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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소해 Aug 02. 2019

매일 작은 도전

애자일 방식으로 성공하기

최근 갑작스럽게 사내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이그나잇 발표를 의뢰받았다. 준비 없이 의뢰받아서 순간 망설였다. 어떤 내용으로 할 것인가? 내가 발표하는 것이 맞을까?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떨면 어떻게 하지? 등등 온갖 걱정이 머리를 스쳤다.


하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기회는 열렸을 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회는 내가 준비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오지 않았다. 오히려 준비가 안되었을 때 왔고, 기회를 잡고 해내가는 과정을 통해서 내가 준비된 사람이 된다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이다. 또한 콘퍼런스 주제와 맞게 개발자의 글쓰기에 대한 글을 하나 써 둔 것이 있어서 최소한 맨땅의 헤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 10분간 고민한 후에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을까? 전혀 그렇지 않았다. 기존 글을 발표용으로 바꾸기 위해 파워포인트에 헤드라인을 정하면서 목차를 썼다. 문/이과생의 미래는 '치킨집 사장이거나 아사'라는 유머글로 시작한다. 개발자들에게 글을 쓰면 작가가 되고 기회가 많아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작가가 돼서 돈을 많이 번 공대 출신의 작가의 사례도 든다. 하지만 개발자들은 글쓰기를 힘들어하고 스스로 글을 못쓴다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의문을 제기한다. 개발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코딩과 글쓰기이며, 코딩과 글쓰기는 유사점이 많기 때문에 글을 잘 쓸 수밖에 없다. 그 공통점을 이야기하면서 잘 쓸 수 있다고 격려한다는 것이 발표의 내용이었다.  

 

여러 사람들에게 이런 스토리라고 말로 이야기했다. 다들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파워포인트 한 장 한 장을 채워나가는데 도무지 진척이 되지 않았다.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초안 자료라도 달라는 주최 측의 메일을 받았지만 너무 진척이 되지 않았다. 시험을 앞두고 시험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의 마음이 되었다.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근본적인 원인을 생각해보았다. 내가 이 주제를 말하고 싶지 않은걸 까? 내용이 나 스스로도 재미가 없는걸 까? 너무 진도가 안 나가서 발표를 포기할까 생각을 여러 번 했다. 핑계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었다. 도망치려는 나에게 남편이 이미 하기로 한 것이니 해내라고 격려했다. 진척이 안 되는 원인을 찾기로 했다. 어떤 요인이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걸까? 생각하고 생각해보았다.


두 사람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 분은 테크니컬 라이팅 회사 대표님이셨다. 또 한 사람은 남편이었다. 테크니컬 라이팅 회사 대표님은 전체적인 흐름은 괜찮은데, 처음부터 너무 내용의 주제를 말하면 듣는 사람들이 재미가 없어할 수 있으니, 발표 주제를 좀 더 끌리게 바꿔보라고 하셨다. 급하게 제목을 바꿔서 주최 측에 알려주었다. 다시 자료 작성을 시도했다. 마음의 걸림돌은 사라지지 않았다. 일주일을 앞두고 남편에게 고민을 이야기했다. 스토리를 듣던 남편이 한마디를 했다.


왜 남 이야기를 해? 당신의 이야기를 해봐.

 

내 이야기는 너무 소소해서 사람들에게 글 쓰라고 권유할만하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전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초보자로 시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지 모른다. 남편과 대화를 통해 그동안 진도가 안 나간 문제의 원인이 명료해졌다. 심리적인 원인이었고, 내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내 이야기가 아니니까 흥미가 떨어지고, 그냥 해야 한다는 의무로 느껴지고, 그러다 보니 다음을 풀어가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앞부분의 나의 스토리를 넣고, 그 스토리를 기반으로 상대를 설득하는 이야기를 넣어 다시 수정했다. 1시간 만에 글을 수정했고, 필요한 이미지 자료도 그날 모두 찾았다. 그다음 날 영상도 완성했다. 영상을 완성한 후 발표 연습을 했다. 5분간의 발표에 맞게 불필요한 내용, 말이 꼬이는 부분을 정리해가면서 스크립을 수정했다. 나 외에 8명 발표자들은 2-3번의 리허설을 통해서 피드백을 받으며 준비했지만 나는 업무와 육아로 참여할 수 없어서 혼자서 거울 앞에서 연습했다. 발표 당일 일찍 출근하여 무대 앞에서 혼자 2-3번 연습했다.  

 

발표 당일 4번째 순서로 무대에 올랐다. 몇 백 명 앞에 서니 약간 떨렸지만 곧 마음의 평정을 얻었다. 내 이야기니까. 내 말에 사람들이 웃어주고, 슬퍼해주었다. 마무리 땐 경쾌한 공감의 웃음으로 내 발표에 화답해주었다. 그 과정을 통해 마치 체증이 풀리듯이 그동안 잘 안 풀리고 있었던 업무도 잘 풀리게 되었다. 작은 도전과 성취가 삶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 경험을 통해 매일 작은 도전을 시도하기로 결심했다. 그 여정을 적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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