이직 사유, 연봉 등도 중요하고 민감한 주제다. 지원 동기에는 상대를 설득할만한 스토리텔링을 입히자.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인 이직하려는 이유의 경우 부정적인 내용에 긍정을 입혀서 설명하라. 연봉의 경우 너무 과도하게 부르지 말라. 현재 연봉의 약 5-10% 인상이 합리적이다. 연봉에 대한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자. 


회사는 업무와 인성, 이 두 가지 지표로 사람을 뽑는다. 업무는 성과 등과 같은 수치화된 지표로, 인성은 태도 등의 정성적인 지표로 판단한다. 폰 리비히의 '최소량의 법칙'에 따르면 생산성은 가진 역량의 최소치의 영향을 받게 된다. 채용하는 쪽에서는 지원자를 최소량의 법칙에 따라 판단할 것이다. 이런 기준을 알고 내 역량을 준비하자. 


Endless


이직이 끝이 아니다. 이직한 곳에서 또 일을 해야 한다.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이직 혹은 팀을 옮긴 후 자신의 성과를 최대 6개월 내에 증명해야 한다고 한다. 그렇지 못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미지가 강해지고 새로운 곳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이직 후 짧은 기간 내에 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면서 동시에 나를 잘 알고 지원해줄 동료도 없이 혼자서 성과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이래서 이직하면 성과 내기 어렵하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직했다고 평생직장을 얻은 것은 아니다. 얼마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을 위한 이직을 준비해야 한다. 끝이 없다. 피곤하기도 하지만 변화하는 시대에 이 사실을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항상 매년 이력서의 한 줄을 업데이트해보자. 실제 해보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이것이다.


오늘 업무를 소홀히 하지 마라.


마인드를 바꾸고 목표를 향해 달리는 것, 그런 태도를 위한 독서와 영어, 운동도 다 좋다. 하지만 직장인은 자신의 업무로 성과를 증명해야 한다. 자신이 맡은 바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다 소용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업무를 소홀히 하지 말라는 조언은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오늘 업무의 성과가 내일 이직의 발판이기 때문이다. 도망치지 말고 오늘을 살자. 오늘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