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해 Apr 07. 2020

열심히 다이어트해도 살이 안 빠지는 이유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는 ‘자각’이다. 매 순간 내가 누구이며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예리하게 인식한다는 뜻이다."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애니타 존스턴 지음, 노진선 옮김, 심플 라이프)


항상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책'이다.


"섬세하고 예민한 감정을 가진 사람들,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음식과 몸무게에 집착하게 된다."


이 한마디가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하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먹을 때마다 나는 우울해진다>>의 저자 애니타 존스터는 임상심리학 박사이자 섭식장애 치료 전문가다. 검색해보니 이 책은 2003년 <<달빛 아래서의 만찬>>이란 제목으로 출간했던 책이고, <<정희진처럼 읽기>>에서도 언급한 책이었다. <<정희진처럼 읽기>>255페이지에 이 책 소개가 있었는데, 책갈피가 230페이지에 끼워진채로 책장에 있었다. 만날 책은 만나는 법인가?


왜 감정적 허기를 느끼나?


저자는 허기를 두 가지로 정의한다. 위장의 허기와, 마음의 허기.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허기를 먹을 것으로 채우려고 하다 보니 식이장애가 온다고 한다. 마음의 허기가 심해지는 이유는 우리가 사는 사회가 여성성과 남성성이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목표지향적인 행동, 업적, 생산성이 강조되고, 행동이 존재보다 중요시된다. 방법이나 의도보다 결과가 중요하며, 머리로 고민하는 문제가 마음으로 고민하는 문제보다 우선시 된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대인 관계가 좋은 것보다 더 존경받고, 기술적 진보가 내면의 지혜보다 더 가치 있게 평가된다. (중략) 단호한 인내만이 만사를 해결한다고 믿고 '의지'가 강하다는 말을 최고의 찬사로 여긴다."


자신의 여성성을 외면하고 남성성만 강조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공허함이 가득 차게 되고, 긴장이 풀어지는 순간 폭식하게 된다. 그 죄책감으로 강박적 다이어트를 하게 된다.


"타인의 요구, 소망, 가치에 귀 기울이는 데 너무도 익숙해진 나머지 자신의 요구, 소망, 가치는 까맣게 잊어버렸다.(중략) 내면의 상태에 귀를 기울이거나 하지 않고 강박적으로 먹거나 칼로리 계산에 집착한다. 내면의 욕구와 식욕을 존중하기보다는 통제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다이어트를 끝없이 반복한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 그동안 나를 채우던 허기가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왜 그런지 모른 채 반복하던 행동에 대해 미스터리가 풀린 기분이었다. 내 성향과 전혀 다른 상황 속에서 나를 갈아엎어서 새로운 나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바꿔야 했다. 그 스트레스가 커질수록 먹었고, 살이 쪘고, 다이어트를 했다. 내면의 공허함이 커진 건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이유


"자신을 굶기면 머릿속에는 오로지 음식 생각밖에 없다. 강박적으로 먹다 보면 음식, 음식, 음식에만 초점을 맞춘다. 학교, 직장, 대인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마술처럼 사라져 버린다. (중략) 자신이 뚱뚱하다는 사실이 기분 나쁠수록 최소한 해결책은 분명해진다. 살을 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 감정, 상황 등을 직면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외면하는 편이 빠르다. 스트레스받고, 먹고, 토하고, 다이어트에 강박적으로 매달리고, 다시 폭발하고, 먹고, 다이어트하는 이 사이클은 벗어날 수 없는 중독이다. 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감정과 삶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의미한다.


"중독의 대상은 때때로 바뀐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에서 회복된 사람이 어느새 먹는 데 중독된다. 섭식 중독을 운동 중독으로 대체하거나, 폭식 중독이 쇼핑 중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진짜 허기, 진짜 갈망의 정체를 밝혀내지 않는 한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 다른 중독으로 이동할 뿐이다.  (중략)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은 매사를 있는 그대로 두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지 못한다. 언제나 올바른 길, 더 나은 길, 가능한 보다 완벽한 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순되게도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할 때만 진정으로 충만해지며 삶의 자양분을 받아들일 수 있다. 삶은 오로지 현재에만 존재한다."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은 '대상'에 중독되지만 섭식 장애는 '과정'에 중독된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섭식 장애를 마치 알코올 중독이나 마약 중독처럼 다루려고 한다. 그래서 계속 금식하거나 식단 계획표를 짜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식의 접근은 종종 실패로 이어진다. 중독의 대상인 섭식 장애 행동을 고치려 하지 않고 음식 자체에만 중점을 두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우리는 음식을 제한하고, 칼로리를 계산하고, 허브로 만든 대체 식품을 먹고, 식단을 짠다. 오로지 음식에만 집중한다. 마치 음식이 문제인 것처럼. 그러나 음식에는 아무 문제도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내가 굶주려 있다는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이 음식이 아니라는 것, 내가 찾는 음식은 내가 원하는 것의 상징일 뿐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배고프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목마른 것이다라는 말은 다이어트할 때 많이 듣는 말이다. 가짜 허기.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신체적인 허기와 감정적인 허기를 별하는 법, 음식에 대한 욕구와 감정적 지지에 대한 갈망을 구별하는 법, 그리고 그것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배우고 나면 더 이상 살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의심이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니.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에게는 언제 먹어야 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 언제 물을 마셔야 하고 언제 멈춰야 하는지 말해주는 대자연의 선물이 내장되어 있다. (중략) 동물들은 자신이 알아서 자기에게 맞는 크기로 자란다. 몸이 느끼는 내적이고 본능적인 신호에 따라먹는다. 음식이 먹고 싶을 때 먹고, 배부를 때 그만 먹는다. 대자연이 준 선물은 잊어버린 채 내 몸은 믿을 수 없으며 따라서 무시하든가 통제해야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진정한 자기 본성을 신뢰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자는 독자 스스로 내면의 힘을 깨달을 수 있도록 섭식 장애 치료에 활용했던 각국의 신화, 전설, 동화를 소개한다. 하나씩 읽다 보면 방법을 찾을 지혜를 얻을 수 있다.


다음으로 식사 일지를 쓰라고 권한다. 일, 생각, 감정이 식습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패턴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날짜, 먹거나 마신 시간, 먹은 음식, 먹기 직전에 하던 일, 하던 생각, 느낀 감정, 배고팠는지 여부, 몸 밖으로 내보냈는지 여부 등을 쓰다 보면 자신이 왜 그런지 알 수 있게 된다.


"감정과 식습관 간의 특정한 관계를 알아내면 결국 섭식 장애를 치료할 명약을 얻게 될 것이다. 자기 자신과 소통하는 법,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 적대심이 아닌 호기심으로 자신의 식습관을 살펴보는 법, 몸의 안내를 따르는 법 역시 익혀둬야 할 기술이다. 평생 동안 당신을 이끌어줄 내면의 지혜를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인내와 끈기를 가지고 자신을 관찰하는 길 뿐이다."


결국 또 책, 그리고 기록이다.






작가의 이전글 빈곤 비즈니스, 돈이면 다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